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저전력 인간 뇌 구조와 작동 방식 모방한 인공지능 뉴로모픽 소자 개발
  • 2025-04-25
  • 신윤오 기자, yoshin@elec4.co.kr

세계 최초 카이럴자성 양자점 개발, 빛 구동 AI용 소자 구현

KAIST(총장 이광형)는 신소재공학과 염지현 교수 연구팀이 빛에 의해 비대칭 반응하는 카이랄성과 자성을 동시에 갖는 특수 나노입자인 양자점(CFQD)을 세계 최초로 개발하고, 저전력 인간 뇌 구조와 작동 방식을 모방한 인공지능 뉴로모픽 소자(ChiropS)까지 성공적으로 구현했다고 밝혔다.

연구배경

차세대 인공지능 시스템은 고속 연산뿐 아니라 에너지 효율이 핵심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생성형 AI 기술의 급속한 발전으로 데이터 처리량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면서, 기존 전자 기반 반도체 시스템은 전력 소모와 발열 문제로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특히 대규모 신경망 학습을 위한 데이터센터에서는 막대한 전력을 소비하고, 그에 따른 냉각 비용도 급증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전류 대신 빛을 연산에 활용하는 광 기반 컴퓨팅이 차세대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빛은 전자처럼 저항을 받지 않고 빠르게 이동하며, 동시에 여러 신호를 병렬로 처리할 수 있는 특성을 지닌다. 따라서 광 컴퓨팅 기술은 연산 속도와 에너지 효율을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이상적인 기술로 평가되고 있다.
 

염지현 신소재공학과 교수(좌), 권준영 신소재공학과 박사(우)


그러나 광 기반 정보 처리 시스템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빛을 주고받는 것 이상의 기능이 필요하다. 입력된 빛을 학습하고 기억하며, 필요 시 삭제하는 기능이 동시에 가능해야 한다. 다시 말해 생물학적 뇌의 시냅스처럼, 가중치가 변하고 누적되며, 자극을 잊을 수도 있는 소자가 필요하다. 기존의 광소자나 양자점 기반 센서는 대부분 일회성 감지에 그쳐, 학습이나 메모리 기능을 수행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다. 또 빛의 밝기나 파장만 인식하는 시스템은 정보 표현력에 제약이 있어, 다채로운 신호를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빛의 편광 상태까지 인식하는 기능이 요구된다.

편광, 특히 원형편광(CPL)은 빛의 전기장이 시계 방향 또는 반시계 방향으로 회전하는 고차원적인 빛의 상태로, 이를 구분하고 처리하는 기술은 양자 정보, 보안 통신, 생체 진단, 스핀트로닉스 등 다양한 첨단 기술의 핵심으로 간주된다. 이와 관련해 카이랄성(Chirality)이라는 물질의 비대칭성 개념이 함께 주목받고 있다. 카이랄성은 좌우 비대칭 구조를 뜻하며, 손처럼 거울상으로 겹치지 않는 형태를 말한다. 카이랄 분자나 결정은 좌우 회전 방향이 다른 원형편광에 대해 선택적으로 반응하는 특성을 가진다. 이 점을 활용하면 빛의 방향성과 정보를 고감도로 구분할 수 있는 광 감지 소자를 설계할 수 있다. 

특히 최근에는 카이랄성을 지닌 양자점, 즉 카이랄 양자점을 개발해 빛의 편광을 읽고 저장할 수 있는 나노소자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양자점은 크기에 따라 전자 상태와 발광 특성이 달라지는 초미세 반도체 입자로, 이미 QLED 디스플레이 등에서 상용화된 바 있다. 여기에 카이랄성을 도입하면 빛의 회전 방향까지 구분하는 기능성 소재로 진화할 수 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카이랄 양자점을 뇌신경 시냅스처럼 동작하는 소자에 응용하려는 연구는 광 기반 뉴로모픽 기술의 구현이라는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전환점을 의미한다. 나아가 이는 고성능·고효율 인공지능 하드웨어 개발에 있어 핵심 재료 기술이 될 수 있다.

연구내용

KAIST 염지현 교수 연구팀은 **카이랄 자성 양자점(CFQD)**을 개발했다. 이는 은황화물(Ag2S) 양자점에 카이랄 분자인 시스테인을 도입해 광학적 비대칭성과 자기적 특성을 동시에 구현한 새로운 소재다.

개발된 CFQD는 좌·우 원형편광에 따라 흡수 및 전도 반응이 달라지며, 하나의 입자가 다양한 파장의 빛에 반응하는 멀티채널 특성도 함께 보였다. 또한 전자 스핀 결함을 통해 자기 성질까지 내재해 외부 전자 회로 없이도 강한 광반응을 나타냈다.
 
카이랄 자성 양자점을 이용하여 제작한 뇌 모사 뉴로모픽 ChiropS 소자 모식도. 원형편광 방향성 및 다양한 파장을 이용하여 높은 집적도와 효과적인 에너지 절감을 구현함. 차세대 AI 광전자 소재로서 큰 파급이 기대된다.
 

염 교수팀은 이 소재를 KAIST 김경민 교수팀과 협력해 ‘ChiropS(Chiroptical Synapse)’라는 뉴로모픽 소자로 구현했다. 해당 소자는 빛을 통해 학습하고, 전기 자극으로 초기화할 수 있는 세계 최초의 저전력 광 시냅스 트랜지스터다.

ChiropS는 멀티레벨 시냅스 기능을 구현해 입력된 빛의 세기와 편광 방향에 따라 전도도를 다르게 변화시켰으며, 장시간 유지되는 장기기억 특성도 확보했다. 2×3 어레이 실험에서는 파장과 편광의 조합에 따라 총 9가지 신호를 병렬 처리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

또한 반복 자극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도 잡음 신호에는 강인한 특성을 보이며, 영상 노이즈 필터링 기능까지 가능함을 실험으로 확인했다.

기대효과

ChiropS는 에너지 효율이 높은 광 기반 AI 하드웨어로서, 고속 연산과 정보 저장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는 잠재력을 보여줬다. 특히 멀티채널 입력 처리와 노이즈 억제 기능은 영상 인식, 자율주행 센서, 스마트 카메라 등에 직접 적용 가능하다.

또한 카이랄성 기반의 편광 감지 특성은 광 암호화, 보안 통신, 양자 정보처리에도 활용될 수 있어, 향후 고속·고지능·저전력 AI 시스템 구현의 핵심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이번 연구는 소재 개발부터 소자 구현까지 통합적으로 진행되었으며, Advanced Materials에 게재되어 학술적·산업적 파급력 모두를 인정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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