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비 개선, 안전, 편의 장치 증가 …
2017년 374억 달러 규모로 성장
1976년 국내 최초의 고유 자동차 모델‘포니’가 출시됐다. 한국은 아시아에서 일본에 이어 2번째, 세계에서는 16번째로 고유 모델 자동차를 만든 국가가 됐다. 포니는 시판되자마자 10,726대의 판매고를 올려 국내 승용차 시장의 43.5%의 점유율을 달성하는 기염을 토했다.
36년이 지난 지금, 기술력으로만 본다면 포니는 기계장치의 단순한 조합에 불과했다. 반면 최근 출시되는 신형 자동차는 첨단 전자장치의 전시장이라 할만하다.
오늘날의 자동차는 기계장치의 단순한 조합이 아닌 메카트로닉스의 결정체라 불린다. 바야흐로 자동차는 전장 시스템의 등장으로 전자장치의 집합체로 변신하고 있다.
30년 전, 자동차에서 반도체와 전자부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 차량 가격의 약 1%에도 미치지 못 했으나 현재는 약 23% 수준으로 늘어났다. 이 같은 추세는 앞으로도 지속될 전망이다. 컨설팅 업체 매킨지에 따르면, 2015년에는 자동차 제조원가에서 전장 부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40% 정도로 증가하고 전기차의 경우에는 70%에 달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자동차에 첨단 기능이 도입되면서 차량용 반도체의 점유율은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차량 내 전자제어 기술은 파워트레인, 섀시, 바디, 환경차 분야에서 이미 광범위하게 적용되고 있다. 엔진은 기계식에서 전자제어 방식으로 진화하면서 연비 및 배기가스 배출을 획기적으로 개선했으며, 브레이크 시스템은 제동거리 감소 및 미끄럼 방지 등 기계적인 한계를 극복할 수 있게 됐다. 환경차 분야도 전자제어 기술을 통해 기존 내연기관 대비 연비와 동력 성능을 극대화한 새로운 개념의 하이브리드 시스템으로 발전했다. 이처럼 전자제어 기술은 차량의 성능, 안전성, 친환경성을 확보하기 위한 핵심 기술로 부각되고 있다.
차량용 반도체 지속적 성장
올해 세계 차량용 반도체 시장은 200억 달러에 육박할 전망이다.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트에 따르면, 올해 차량용 반도체 시장은 196억 달러로 지난해 182억 달러보다 7.7% 성장할 전망이다. 또한 향후 3년간 성장세가 지속돼 2015년 시장 규모는 273억 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자동차 한 대에 탑재되는 반도체 가격 총액도 올해 380달러에 달해 지난해 350달러보다 8.6% 상승할 전망이다. 2015년에는 차량 한 대당 500달러의 반도체가 탑재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 다른 시장조사업체 데이터빈즈(Databeans)는 ‘세계의 차량용 반도체 시장 추적 조사: 2012년(2012 Automotive Market Tracker)’ 보고서에서 세계 차량용 반도체 시장이 2017년 374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많은 부분이 무선 커넥티비티 증가, 에너지 절감, 안전 등과 같은 부문에서 발생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일반 가스연료차보다 더 많은 전자기기에 의존하는 HEV/EV는 반도체 산업의 주요 수익원이 되고 있다. 이러한 차량용 반도체는 진입 장벽이 높은 고부가 시장이어서 일부 완성차 메이커들도 차량용 반도체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센서, 파워 디바이스로 영역 확대
차량용 반도체는 차 내/외부의 센서나 ECU(Electronic Control Unit), 구동장치에 사용되는 반도체를 말한다. 초기에는 엔진이나 변속기 등에 사용되는 프로세서 기술 중심으로 발전했으나 최근 각종 정보를 감지하는 센서, 파워 디바이스, 차량 네트워크 등으로 그 영역이 확대되고 있다. 특히, HEV이나 FCV(Fuel Cell Vehicle) 등의 미래형 차량에는 기존 차량보다 더 많은 반도체가 사용되고 있다.
자동차는 안전하고 편리하며 더 높은 연료 효율을 내기 위해 많은 전자 시스템과 첨단 반도체에 의존하고 있다. 커넥티비티(Connectivity)와 온-보드 텔레매틱스는 미디어 장치에 저장하는 문서나 음악, 사진과 같은 콘텐츠를 자동차나 가정, 사무실로 옮기고 싶은 자동차 구매자들에게 필수 요소로 자리 잡았으며, 운전자의 스마트폰 화면을 자동차 센터-스택 디스플레이를 통해 그대로 구현할 수 있는 ‘스마트폰 미러링’ 기술을 비롯해 모바일 기기용 온-보드 충전 패드가 곧 표준장착될 전망이다.
비메모리 반도체가 주도
차량용 반도체 연평균 성장률 중 안전(Safety)은 14.1%, 운전자 인포시스템은 1.1%의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세계 차량용 반도체 시장은 비메모리 반도체가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특히, 센서 관련 반도체 비중이 상승하고 있다.
전 세계 차량용 반도체 시장에서 한국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5% 정도다. 금액 기준으로는 올해 약 10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시장은 매년 세계 시장 평균 매출 신장률보다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2004년부터 차량용 반도체 사업에 진출한 씨앤에스테크놀로지는 지난 5월 현대차그룹과 공동 개발한 차량용 반도체 제품을 현대모비스에 공급했다. 이 칩은 AVN(오디오 비디오 내비게이션 통합 단말기) 시스템을 제어하는 반도체로, 현대모비스를 통해 텔레매틱스 기능의 단말기로 제작되어 현대차의 미국 판매용 YF 쏘나타에 장착될 예정이다. 또한 현재 개발 또는 양산 과정을 진행 중인 자동차 인포테인먼트 및 바디/섀시용 반도체에 대한 개발 작업을 진행해 외국산 수입 제품 대비 품질과 기술력이 우수한 제품을 공급할 계획이다. 씨앤에스테크놀로지는 차량용 반도체 및 주문형 반도체(ASIC) 분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매출 증가로 작년 2분기 대비 324.2% 성장했다.
한국전자부품연구원(KETI)은 팹리스 업체인 에이디칩스와 공동으로 프로세서 코어 기술을 이용해 지능형교통시스템(ITS), 차선이탈경고시스템(LDWS) 다중 카메라 기반 고속 영상인식 시스템 등에 사용되는 차량용 시스템 반도체(SoC) 4종을 지난 6월 개발했다.
넥스트칩은 지난 8월 국내 반도체 팹리스 업계 최초로 차량용 영상처리칩(ISP) NVP2600을 상용화했다. 이 회사는 이번 분기 중에 NVP2600 칩의 초도 물량을 양산키로 했다. 양산 물량은 애프터마켓 차량용 카메라를 제조하는 한국과 중국의 고객사에 공급된다. 넥스트칩 관계자는 “국내 반도체 팹리스 업계 최초로 차량용 ISP의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며 “애프터마켓을 테스트베드로 삼아 2014년에는 완성차 업체에 공급을 추진, 본격적인 매출 확대를 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국내 반도체 업체들이 차량용 반도체 시장에 안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은 미미한 수준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차량용 반도체 개발은 멀티미디어 및 운전자 인포시스템 부분에 편중되어 아날로그 및 파워 IC 부분의 확대가 시급한 실정”이라며 “세계 차량용 반도체 시장에서 경쟁하기 위해 정부의 재정적 지원과 함께 인력 보강, R&D 투자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차량용 반도체 경쟁 치열
전 세계 차량용 반도체 시장은 인피니언 테크놀로지스, 프리스케일 반도체, 르네사스,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등 상위 10대 업체가 전체 시장의 68%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이들은 센서와 RF, 전원관리 등의 통합 반도체, 고전압 차량용 전력 반도체를 내세워 차량용 반도체 시장서 경쟁하고 있다.
이 시장에서 2011년에 약 16억 8,000만 달러의 매출을 기록한 프리스케일 반도체는 자동차 시장의 메가트렌드인 ‘누구나 활용할 수 있는 이동성(Mobility)’, ‘모두에게 더 청정한 세상(Cleaner world)’, ‘모두를 위한 안전(Safety)’ 및 ‘누구나 항상 연결(Always connected)’ 추세에 맞춰 관련 제품을 내놓고 있다. 예를 들어, 이동성에서는 한 패키지에 MCU 다이와 SmartMOS MC3312A 다이를 통합해 크기를 줄이고 가격을 대폭 낮춘 1기통 엔진 관리 칩(MM912xx812)을 비롯해 고전압 아날로그, 비휘발성 메모리(NVM), 디지털 로직을 하나의 반도체 칩에 통합한 S12 매그니비(MagniV) 솔루션을 제공한다. 매그니비 제품군은 윈도 리프트, 선루프, DC/BLDC 모터 제어, 계기판, LED 조명, 스위치 패널 분야에 적합한 솔루션이다. 쿼리바(Qorivva) 제품군에 속하는 MPC5676R은 기존 제품 대비 4배의 성능 향상과 고급 필터 및 신호처리를 통해 복잡한 엔진 제어가 가능해 엄격한 배기가스 규제에 대응하는 고성능 MCU다. 특히 쿼리바 MPC5643L은 업계 최초로 ISO 26262 ASIL-D 인증을 획득한 제품으로 전동식 파워 스티어링, 액티브 서스펜션, ABS 시스템, 레이더 기반의 ADAS를 포함해 높은 수준의 자동차 안전 무결성을 요구하는 애플리케이션에 적용할 수 있다.
운전자 정보 시스템을 구현하는 싱글, 듀얼, 쿼드 코어 고성능 프로세서 i.MX 6 시리즈는 상위 10개 자동차 OEM업체 중 다섯 곳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 적용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프리스케일의 텔레메틱스 기술은 북미에서 상용화된 포드 싱크(Ford SYNC), GM 온스타(Onstar), 현대기아차의 블루링크 및 UVO(유보) 등에 적용됐다.
지난 8월 중국에서 개최된 ‘FTF(Freescale Technology Forum) 2012’에서 그렉 로우(Gregg Lowe) 사장 겸 CEO는 “이산화탄소 배출 문제와 연비 효율에 대한 화두로 HEV 및 EV에 대한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라며 “프리스케일은 시장의 흐름에 맞는 제품으로 성장을 도모할 것이다”고 역설했다.
인피니언 테크놀로지스는 고전압 차량용 전력 반도체 기술 분야에서 높은 수준의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9월 인텔에 무선 사업부를 매각하고 자동차 전장용 사업에 주력하고 있다. 이 회사의 강점은 HEV/EV를 위한 100 kW 이상의 하이 파워 모듈, 75 GHz 이상의 고주파 레이더 칩, 차세대 하이엔드 32비트 MCU, 스마트 파워 스위치, 모터용 브리지 드라이버와 자동차의 에너지 효율을 향상시키는 저전력 레귤레이터 등 자동차에 필요한 기능을 총망라하는 차량용 반도체의 광범위한 제품 포트폴리오를 기반으로 강력한 시스템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는 것이다.
고장률 제로를 추구하는 인피니언은 회사 자체의 엄격한 품질관리 체제로 정평이 나 있다. 인피니언은 종합 품질관리 시스템을 기반으로 한 자동차 우수 프로그램(Automotive Excellence Program, AEP)을 도입해 제품 생산, 사람, 업무 프로세스 등 전사적인 품질개선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이미 차량용 반도체의 73% 이상에 “제로 디펙트(불량 제로)”를 달성했다.
인피니언은 최근 콘티넨탈(Continental AG) 및 콘티넨탈 오토모티브 그룹의 최우수 협력업체 중 하나로 선정되기도 했다. 인피니언은 콘티넨탈 오토모티브에 800종 이상의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또한 차량 시스템 공급업체인 덴소(Denso Corporation)로부터 2011 기술개발상(Technology Development Award)도 수상했다. 덴소는 자사가 보다 비용 효율적인 시스템을 구현할 수 있도록 하고 빌트-인 자동위치설정(autolocation) 기능을 제공하는 타이어 압력 센서 칩을 개발한 인피니언의 공로를 인정했다. 인피니언의 TPMS(Tire Pressure Monitoring System, 타이어 공기압 경보 장치) 센서는 타이어 내부에서 공기압을 측정하고 압력 값이 RF를 통해 차량의 수신부에 전송되는 다이렉트 시스템을 지원한다. 자동 위치 설정 기능은 시스템이 자동적으로 4개의 수신 압력 신호를 적절한 4개의 타이어 위치와 연계시킨다.
인피니언의 KP200 압력 센서는 충돌사고 발생 시 보행자와 차량 탑승자에 대한 보호 기능을 증대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 압력 센서는 콘티넨탈이 유수의 자동차 제조업체와 협력해서 개발한 신형 안전 시스템에 사용되고 있다. 1세대 시스템은 이미 다양한 프리미엄 자동차에서 사용되고 있다. 이 회사가 KP200 압력 센서를 사용한 것은 주변 대기압에 관계없이 공기 압력 펄스를 높은 신뢰성과 속도로 측정하기 때문이다. 이 센서는 측면 에어백 센서 등과 같은 다양한 안전 관련 차량용 애플리케이션에서 오랜 기간에 걸쳐 자체 검증됐다.
차량용 반도체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차량의 무게를 줄일 수 있다. 이는 에너지 효율성의 증가를 뜻한다. 많은 전문가들은 차량의 무게를 10% 줄이면 약 7%의 연료 효율이 향상된다고 말한다.
르네사스는 2011년 3월 동일본 지진으로 반도체 생산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3개월 만에 복구해 세계 OE(Original Equipment) 차량용 반도체 시장에서 점유율 13.6%로 1위를 기록했다. 르네사스가 최근 발표한 자동차 전장용 32비트 MCU인 RH850 제품군은 40 nm의 MONOS(Metal Oxide Nitride Oxide silicon) 플래시 기술을 기반으로 빠른 계산 능력과 저전력을 실현했다. RH850 제품군은 2010년 4월 NEC일렉트로닉스와 르네사스 테크놀로지가 통합 후 개발한 가장 최신의 MCU다.
차량용 반도체는 기술 개발의 어려움 등으로 단기간 내 성과를 내기가 어렵다. 하지만 연비 및 안전에 대한 중요성과 소비자의 첨단 기능 요구 증가로 전자제어시스템 적용이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장밋빛 청사진 가능할까
전 세계 차량용 반도체 시장은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해외 반도체 업체들은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완성차 및 부품 업체와 공동 R&D를 진행하고 있다. 국내 업체들 역시 차량용 반도체 개발의 중요성을 인지하고는 있지만 원천 기술의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국내 집적회로(IC) 수입 의존도는 98.4%에 이르며, 자동조정 및 제어기기, 전기 공급 및 제어장치의 수입 의존도 역시 93.3%, 77.3%로 높은 수준이다. 따라서 국내 업체들의 차량용 반도체 부문에 대한 투자가 절실한 설정이다. 우리나라는 세계 5위의 자동차 생산국으로 엔진이나 미션 등의 관련 기술은 갖췄다. 반면, 새로운 전자장치와 기능을 위해 필요한 차량용 반도체 기술은 크게 뒤져 있다.
이에 국내에서도 메모리 반도체 기반으로 다양한 반도체 양산을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정부는 자동차와 IT의 융합기술 개발을 지원하고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차량용 스마트키, 주차지원 시스템 등과 같은 핵심 제어 부분까지 진출해 차량용 반도체의 국산화 비중을 높여 나갈 계획이다. 다만, 반도체가 개발되더라도 상용화까지는 상당히 오랜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업체들의 실적 개선이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자동차의 IT화가 진행됨에 따라 성장 잠재력이 크게 부각될 전망이다. 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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