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합병 시 기업은 영업비용 감소를 통해 이익의 극대화를 추구하지만, 반도체 업계 전체의 R&D(연구개발) 투자비용은 지속적으로 증가해왔다.”
멘토그래픽스의 월든 C 라인스(Walden C. Rhines) 회장은 지난 9월 1일 삼성동 코엑스 인터콘티넨탈 호텔에서 개최된 ‘멘토 포럼 2015’에서 최근 반도체 업계의 인수합병과 이로 야기된 시장 변화에 대해 설명하며 이같이 말했다.
반도체 업체 간 인수합병은 기업의 운영비용 절감효과를 가져왔지만, R&D 비용에 대한 투자는 전체적으로 봤을 때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분석이다.
라인스 회장은 특히 R&D 투자 중 ‘에뮬레이션(설계검증)’에 대한 요구에 주목했다. 라인스 회장은 “멘토그래픽스의 에뮬레이션은 현재 칩 설계 분야에서 빠른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며 “칩 디자인의 복잡성 증가로 인해 에뮬레이션이 필수가 돼가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라인스 회장은 또 “한 회사가 R&D 비용 감소를 꾀하면 다른 기업은 이를 기회로 활용해 R&D 비용 투자를 늘려 이익으로 연결시키려 한다”며 “이와 같은 경향은 반도체 업체 전체의 R&D 투자 평준화에 기여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지난 32년 간(1982년 ~ 2014년) 매출 대비 R&D 비용 비중이 평균적으로 14% 대를 유지해왔다는 사실을 들었다. 또, TI, NXP, 브로드컴이 포기한 시장에 미디어텍, 스프레드트럼, 퀄컴이 진입해 수익을 창출한 사례를 예로 설명했다.
낮은 엔지니어 실업률도 R&D 투자 평준화에 기여한 것으로 조사됐다. 엔지니어의 평균 실업률은 3%에 불과하기에 기업이 인수된 후 다른 기업으로 쉽게 옮겨가 전체 R&D 비중의 큰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한다는 해석이다.
라인스 회장은 최근 나타난 인수합병 돌풍의 원인에 대해서도 분석했다. 반도체 업체 간 인수합병이 2012년 18건, 작년 32건에서 올해엔 상반기에만 19건으로 빠르게 증가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규모가 작은 기업이 자신보다 덩치가 큰 기업을 인수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라인스 회장은 “지난 25년간 파운드리의 증가와 팹리스의 등장은 기업의 규모와 상관없이 반도체 제조비용을 균등하게 했다”며 “이로써 적은 마진 비용으로 생산성을 높이는 것이 중요해져 인수합병이 빈번해졌다”고 설명했다.
이외에 그는 인수합병의 주원인으로 재무 레버리지(financial leverage)와 정부 정책 및 규정을 꼽았다. 특히 국가의 정부 정책에 주목했다. 최근 불거진 중국 기업의 해외 기업 인수 가능성 소식 역시 배후엔 중국 정부의 막대한 지원 정책이 자리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중국 정부는 반도체 산업의 전략적 육성을 위해 향후 5년간 200억 달러(약 22조 원)를 투자할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이 가운데 해외 기업 인수는 중요한 사항으로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행사에서 한국 멘토그래픽스 양영인 대표는 IoT 시대를 맞아 EDA 솔루션의 역할을 강조하며, “에뮬레이션, 물리 검증, 테스트를 고려한 설계 기술 등을 강화해 IoT와 스마트 모바일 기기 시장 공략을 가속화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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