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장 노트] 보이저호와 반도체의 거리
  • 2022-09-06
  • 신윤오 기자, yoshin@elec4.co.kr

보이저호의 거리

지금으로부터 45년 전인, 1977년 9월 5일 보이저 1호가 발사됐다. 쌍둥이 우주선인 보이저 2호는 그보다 2주 앞서 8월 20일에 지구를 떠났다. 이들 우주선은 미국 NASA의 그랜드투어 계획에 의해 발사된 외우주 탐사선이다. 이 때만해도 보이저호가 인류가 가장 멀리 보낸 우주선이자 통신이 유지되는 탐사선이라고는 생각한 사람은 없었을 것이다.

보이저 1호는 목성과 토성을 탐사한 뒤 현재 지구로부터 234억 9천만Km 밖에 있고, 보이저 2호는 목성, 토성에 이어 천왕성과 해왕성을 근접 탐사하고 지구로부터 195억Km 거리에서 ‘아직도’ 비행하고 있다.

1990년 2월에는 보이저 2호 카메라를 돌려 그 유명한 ‘창백한 푸른 점’ 지구 사진을 찍었다. 그 당시 보이저 2호와 지구와의 거리는 61억km. 보이저 1호는 2012년 9월에, 2호는 2018년 11월에 태양권의 경계면인 성간우주에 접어들었다. 이들 우주선의 동력은 방사상동위원소 열전 발전기(플루토튬238전지)이다. NASA는 2025년까지 지구에 데이터를 보낼 수 있도록 전력 소비를 최소화했고 내심 2030년까지도 작동되리라 기대하고있다. 우리가 영화 제목으로도 익히 알고 있는 인터스텔라, 즉 성간우주속으로의 항해는 지구와의 교신이 끊어져도 계속될 것이다.



반도체의 거리

1나노미터(nm)는 10억분의 1m를 말한다. 가늠이 되지 않으면 어른 머리카락 굵기의 10만분의 1이라고 생각하면 감이 올까. 이 나노미터 전쟁이 반도체 분야에서 한창이다. 반도체 회로의 선폭 사이의 간격을 최대한 미세하게 만들어 전력소비는 줄이되 생산 효율성은 더욱 높이려는 목적이다.

현재 반도체 파운드리 매출 점유율에서는 TSMC(53.6%)가 삼성전자(16.3%)를 압도하고 있지만, 반도체 미세공정 경쟁에서는 최신 3나노공정 양산에 먼저 성공한 삼성이 다소 앞서는 상황이다. 삼성은 지난 7월 GAA(Gate All Around) 기술을 적용한 3나노 공정 제품을 출하했다. TSMC도 이에 뒤질세라 9월부터 3나노 반도체 양산에 들어가면서 2개월 간의 격차는 무색해졌다.

이제는 3나노를 넘어선 2나노 공정에 주목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2025년부터 2나노 제품 양산에 들어가겠다는 밝혔고, TSMC의 CEO도 2025년부터 2나노 제품을 양산하겠다고 못을 박았다. 최신 미세 공정 제품이 차지하는 비율은 아직 미세하지만, 첨단 공정을 선점하겠다는 자존심 경쟁은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거리감 느끼다

거리(距離)라는 개념은, 둘 사이가 공간적으로 떨어져 있는 정도를 말한다. 한편으로는 둘 사이에 그 성격이나 본질 따위가 서로 일치하지 않는 정도를 일컫기도 하고 사람과 사람 사이에 심리적으로 벌어져 있는 틈을 의미하기도 한다.

인간이 만든 기계 중 가장 멀리 날아가고 있는 보이저호는 인류가 아는 우주의 거리를 날마다 확장하고 있다. 보이저호에는 익히 알려져 있지만 지구인의 메시지가 담긴 골든레코드가 실렸다. 혹시 만나게 될 외계인과의 거리감을 해소시켜줄 것이라는 기대가 담겼다.

초미세 공정에 들어간 반도체 회로선폭 사이의 거리는 인류와 첨단 기술의 간격을 갈수록 좁혀놓고 있다. 기술의 진보를 상징하는 반도체 나노미터 경쟁의 한편에는 중국을 제외한 미국 주도의 칩4동맹이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반도체가 국가간 ‘거리 두기’의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는 현실이다. 거리는 있되 거리감은 없애는 지혜가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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