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의 가능성과 미래
인공지능(AI)이 중요한 관심사로 떠올랐다. 포브스, 딜로이트, 가트너, 액센추어, 디지털 트렌즈, 테크레이더는 2017년에 주목할 만한 기술로 인공지능과 머신 러닝을 꼽은 바 있다. 포춘과 가디언 역시 이들 기술에 주목하고 있으며, 미국의 뉴욕 타임즈는 “머신 러닝이 컴퓨팅이라고 하는 것 자체를 완전히 바꿔 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인공지능은 이미 반세기 전부터 세상에 존재해 왔으며, 사람이 할 일을 기계에게 시키는 것의 역사는 산업 혁명 시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그렇다면 왜 다시 인공지능인가?
흔히들 생각하는 것처럼 인공지능은 어느 날 갑자기 등장한 기술이 아니다. 이론적 이해의 진보, 대량의 데이터와 우수한 연산 성능을 사용할 수 있게 된 것, 특정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의도 등이 동시적으로 일어남으로써 인공지능이 다시 부활하고 있다. 실제로 인공지능은 21세기에 들어서면서 급격히 개발 및 진화하고, 생활 곳곳으로 파고들기 시작했다. 다만 최근 몇 년 사이에 진화 속도가 갑자기 더 빨라진 것처럼 보일 뿐이다.
강한 인공지능에서부터 약한 인공지능까지
1950년대 중반에 선구자적 인공지능 과학자들은 범용 인공지능(사람과 비슷한 수준의 지능과 인지력, 이것을 ‘강한 인공지능(strong AI)’ 또는 ‘최대 인공지능(full AI)’라고 함)이 가능하며 수십 년 안에 현실화 할 것으로 확신했다. 하지만 이들은 이 과업을 달성하기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과소평가했다.
최근에는 인공지능이 특정 과제를 해결하는 데서 성공을 거두고 있다. 신경망, 컴퓨터 비전, 머신 러닝 같은 첨단 기법들을 사용하는 이러한 ‘응용 인공지능(applied AI)’ 또는 ‘약한 인공지능(weak AI)’ 시스템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초기의 인공지능 구현은 컴퓨터가 상대와 체커 게임이나 체스 같은 전략 게임으로 대결하도록 하는 것이 주를 이루었으며, 대단히 지능적인 기계가 되어야 그 방면의 천재적인 고수와 대결해서 이길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연산 성능이 높아지고 인공지능 기법이 진화함에 따라서 인공지능이 그러한 게임을 스스로 익힐 수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1994년에 치누크(Chinook)는 수년 동안 체커 게임 세계 챔피언이었던 마리온 틴슬레이(Marion Tinsley)와 대결해서 이겼다. 2007년에는 이 게임을 완벽하게 풀 수 있게 됨으로써, 상대 선수가 치누크를 상대로 아무리 잘하더라도 무승부밖에 거둘 수 없게 되었다. 1996년에는 IBM의 딥 블루(Deep Blue)가 체스 게임에서 일반적인 대결 조건으로 당시의 세계 챔피언인 개리 카스파로프(Garry Kasparov)를 물리쳤다.
신경망과 딥 러닝의 결합 - 알파고
이들 게임에서 승리를 거두고 나자 인공지능 연구자들은 바둑으로 눈을 돌렸다. 3천 년 전에 중국에서 시작된 바둑은 바둑판 구성 가능 경우의 수가 10170이라고 하는 어마어마한 숫자에 이를 만큼 지극히 복잡한 게임이다. 이 숫자는 알려진 우주에서의 총 원자 수보다도 많은 것이다. 이처럼 경우의 수가 엄청나기 때문에 이전의 ‘브루트 포스(brute force)’ 기법(모든 가능한 위치들에 대해서 검색 트리를 구축하는 것)은 거의 사용할 수 없게 되었다. 딥마인드 테크놀로지스(Deepmind Technologies, 2014년에 구글에 인수)는 딥 러닝을 적용한 신경망이 바둑 게임에서 상대와 얼마나 잘 대결하는지 알아보기 위한 연구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연구자들은 알파고를 수 많은 게임에 노출시켜서 스스로 게임을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런 다음 자신을 상대로 수천 번의 바둑을 두게 했다. 그럼으로써 강화 학습(reinforcement learning)이라고 하는 프로세스를 통해서 자신의 실수로부터 배우도록 함으로써 점진적으로 능력을 향상시켰다. 2015년에 알파고는 핸디캡 없이 프로 바둑 기사(유럽 챔피언 타이틀 3회 보유자인 판 후이(Fan Hui))를 이긴 최초의 컴퓨터가 되었다. 그리고 알파고는 세계 챔피언 타이틀 18회 기록 보유인 전설적인 기사 이세돌과 대결해서 이김으로써 바둑에서 가장 높은 단수인 9단을 땄다.
인공지능 효과
진정한 인공지능의 실현을 의미할 수 있는 중대한 전환점에 도달하고서도 사람들은 매번 그것을 ‘단순한 컴퓨터’일 뿐 진정한 인공지능은 아니라고 깎아내리려고 한다. 이러한 현상을 ‘인공지능 효과(AI Effect)’라고 한다. 파멜라 맥코덕(Pamela McCorduck, 인공지능의 역사에 관한 다수의 책 발간)이나 케빈 켈리(Kevin Kelly, <와이어드(Wired)> 잡지의 창립 편집자) 같은 저자들은 이 현상을 책으로 다루기도 했다.
딥 블루 같은 컴퓨터가 사람인 체스 챔피언과 대결해서 이기고도 그 외의 다른 일은 하지 못할 때 그것은 우리가 초고도 지능의 인공지능에 대해서 갖는 기대와는 거리가 있는 것이다. 마술의 원리를 이해했을 때처럼 어떻게 그렇게 하는지 이해하게 되었을 때 우리는 그러한 성취가 별 것 아닌 것처럼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그 동안 진보되고 성숙된 인공지능은 오늘날 알게 모르게 다양한 일상적인 애플리케이션들에 사용되고 있다. 그러한 기법들로써 광학 문자 인식(optical character recognition, OCR), 자연어 처리(natural language processing, NLP), 이미지 인식 같은 것을 들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인공지능 연구자들은, 진정한 인공지능이란 그것이 무엇이 되었든 “지금까지 하지 않았던 어떤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재정의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한다.
이와 동시에, 이전에는 강한 인공지능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일들이 약한 인공지능을 사용해서도 할 수 있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사진 앱과 스마트폰의 얼굴 인식에서부터 넷플릭스, 유튜브, 아이튠즈, 아마존 같은 콘텐츠 제공 네트워크의 추천 엔진, 고객 서비스 챗봇, 시리와 알렉사 같은 가상 비서에 이르기까지, 사람들이 인식하지도 못한 사이에 인공지능은 점점 더 우리의 일상 속으로 파고들고 있다.
인공지능의 다음 발전 단계는?
기술 사업가이자 투자자인 산디야 벤카타차람(Sandhya Venkatachalam)은 2017년 세계 경제 포럼(World Economic Forum) 기고글에서 우리는 지금 완전히 새로운 컴퓨팅 패러다임의 문턱에 와 있다고 말했다. 이 패러다임으로 진입해서, 일단 사람이 무엇을 하고 싶어 하는지 기계가 이해하고 예측할 수 있게 되면 결국 기계는 사람을 위해서 그 일을 해내게 될 것이라고 한다.
오늘날의 인공지능은 최대 인공지능이라고 할 수는 없고, 좁은 범위의 정해진 일만 할 줄 안다. 가상 비서는 사람의 언어를 이해하고, 대량의 데이터를 검색하고, 적절한 대답이나 동작으로 반응할 수 있다. 하지만 집안 청소나 자동차 운전은 못한다. 마찬가지로 자율주행 자동차는 체스를 두거나 요리를 하지 못한다. 이러한 종류의 인공지능은 사람이 이미 꽤 잘하는 한두 가지 일을 할 수 있을 뿐이다. 하지만 사람의 시간을 절약하고 그 일을 대부분의 사람들보다 훨씬 더 잘할 수 있다.
벤카타차람은 지난 5년 사이에 인공지능이 빠르게 발전할 수 있었던 토대들이 어떤 것인지를 지목했다. 모든 사물로 센서, 프로세서, 커넥티비티가 추가되고 있다. 그리고 원천이 되는 다양한 유형의 데이터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데이터가 새로운 원유”가 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데이터에 의해 구동되는 “머신 러닝이 새로운 내연 엔진이 되어가고 있다.” 정제되지 않은 데이터를 취하여 여기에 알고리즘과 수학 모델을 적용함으로써 그 안에 내재된 패턴들을 알아낼 수 있다. 그러면 그 패턴을 통해 새로운 데이터가 향후 예상되는 결과에 부합하는지 여부를 알 수 있다.
ADAS - 점점 가까워지는 자율주행 자동차
인공지능을 적용한 중요한 애플리케이션 중 하나로 첨단 운전자 지원 시스템(advanced driver assistance system, ADAS)을 들 수 있다. ADAS가 발전하면 마침내 자율 자동차가 도로를 달리는 날이 현실이 될 것이다. 지금까지 많은 ADAS는 전통적인 비전 알고리즘을 사용해서 구현되었다. 이러한 시스템은 차선 감지나 충돌 경고 같이 단순하면서 독립적인 임무를 수행한다. 하지만 ADAS의 범위와 기능성이 계속 확장되면서 환경을 동시적으로 감지하고 상호작용하는 것이 갈수록 복잡해지고 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인공지능/머신 러닝의 확장적인 접근법이 제 가치를 발휘할 수 있다. 딥 러닝 기법은 데이터를 학습하는 것을 근간으로 한다. 시각적 또는 동작상의 특징을 학습할 수 있다. 그리고 또 중요한 점으로서, 인공지능은 전통적인 알고리즘보다 훨씬 더 잘 일반화할 수 있고, 그렇게 함으로써 견고성을 높인다. 딥 러닝은 사람의 뇌가 학습하는 방식을 흉내 내어 패턴과 관계를 인식하고, 언어를 이해하며, 모호한 상황에 대응할 줄 안다.
인공지능과 보안성
인공지능이 유용한 또 다른 분야는 보안이다. 기업에서는 머신 러닝을 사용해서 자원이 제한적인 팀원들의 능력을 배가할 수 있고 이를 통해 보안 침입이나 위험성을 더 잘 감지할 수 있다. 따라서 더 빠르고 효과적인 대응이 가능하다. 사이버 보안을 위해서 네트워크 트래픽을 검사해서 평상시와는 다른 악의적인 또는 허가되지 않은 액세스나 동작을 감지할 수 있다. 인공지능은 특히 패턴이나 비정상적인 이상을 인식하는 데 뛰어나므로 보안 위협을 감지하기 위해서 훌륭한 도구로 활용될 수 있다.
물리적 보안과 감시를 위해서도 역시 딥 러닝 기반 비디오 분석을 사용할 수 있다. 스마트 카메라는 집 주변을 모니터링하고, 평상적이지 않은 접근을 감지하고, 얼굴 인식을 하고, 안전한 것과 경계해야 할 것을 구분할 줄 안다. 스마트 시스템은 일련의 센싱 기술을 사용해서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포착하고 그에 따라서 지능적으로 대응할 줄 안다. 예를 들어서 화재를 감지하고 집에 누가 있는지를 식별할 뿐만 아니라 비상 상황이 발생되었음을 자동으로 알려줄 수 있다. 그러므로 가정이나 사업장에 안전하고 맞춤화 된 보안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다.
인공지능이 해결해야 할 과제
인공지능이 당면한 가장 시급한 과제는 딥 러닝 시스템을 위해 필요한 방대한 데이터 양이다. 빅데이터와 사물인터넷(IoT)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어디든지 센서와 커넥티드 기기들을 연결해서 점점 더 많은 데이터를 손쉽게 포착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데이터를 얻기가 여전히 쉽지 않은 곳도 있을 수 있다. 예컨대 의료 분야의 경우에는 법규적으로, 윤리적으로 데이터에 접근하는 데 제약이 있을 수 있다.
또 다른 과제는 필요한 프로세싱 성능이다. 인공지능의 사용이 늘어나면서 그에 필요한 성능을 제공하기 위해서 전문적인 하드웨어가 개발 및 향상되고 있다. DSP, GPU, FPGA 모두가 신경망 및 딥 러닝 애플리케이션에서 하드웨어 성능을 가속화하는 데 사용되고 있다. 또 어떤 회사들은 인공지능 전용 하드웨어를 개발하기도 한다.
2016년에 인텔에 인수된 모비디우스(Movidius)는 딥 러닝 및 머신 비전 알고리즘 용으로 최적화된 초저전력 프로세서 칩을 내놓았다. 비전 프로세싱 유닛(VPU)이라고 불리는 제품이다. 이 칩 제품은 전력 효율과 성능을 최적화함으로써 스마트폰, 드론, 스마트 카메라, 웨어러블 같은 기기에 딥 신경망 및 컴퓨터 비전 기능을 구현할 수 있다. 시스템온칩(SoC) VPU와 더불어, 모비디우스는 USB 드라이브로 된 플러그-앤-플레이 VPU로서 ‘뉴럴 컴퓨트 스틱(Neural Compute Stick)’이라고 하는 것을 제공한다. 이 제품을 사용하면, 특히 신경망 프로토타입을 개발하거나 신경망 학습을 할 때 인공지능을 보다 쉽게 구축할 수 있다.
인공지능이 점점 더 보편화 하면서, 인공지능을 어디에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중요해지고 있다. 디바이스 상에 로컬로 구현할 것인가? 아니면 클라우드 기반으로 할 것인가? 최근까지 하더라도 대부분의 어려운 일은 클라우드를 사용했다. 클라우드를 활용함으로써 애플, 구글, 아마존 같은 거대 기업들이 손쉽게 프로세싱 성능과 네트워크 아키텍처를 확장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점점 더 많은 일상적인 애플리케이션들에 인공지능이 내장됨에 따라서 지연 시간과 신뢰성이 중요하게 되었다.
만약 클라우드 연결이 잠시 불안정해져서 시리나 알렉사가 레스토랑을 추천하거나 응답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더디어지면 우리는 그 정도는 기다릴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ADAS는 다르다. 자율주행차가 보행자나 다른 자동차와 충돌을 피하도록 하는 일은 신뢰성 높게, 그것도 실시간으로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하려면 프로세싱이 에지 상에서 처리돼야 한다.
인공지능은 앞으로 계속해서 발전하고 그만큼 우리의 일상을 더욱 편리하고 윤택하게 바꾸게 될 것이다. 물론, 해결해야 할 과제들도 매우 많겠지만 그것들 역시 결국엔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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