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나노튜브는 머리카락 10만 분의 1정도의 굵기로, 탄소 원자가 육각형 벌집 모양을 이룬 흑연판이 길게 튜브처럼 말린 구조의 물질이다. 탄소나노튜브 중에서도 단일벽으로 구성된 수평형 탄소나노튜브는 반도체 성질을 띠고, 열 전도성과 물리적 강도가 우수해, 실리콘을 대체할 차세대 마이크로칩 소자로 주목받아왔다.
그러나 탄소나노튜브는 그래핀과 함께 꿈의 물질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것에 반해 주춤세를 보였다. 상용화를 위해서는 균일한 탄소 구조를 지닌 고순도 튜브가 필요하다. 이러한 구조와 순도는 탄소나노튜브의 물성 결정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또한, 탄소나노튜브의 물성은 튜브의 직경과 튜브 벽이 뒤틀려 말린 각도, 즉 구조적 비대칭성(Chirality) 등에 따라 달라지는데, 실험을 반복해 우연히 상용화에 좋은 물성을 결정하는 조건을 찾는 방법 외에는 최적화된 비대칭 구조를 찾아 튜브를 대량으로 제작하는 기술이 개발되지 못했다.
펑 딩(Feng Ding) IBS 다차원 탄소재료 연구단 그룹리더(UNIST 신소재공학부 특훈교수) 연구팀은 베이징대(Peking University) 징 장(Jing Zhang) 교수 연구팀과 공동으로 탄소나노튜브 벽의 구조적 비대칭성(Chirality)1)을 조절, 수평형2)의 반도체 나노튜브를 선택적으로 생산하는 데 성공했다. 이로써 원하는 물성의 탄소나노튜브를 자유자재로 합성할 수 있는 기술의 토대를 마련한 것이다. 반도체 탄소나노튜브를 선택적으로 생산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이용하는 촉매의 종류를 바꾸면 다양한 물성의 탄소나노튜브를 구현할 수 있음을 추가로 확인했다.
연구진은 탄소나노튜브와 촉매의 결정 구조가 유사할수록 촉매와 탄소가 안정적으로 결합한다는 사실에 기반, 반도체 성질을 띠는 탄소나노튜브와 유사한 결정 구조를 갖는 촉매로 탄화텅스텐을 찾았다. 실험 결과, 탄화텅스텐은 탄소와 안정적으로 결합, 반도체 성질을 띠는 특정 형태의 탄소나노튜브를 성공적으로 합성하는 데 활용됐다. 2014년 펑 딩 교수 연구팀은 텅스텐 합금을 촉매로 사용해 도체 탄소나노튜브를 제작했는데, 당시에는 도체 탄소나노튜브 만을 얻을 수 있었다. 이번 연구는 2014년 연구를 발전시켜 탄화텅스텐을 촉매로 사용, 반도체 탄소나노튜브 합성에 성공한 것이다.
연구진은 사파이어 결정 기판 위에 탄화수소 반응가스와 분말 형태의 초소형 탄화텅스텐 촉매를 공급해 순도 80-90% 이상의 탄소나노튜브를 합성하는 데 성공했다. 분말 형태의 초소형 탄화텅스텐은 직경이 작고 반도체 성질이 우수한 탄소나노튜브 형성을 유도했다. 이러한 탄소나노튜브는 벽면의 비대칭적 탄소 구조로 인해 표면 무늬가 고르지 않아, 탄소 원자가 들어갈 틈새가 생긴다. 이 특징으로 인해 튜브 합성 속도가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펑딩 교수는 “안정적인 화학 결합을 이룰 수 있는 촉매를 찾아 탄소나노튜브의 합성 속도를 최적화할 수 있는 크기로 활용하면, 이론적으로 순도 99.9% 이상을 가진 탄소나노튜브를 선택적으로 합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연구진은 초소형 분말 탄화몰리브덴 촉매를 사용해 도체 탄소나노튜브를 합성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는 적합한 종류의 촉매 물질을 활용하면 원하는 물성의 탄소나노튜브를 합성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다.
이번 연구는 탄소나노튜브의 물성을 자유자재로 제어할 수 있는 연구의 기반이 돼 기존 탄소나노튜브 생산율이 저조했던 점을 극복, 대량생산을 가능케 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연구진은 후속 연구를 통해 다양한 물성을 지닌 탄소나노튜브 합성 원리를 규명하고, 합성 과정을 제어할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맞춤형 고성능 탄소나노튜브 개발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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