미국 애리조나대학교(University of Arizona, 이하 U of A) 연구진이 오늘날 최고 성능의 프로세서보다 최대 100만 배 빠른 속도로 컴퓨터를 작동시킬 수 있는 세계 최초의 페타헤르츠(PHz)급 포토트랜지스터(phototransistor)를 상온에서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이번 연구는 차세대 초고속 컴퓨팅 기술의 상용화 가능성을 획기적으로 앞당겼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U of A 이과대학 물리학과와 제임스 C. 와이언트 광학대학(James C. Wyant College of Optical Sciences) 공동 연구팀은 국제 공동연구를 통해 1조분의 1초보다 짧은 초고속 레이저 펄스를 이용해 그래핀(Graphene) 내 전자의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조절하는 데 성공했다. 이들은 터널링이라는 양자 효과를 활용해 전자가 물리적 장벽을 거의 순간적으로 통과하는 모습을 포착, 기존 트랜지스터의 한계를 뛰어넘는 처리 속도를 실현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

물리학 및 광학과 모하마드 하산 부교수(오른쪽)와 광학·물리학을 전공하는 대학원생 모하메드 세나리가 페타헤르츠급 트랜지스터 개발에 사용한 상용 트랜지스터를 들고 있다.
이 연구는 세계적인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게재됐으며, 연구진은 이 기술이 초당 1,000조(1페타) 회 이상의 속도로 정보를 처리할 수 있는 새로운 포토트랜지스터 개발의 기반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를 이끈 모하마드 하산(Mohammed Hassan) 애리조나대학교 물리학 및 광학과 부교수는 “인공지능 소프트웨어와 같은 기술은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으나, 하드웨어의 발전은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양자 컴퓨팅 기술을 활용한 하드웨어 개발을 통해 우주 연구, 화학, 헬스케어 등 다양한 과학 분야에서 새로운 혁신을 기대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번 연구에는 하산 교수 외에도 니콜라이 골루베프(Nikolay Golubev) U of A 물리학과 조교수, 광학 및 물리학을 전공하는 대학원생 모하메드 세나리(Mohamed Sennary), 물리학 박사후 연구원 잘릴 샤(Jalil Shah), 광학과 대학원생 밍루이 위안(Mingrui Yuan) 등이 참여했다. 미국 캘리포니아공과대학교(California Institute of Technology) 제트추진연구소(Jet Propulsion Laboratory)와 독일 뮌헨 루트비히 막시밀리안 대학교(Ludwig Maximilian University of Munich)도 공동 연구 기관으로 이름을 올렸다.
연구팀은 그래핀의 전기 전도성을 연구하던 중 예기치 않은 현상을 관찰했다. 일반적으로 그래핀에 레이저를 쬐면 전자가 여기되어 이동하며 전류가 형성되는데, 그래핀의 대칭적인 원자 구조로 인해 전류가 서로 상쇄되어 감지할 수 있는 전류를 남기지 않는다. 그러나 이번 연구에서는 그래핀을 특수하게 개질한 샘플에서 단일 전자가 터널링 현상을 통해 전송되는 과정을 포착했으며, 이를 실시간으로 추적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진은 시중에서 판매되는 그래핀 포토트랜지스터에 특수 실리콘 층을 추가한 후, 638아토초(attoseconds)의 속도로 꺼졌다 켜지는 레이저를 사용해 “세계에서 가장 빠른 페타헤르츠급 양자 트랜지스터”를 구현했다고 밝혔다. 1아토초는 1경분의 1초(10
18초)에 해당한다.
특히, 이번에 구현된 트랜지스터는 극저온이나 고진공 상태가 아닌 상온에서도 작동함으로써, 향후 상용 전자기기에 적용될 가능성도 제시했다.
하산 교수는 현재 애리조나대학교 기술이전 전담 조직인 ‘테크 론치 애리조나(Tech Launch Arizona)’와 협력해 이번 기술의 특허 및 상용화를 추진 중이다. 기존에는 특수 레이저가 필요했지만, 연구팀은 현재 일반적인 상용 장비로 작동 가능한 트랜지스터 기술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하산 교수는 “업계 파트너들과 협력해 페타헤르츠급 트랜지스터를 실제 마이크로칩에 구현할 수 있기를 바란다”며 “세계에서 가장 빠른 전자현미경을 보유한 애리조나대학교가 이제는 세계 최초의 페타헤르츠 트랜지스터로도 알려지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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