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과학 전동엽 기자] “규제는 원래 막으려던 문제보다 더 큰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각종 규제 때문에 한국의 4차 산업혁명 속도가 늦어지고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근 국회에서 열린 ‘4차 산업혁명을 위한 규제혁신 포럼’은 규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현실을 성토하는 자리가 됐다.
이병태 KAIST 경영공학부 교수는 “우리나라는 디지털 혁명에 대한 수용능력이 없는 사회다”라며 “우리는 물리적인 세상의 규제를 디지털 세상에도 일찍부터 적용해 4차 산업혁명을 거의 받아들이지 않았다. 전 세계 여행객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우버와 구글 지도를 활용할 수 없는 거의 유일한 나라이다.”라며 정부의 규제에 대해 비판했다.
이 교수는 “암호화폐나 ICO는 규제하는 법이 없음에도 정부 기조에 의해 규제를 받고 있다. 은행들은 암호화폐 거래소나 ICO회사들과 외환거래를 해주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암호화폐나 ICO는 규제하는 법이 없음에도 정부에 의해 규제 받아"
이어 그는 “우리나라의 경제 자유도는 재정건전성을 제외하면 한국은 27위에서 29위로 하락하는 반면, 일본은 30위에서 19위로 순위가 상승했다. 이웃 나라에 비해서도 우리나라는 경제자유도를 떨어뜨리고 있고 재산권 보호도 상당히 침해하고 있다”며 우리나라의 규제가 주변국가에 비해서도 많은 편이라고 강조했다.
Berkeley Earth Team의 연구원인 스티븐 모셔(Steven Mosher)는 ‘암호화산업에 관련된 규제와 탈규제에 관하여’라는 주제를 통해 새로운 기술을 바라보는 시선을 지적하며 규제가 가져오는 부작용에 대해 강조했다.
Berkeley Earth Team의 스티븐 모셔(Steven Mosher)
스티븐 모셔는 “수년간 혁신산업에서 일하면서 깨달은 점은 항상 올바른 질문을 던져야지만 혁신할 수 있다는 것이다”라며 새로운 기술을 받아들이는 인식의 방향을 제시했다.
그는 “암호화폐와 관련해 대중들은 ‘사용자들이 암호화폐를 이용해 세금을 피해가려 할 것이다. 이를 어떻게 규제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라며 “그러나 이것은 잘못된 질문이다. 올바른 질문은 ‘어떻게 블록체인을 활용해서 세금을 더 공정하게 걷을 수 있을 것인가?’이다”라고 말했다.
“가상화폐 거래소 불법화한 중국, 그럼에도 비트코인은 여전히 존재해"
스티븐은 과거 미국 금주령을 예로 들며 규제가 낳는 부작용에 대해 강조했다. “1920년대 미국에서는 주류판매를 금지했다. 그렇지만 사람들은 비밀리에 집에서 술을 만드는 장비들을 만들기 시작했고, 술을 만들기 시작했다. 금지는 혁신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지만, 이처럼 모든 혁신이 좋은 방향으로 이뤄지는 것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중국의 가상화폐 규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중국에서는 가상화폐 거래소를 불법화했다. 그럼에도 비트코인은 여전히 존재한다. 현재 중국에서는 개인들이 직접 비트코인을 현금으로 거래한다. 일부는 외국에 가서 거래하기도 한다. 이는 결과적으로 시장의 안정성이 떨어뜨리게 된다”며 다른 부작용들이 생기고 있다고 말했다.
스티븐은 “규제는 자유로운 경제주체들이 가치를 교환하는 것을 대상으로 작동할 때 반드시 실패하게 된다. 사람들은 가치를 교환하기 위해 규제를 피하는 혁신을 일으킨다. 이 혁신은 규제가 원래 막고자 했던 문제보다 더 큰 문제를 만들어낼 수 있다.”며 규제가 가져오는 부작용에 대해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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