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물리학에 의하면요, 우주를 이루는 모든 것에는 각자 고유한 에너지 파동이 있데요. 그 파동이 맞는 사람끼리 같이 일을 하면, 거대한 에너지 장이 형성된다는 거죠. 시너지가 발생한다는 것이죠.”
영화, ‘양자물리학’에서 주인공으로 나오는 유흥업소 사장의 대사이다. 그가 황금인맥 업계 ‘퀸’을 영입하고자 던진 ‘영업 멘트’에 여자는 웃으며 ‘재밌는 분이시네요’라고 화답한다. 말 그대로 재밌는 사장의 ‘재밌는 작업 멘트’로 듣고 넘기면 된다. 양자물리학은 소위, 미시계의 물리학으로 양자 역학을 기초로 하며 소립자 연구 외에 고체의……됐다. 복잡하다. 그냥 현대 과학에서 양자물리학은 상대성이론과 양대 산맥이라고 생각하면 그 위상을 짐작할 수 있다.
영화를 만든 감독도 관객의 수준을 감안해서인지 영화 곳곳에 양자역학 관련 전문 용어들을 배치해 놓았다. “물 장사하는 사람이 ‘이빨’에서 밀리면 끝”이라는 신념으로 주인공이 선택한 분야가 (무려) 양자물리학이다. 사실 모호하기 그지없는 양자물리학을 철학에 빗대면 끝이 없고 한도 없다. 그 지점이 양자역학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이 염려하고 우려하는 부분이기도 하지만.
양자를 양자라 부르지 못하고
또 엉뚱한(?) 곳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양자 사례도 있다. 삼성과 LG의 TV논쟁에서이다. 삼성전자가 2017년에 처음 QLED TV를 출시하면서부터 ‘퀀텀닷(양자점)’ 기술을 적용한 TV를 QLED라고 명명하고부터이다. QLED라는 명칭이 전기발광(Electro-Luminescent QD, 자발광) 방식의 디스플레이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문제가 제기됐다.
퀀텀닷(Quantum Dot)은 인듐, 카드뮴과 같은 무기물로서 자체적으로 빛을 내는 지름 수 나노미터 이하의 입자로, 재료를 바꾸지 않고 입자 크기를 조절하는 것만으로도 원하는 색을 얻을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본다면, 사실 삼성 QLED TV는 LCD에 가까운 구조로, LCD의 컬러 필터에 퀀텀닷(QD)을 사용한 진화한 LCD TV이다.
여기에 LG가 발끈한 것이다. 자신들이 올인한 올레드 TV가 삼성의 QLED TV와 같이 자발광 TV로 취급받고 있다는 말이다. 삼성은 퀀텀닷 기술에는 광발광(Photo-Luminescent QD)과 전기발광 2가지 방식이 있으며, 업계와 시장에 전기발광 방식만 QLED라는 명확한 정의는 없다고 맞서고 있다.
슈퍼보다 양자
양자가 영화나 TV에 응용되고 적용되고 있는 사이에 ‘하나의 사건’이 터졌다. 최근, 구글이 양자컴퓨터 칩을 개발했다는 소식이 알려진 것이다. 이에 따라 암호화폐의 주가가 급락했다는 뉴스가 화제가 되기도 했다. 개발 소식만으로 주가가 하루아침에 떨어졌다는 말은 좀 과장된 감이 있지만, 양자컴퓨터의 위력을 생각한다면 암호화폐 하나에 미치는 영향은 아무것도 아니다.
Google AI 퀀텀 Sycamore 프로세서 사진(구글 AI 블로그 참조)
양자컴퓨터는 관측 전까지 양자가 지닌 정보를 특정할 수 없다는 '중첩성'이라는 양자역학적 특성을 이용한 컴퓨터로, 슈퍼컴퓨터로도 1만년이 걸리는 난수 증명 문제 처리를 3분20초 만에 해결할 수 있다. 이에 블록체인을 포함한 시중 암호화 체계가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 기존 디지털 컴퓨터의 성능을 일부 넘어서는 ‘양자우월성(양자우위)’을 최초로 달성했다.
양자 역학의 대중화에 기여하고 있는 김상욱 경희대 교수는 한 강연에서, 양자 역학을 이해하려면 뇌 구조를 통째로 바꿔야 한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만큼 고전 역학에 익숙해져 있는 기존 관념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영역이라는 말이다. 아인슈타인은 죽을 때까지 양자역학을 부인했고 파인만은 양자역학을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은 없다고 단언했다.
하지만 현대 과학은 양자역학을 증명해 나가고 있고 양자컴퓨터와 같은 성과도 거두고 있다. 누구말대로 이해는 못해도 존재는 하기에 과학자의 도전은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그나저나 영화 양자물리학 이 개봉 한 달이 넘도록 관객수 55만(10월말 현재)에 머물고 있는 것을 보니, 감독이 흥행 예상에 한 가지 놓친 게 있지 않나 생각이 든다. 양자역학의 핵심 이론이 ‘불확정성의 원리(하이젠베르크)’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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