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장 노트] 지팡이 뱀과 물곰의 비밀
  • 2021-04-06
  • 신윤오 기자, yoshin@elec4.co.kr



지난 2월에 화성에 착륙한 NASA의 화성 탐사선, 퍼시비어런스(Perseverance)호에는 ‘뱀’이 실렸다. 진짜 뱀은 아니다. 정확히는 지팡이를 휘감은 뱀 그림이다. 탐사선 아래쪽 바퀴 옆 섀시에 부착된 작은 알루미늄 판에는 지구를 떠받치는 지팡이와 이를 뱀이 휘감고 있는 그림이 새겨져 있다.

일명, ‘아스클레피오스의 지팡이(Rod of Asclepius)’라고 불리는 이 그림은 짐작한대로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이야기에서 본 땄다.
 
화성 탐사 로버, 퍼시비어런스(Perseverance)호와 뱀 문양 모습(상단 그림, 사진출처: NASA)

아스클레피오스(로마신화에서는 아이스쿨라피우스)는 의학과 치료의 신이다. 태양의 신 아폴론의 아들인 그는 반인반마 케이론에게 의술을 배웠는데 죽은 사람도 살려내는 뛰어난 능력으로 제우스의 노여움을 받아 죽었다. 전해지는 이야기로는 아스클레피오스가 자신에게 다가오는 뱀을 죽였는데 다른 뱀이 죽은 뱀을 치료하기 위해 약초를 가지고 오는 것을 보고 죽음을 이겨내는 비법을 알게 되었다는 설이 있다. 나중에 아폴론의 요청으로 제우스는 그를 별로 만들어주었는데 그 별자리가 바로 ‘뱀주인자리’이다.

지금도 의학계나 군의무대의 상징이 지팡이를 휘감은 뱀 문양으로 변형되어 사용되고 있다. 퍼시비어런스는 2020년 7월에 발사되었고 이 시기는 코로나19가 미국에도 확산일로에 있었기 때문에 그 어느 때보다 의료진의 힘이 필요했다. 펜데믹에 맞선 의료진의 노고를 위로하기 위해 좀 생뚱맞지만 우주선에 뱀을 새겨 코로나를 극복하고자하는 인류의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물곰

우주로 나아간 국내 초소형위성에는 ‘느리게 걷는 동물(완보동물)’ 물곰 100마리가 탑승했다.

국내에서 개발한 차세대중형위성 1호와 함께 조선대와 연세대가 공동 개발한 초소형위성 KMSL 등 3개 위성이 지난 3월 22일, 카자흐스탄 바이코누르 우주센터에서 발사된 소유즈 2.1a 로켓에 실렸다. 큐브위성 3기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2017년 주최한 '큐브위성 경연대회'에서 입상해 함께 우주에 오르게 됐다.

특히, KMSL에는 특별한 손님 ‘물곰’을 태워 우주에서의 생명활동을 관찰한다. 국산 초소형 위성에 생명체를 실어 우주로 보내는 건 처음이라고 한다. 위성 개발팀은 1U 크기의 공간에 물곰 100마리 육성 실험 공간을 만들었다. 생명체로 물곰을 선택한 이유는 그 가공할만한 생명력 때문이다. 치명적인 방사선은 물론 영하 273도의 극저온이나 영상 151도의 고온에도 견디는 물곰은 그 크기(몸길이 1.5mm이하)나 생김새와는 달리 ‘지구 최강의 동물’이라는 별칭을 가졌다.

큐브위성이 지상 680km 상공의 궤도에 도착하면 물을 뿌리는 장치로 물곰을 깨운다는 계획이다. 산소 유출을 막고 수분만 유지되면 현미경과 카메라를 통해 녀석의 모습을 지켜볼 수 있단다. 물속을 느릿느릿 헤엄치는 곰을 닮아서 물곰이라는 이름이 붙었다지만 세계 각국은 이들의 생존 비결을 이용해 우주에서의 생존 방법, 냉동인간 기술, 방사선 피해를 줄이는 방법 등을 연구하고 있다.

이처럼 우주로 날아간 ‘뱀’은 신종 바이러스와 일전을 벌이는 인간의 의지를 나타내고, 역시 우주에 놓여진 물곰은 극한 환경에서의 인간의 생존 가능성을 타진하게 된다. 단지 징그럽고 하찮게 여겼던 생명체가 인간에게 말 그대로 꿈과 희망을 주는 상징이 되기도 한다. 다시 찾아온 봄이 새삼스럽게 느껴지는 것은 단지 필자 뿐이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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