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퍼루프, 불판은 깔렸다
  • 2017-03-03
  • 김영학 기자, yhk@elec4.co.kr



최근 몇 년간 새로운 교통수단에 대한 관심이 뜨거웠다. 현재의 열차를 대체할 하이퍼루프가 그것이다. 세계 각지에서는 2020년 하이퍼루프 도입을 목표로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괴짜 CEO, 고속열차에 불만 품고 새로운 개념 제시

2013년, 전기차 회사인 테슬라모터스와 민간 우주개발업체인 스페이스X 창립자 엘론 머스크(Elron Musk)는 미국 서해안의 도시를 연결하는 새로운 콘셉트의 열차를 고안했다. 엔론은 이 열차를 ‘하이퍼루프(Hyperloop)’라 불렀고, 관련 내용을 정리한 58페이지 분량의 아이디어를 회사 홈페이지에 게재했다.
엘론이 하이퍼루프를 고안하게 된 배경은 캘리포니아 주가 2029년 완공 예정인 600억 달러짜리 고속철도 사업승인에 대한 실망감에서 출발한다. 그는 “고속철도가 비행기와 자동차에 대한 훌륭한 대안이 될 수는 있지만 여전히 느리고 비싸다”고 지적했다.
 
엘론의 말처럼, 속도는 안전성, 경제성, 편의성 등과 함께 교통수단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역사적으로 볼 때 교통수단은 속도의 발전에 안전성, 경제성, 편의성 등이 더해지면서 발전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바퀴에서 증기기관차, 그리고 내연기관 등으로 발전한 모습이 그 증거다.
엔론은 20세기 초중반에 병원, 사무실, 우체국 등에 사용되던 기송관(Pneumatic Tube)의 원리에서 착안해 공기부상방식을 고안했다. 긴 관을 만들고 기압을 줄인 후 공기를 빼거나 불어넣는 등 공기의 힘으로 물건을 나르는 기송관처럼, 하이퍼루프 역시 긴 튜브 형태의 터널을 진공 상태로 만들어 공기의 힘으로 밀어내는 원리를 적용한 것이다.
 
진공 터널을 이용한 초고속 이동 시스템을 구상한 것은 엘론이 처음은 아니다. 이 개념은 이미 1910년 제기된 바 있으며, 1972년 R.M. 솔터(R.M Solter)는 ‘초고속 이동 시스템(VHST)’라는 논문을 발표한 바 있다. 미국 콜로라도에 위치한 ET3는 솔터의 원리에 기반을 둔 초고속 이동 시스템(VHST)를 개발 중인데, 6명을 태울 수 있는 캡슐에 전기모터를 달아 진공 터널을 이동시키는 개념이다. ET3는 평균 시속 600 km, 최대 시속 6,500 km까지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엘론은 ET3가 개발 중인 방식에 몇 가지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하며 하이퍼루프의 상용화 가능성이 더 높다고 봤다.
엘론이 주창한 하이퍼루프는 지금까지의 교통수단 시스템에 획기적인 변화를 이끌어냈다고 볼 수 있다. 테슬라 홈페이지에 등장한 하이퍼루프는 지름 3.5 m의 탑승용 캡슐(수용인원 28명)이 시속 1,200 km로 달리게 된다. 이 속도라면 로스앤젤레스에서 약 610 km 떨어진 샌프란시스코까지 35분 만에 주파하게 된다. 운행비용은 1인당 약 20달러이기 때문에 교통비용 측면에서도 획기적이다.
보고서를 발간한 후 하이퍼루프는 순식간에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당시 캘리포니아 고속철도를 대체할 수단으로는 채택될 수 없었다. 안정성이 검증되지 않았으며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게 정부관계자의 설명이었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하이퍼루프를 둘러싼 기술이 끊임없이 발전하고 있으며 실제로 구현하기 위한 시도 역시 여러 국가에서 진행되고 있다.


태양광으로 움직이는 초고속 캡슐

테슬라가 주목받게 된 배경은 화석연료 없이 순수 전기의 힘으로 가는 전기자동차(EV)를 대중화시켰기 때문이다. 하이퍼루프도 마찬가지다. 하이퍼루프는 이동통로에 태양광 패널을 부착해 100% 태양광을 동력으로 사용한다. 특히 엘론의 보고서는 에너지를 저장해 두었다가 사용이 가능하다는 측면에서 에너지저장장치(ESS)에 대한 이슈도 함께 주목 받게 만들었다. 하이퍼루프 구동에 사용하고 남은 전력은 에너지저장장치에 저장해두었다가 날씨가 흐리거나 밤에 사용하도록 설계됐다. 엘론은 테슬라 Model S에 사용되는 리튬이온전지가 사용된다고 밝혔다.
또한 에너지는 압축공기 형태로 저장될 수 있는데, 압축공기는 전기 팬을 역방향으로 구동해 에너지를 생성하게 된다. 캡슐에 장착된 압축기는 캡슐을 우회하는 공기를 압축해 원활한 주행을 도우며 캡슐을 지탱할 수 있는 공기 베어링에 공기를 공급한다. 압축기는 바로 뒤에 위치한 모터에 의해 작동하는데, 이 모터는 캡슐 반대편에 위치한 전지로부터 전원을 공급받는다. 1회 충전으로 45분간 전력 공급이 가능하므로 주행시간 35분에 필요한 동력 이외의 추가 전력을 저장할 수 있다.
공기역학 및 설계
고속 주행의 경우, 일반적으로 공기저항을 극복하기 위해 최대 전력 요구사항이 필요하다. 공기역학 항력은 속도의 제곱에 비례하므로 전력 요구량은 속도의 세제곱으로 증가한다. 예를 들어, 차량이 2배의 속도로 주행하려면 공기역학적 저항의 4배를 극복해야하고, 8배의 힘이 필요한 것이다.
하이퍼루프의 공기압은 화성 대기 압력의 1/6 정도다. 이는 100파스칼의 작동 압력으로, 해수면 조건에 비해 공기의 항력을 1,000배 감소시키고 고도 15만 피트 이상으로 비행하는 것과 같다.
하이퍼루프는 교통, 에너지저장, 태양광 등 기술의 집약체다. 이론적으로 하이퍼루프는 자기장의 힘으로 추진력을 얻어 공기가 거의 없는 아진공(진공에 가까움) 상태로 만든 지름 3.5m의 터널을 최대 시속 1,224 km로 날아가듯 이동할 수 있다. 하이퍼루프 열차에는 영구전류가 통하는 초전도 전자석이 탑재되며 터널 바닥에는 열차에 장착된 자석과 자기력을 주고받을 수 있는 자기장이 흐르도록 만든다. 자기장을 만드는 전력은 진공터널의 외부에 장착된 태양전지 판을 이용해 공급받는다.

이러한 최첨단 기술로 관련 전문가들은 하이퍼루프가 실제 움직이는 데에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했다. 당시에는 자기장을 이용해 추진력을 얻고 공기역학을 이용해 마찰력을 줄여 시속 1,200 km로 움직이기 위해서는 기술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최근 하이퍼루프 기술이 현실화되고 있는 추세다. 


엘론 머스크, 하이퍼루프 붐 조성

엘론이 설립한 스페이스X는 자체적으로 하이퍼루프를 개발하지 않는다. 하지만 학생과 엔지니어가 프로토타입을 개발하도록 장려하기 위한 다양한 대회를 개최해왔다. 이를 위해 스페이스X는 미국 캘리포니아에 약 1.6 km(1마일)의 테스트 트랙을 건설했다. 그리고 스페이스X 하이퍼루프 디자인 대회를 개최해왔다.
2016년 1월 30일 종료된 이 대회에는 100개가 넘는 프로토타입 포드 디자인이 제출됐다. 이 중 20개 팀이 같은 해 6월 스페이스X 하이퍼루프 테스트 트랙에서 디자인을 테스트할 기회를 얻었다. 이 대회에서 MIT 대학원생으로 구성된 팀이 ‘Best Overall Design’ 상을 수상했다.
많은 하이퍼루프 디자인이 에어제트를 사용해 부상하는 방식으로 디자인했다면, MIT 팀은 두 개의 네오디뮴 자석을 배열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2017년 1월에 완료된 ‘스페이스X 하이퍼루프 대회’에서는 완성된 포드를 테스트 트랙에서 시험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는데, 네덜란드의 델프트 대학 팀이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스페이스X의 콘테스트는 공학도나 엔지니어에게 좋은 도전의 기회였다. 그리고 하이퍼루프 개념은 많은 기업들의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처음엔 엘론의 아이디어에서 출발했지만, 하이퍼루프의 현실화에 있어서는 새로운 신생기업들이 주인공으로 등극하고 있다. 대표적인 기업이 하이퍼루프 원(Hyperloop One)과 HTT(Hyperloop Transportation Technologies)다. 두 기업은 하이퍼루프 테스트에 성공하며 세계 각국으로부터 라이선스 계약이 이어지고 있다.

하이퍼루프 원, 하이퍼루프 기술 견인 
두바이에 하이퍼루프 건설
두바이 교통 당국은 하이퍼루프 원과 하이퍼루프를 설치하기로 계약을 맺었다. 고려 중인 노선 중 하나는 UAE 수도인 아부다비와 두바이를 연결하는 약 164 km 구간으로, 자동차로는 1시간 넘게 걸리는 거리를 하이퍼루프 설치 시 12분으로 단축시킬 수 있다. 또한 두바이 국제공항에서 사우디아라비아의 수도인 리야드까지는 48분, 카타르의 수도인 도하까지는 23분이면 닿을 수 있다.
하이퍼루프 원의 포드는 원형으로 4개의 캡슐이 하나의 세트로 구성돼 있다. 캡슐 안에는 승객을 태운 포드, 화물용 포드 3개로 구성되는데, 터미널에 도착한 하이퍼루프 포드에서 승객이 내릴 필요 없이 야외에 있는 도로로 나갈 수 있게 설계돼 있어 포드를 탄 채 목적지까지 이동할 수 있다는 게 특징이다.
사실 두바이는 하이퍼루프뿐만 아니라 다양한 첨단 운송수단의 도입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두바이 도로교통청(RTA)는 2016년 11월 14일, 제2회 국제퓨처모빌리티 회의에서 수소연료전지로 움직이는 택시를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발표했다. 특히 해당 전시에서는 수소연료전지 자동차인 도요타의 미라이(MIRAI)가 전시되기도 했다. 미라이는 한 번 충전으로 약 500 km까지 주행할 수 있으며 배출가스도 없고 충전도 몇 분 내에 완료된다.
두바이 도로교통청은 지금껏 일부 택시를 하이브리드형으로 교체해왔으며 전기로 가는 아브라(두바이 시내를 관통하는 소형 여객선)도 운행 중이다. 또한 2016년 9월에는 전기로 가는 무인운전 버스인 ‘EZ10’을 중동에서 처음으로 시험 운행했다. 무인운전 벤츠 자동차도 두바이부터 아부다비까지 사고 없이 운행에 성공한 바 있다.
두바이는 2009년부터 무인운전 전철을 개통해 운행하고 있으며 2021년까지 운송수단의 25%를 무인운전 방식으로 대체할 계획이다. 두바이가 이렇게 차세대 운송수단에 주목하고 있는 이유는 석유가 풍부한 산유국이면서도 석유 이후의 시대를 대비하고 환경오염을 줄이겠다는 의지의 반영이라 할 수 있다.


실제 크기의 하이퍼루프 주행 시험 예정 
2016년 5월 11일 하이퍼루프 원은 첫 번째 시험 주행에 성공했다. 당시 미국 네바다 주 사막에 있는 시험 노선에서 1.1초 만에 시속 187 km를 돌파하는 데 성공했다. 최고 속도는 시속 483 km에 달했다. 비록 제동장치가 없어 모래를 이용해 정지했지만 초음속 자기부상열차인 하이퍼루프의 기술적 실현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보여준 첫 사례였다.
하이퍼루프 원은 이 시험 주행을 통해 5월 10일 프랑스 국영 철도회사 SNCF와 GE의 벤처 자회사인 GE벤처스 등으로부터 8,000만 달러(약 952억 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항만업체인 DP두바이월드도 5,000만 달러를 투자해 2020년 첫 화물을 하이퍼루프를 통해 운송할 계획이다.

이어 2016년 6월, 상트페테르부르크 국제경제포럼에서는 하이퍼루프 원과 러시아 교통부 간에 2020년 초까지 러시아 극동 도시 자루비노의 슬라뱐카항과 중국 지린성을 연결하는 300억 루블(약 5,100억 원) 규모의 프로젝트 추진과 자금 지원에 대한 협정이 체결됐다.
하이퍼루프 원은 2019년까지 화물을, 2021년까지는 사람을 하이퍼루프를 이용해 이동시킨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처음 하이퍼루프 개념이 등장할 때만해도 상업적 실현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4년만인 2016년 기술적 성과는 프랑스, 독일 등의 철도회사와 러시아 대기업까지 투자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하이퍼루프 원이 주행 시험에 성공함에 따라 당초 예상보다 하이퍼루프 도입이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2016년 7월에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 하이퍼루프 공장을 공개했는데, 약 9,750평방미터 규모의 이 공장에는 엔지니어, 기계공, 용접공 등을 포함한 170여 명의 직원이 배치돼 있다. 이곳에서는 하이퍼루프 프로토타입의 구성요소를 테스트하고 생산 시스템 구축을 통해 하이퍼루프의 상용화를 앞당길 계획이다.
또한 하이퍼루프 시험용 트랙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 건설해 올 상반기 내로 실제 열차 크기를 이용한 테스트 주행을 시작할 계획이다. 하이퍼루프 시스템을 개발 중인 하이퍼루프 원은 올 1월 3일, 네바다 주 라스베이거스 북동쪽에 위치한 에이펙스에 500 m에 달하는 시험용 트랙을 건설하고 시험 주행을 3개월 안으로 시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이퍼루프 원의 닉 얼(Nick Earl) 수석부사장은 “실제로 차체가 떠올라 속도를 올리고 감속하는 과정을 거칠 것이며, 몇 달 뒤에는 주행거리를 킬로미터 단위로 연장해 시험을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이퍼루프 원은 자동 주행이 가능한 차체를 만들고 원통형 튜브에 넣은 다음, 튜브에서 공기를 빼고 전자석을 이용한 리니어 모터와 패시브형 전자기 부상 기구를 이용해 수평으로 정렬된 튜브 속을 고속 주행하는 4가지 자체 기술을 결합해 실행 구조를 도입할 계획이다. 하이퍼루프 원에 따르면, 패시브형 전자기 부상 기구는 자석을 특수 배열해 전력을 크게 줄일 수 있는 메커니즘으로, 액화질소 등을 이용한 영구자석으로 부상하는 구조와 비교할 때, 전력 절감에 따른 비용 및 운임 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하이퍼루프 원은 2020년 화물용 하이퍼루프 실현을 목표로 개발을 진행하고 있으며, 2016년 초부터 테스트 시설 건설을 추진해 구체적인 실험 시작 단계에 접어들었다.


HTT, 수동 자기부상 방식으로 승부 
하이퍼루프 원의 가장 강력한 경쟁사는 HTT다. 하이퍼루프 원이 민간 투자자금으로 하이퍼루프를 개발하고 있다면, HTT는 공동기금, 공동연구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참여기관으로는 ANSYS(시뮬레이션), 글로칼 네트워크, UCLA(소셜 인터페이스 연구) 등이 있다.
또한 HTT는 2015년 8월 20일 진공기술 전문 엔지니어링 회사인 올리콘 라이볼트 베큠(Oerlikon Leybold Vacuum), 인프라 디자인 회사인 에이컴(Aecom)과 제휴를 맺었다. 스톱옵션 보상을 조건으로 개발에 참여하는 회원도 공개 모집했는데, 미 항공우주국(NASA)와 항공기 제조업체인 보잉, 스페이스X에 소속된 약 400여 명의 엔지니어가 신청했다.

하이퍼루프에 있어 가장 중요한 기술 중 하나는 튜브 감압 기술이다. 진공 기술의 선두기업으로 꼽히는 올리콘은 당시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의 대형 강입자 충돌기(Large Hadron Collider: LHC) 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한 경험에 비해 하이퍼루프 감압 기술 개발은 어려운 게 아니라고 밝히기도 했다.
HTT는 하이퍼루프 원의 주행 시험 이틀 전 선로와 열차에 영구자석을 장착해 열차를 띄우는 수동 자기부상 기술 특허를 받았다. HTT의 수동 자기부상 방식은 두 개의 자석 시스템을 결합해 추진과 부상의 힘을 얻는 구조다.
첫 번째 시스템은 차량에 탑재된 배터리에 전력을 제어하는 전력 조정 장치와 리니어 모터 방식으로 차량에 추진력을 제공하는 스러스트 코어(Thrust Core)로 구성돼 있다. 두 번째 시스템은 차체를 지면에 띄우는 할바흐 배열(Halbach Array)의 인덕트랙 방식(Inductrack)의 부상 시스템으로, 차체에는 할바흐 배열의 영구자석을 장착하고 궤도의 튜브 바닥에는 코일을 내장한다.
코일은 전원이 공급되지 않는 양쪽 끝이 닫힌 폐쇄회로로, 차체에 설치된 할바흐 배열의 영구자석이 코일에 가까워지면 유도 전류가 발생해 반대방향으로 자력이 생겨 부상력을 얻게 된다. 감속할 때에는 리니어 모터를 역방향으로 작동시켜 브레이크로 이용하게 된다. 특히 전기에너지를 회수해 배터리를 충전하는 회생제동장치가 탑재돼 있어 에너지 효율 향상에도 도움이 된다. 감속이 되면 인덕트랙 방식에 의한 부상력도 사라지며 차체가 궤도 튜브에 접촉하기 때문에, 저속 주행 시에는 타이어나 휠과 같은 바퀴 시스템을 사용하게 된다.
 
자기부상 기술은 1971년에 입증됐으나 복잡하고 비용이 많이 들어 상업화가 지연됐다. 하지만 2004년 중국의 푸둥 국제공항역에서 상하이 지하철 2호선 룽양루역까지 이어지는 고속 자기부상열차가 등장하면서 실현됐다. 그러나 1.6 km당 6,320만 달러나 투입됐는데, 이는 100m당 약 44억 7,700만 원에 달해 비용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했다.
HTT의 수동 자기부상 기술은 인프라 비용과 에너지를 크게 절감할 수 있으며 포드가 움직일 때만 부상한다는 측면에서 효율적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정전과 같은 사고가 발생해도 포드가 멈출 때까지 열차가 떠 있을 수 있어 안정성까지 갖춘 기술로 평가받고 있다. 
HTT는 2016년 3월 슬로바키아의 수도 브라티슬라바와 오스트리아의 수도 빈, 헝가리의 수도 부다페스트를 하이퍼루프로 연결하겠다는 계획을 공개한 슬로바키아와 계약을 맺었다. 슬로바키아 정부는 하이퍼루프 시스템 도입 계획을 밝히면서 브라티슬라바에서 부다페스트까지 약 10분 이내에, 부다페스트에서 빈까지는 약 8분 이내에 돌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또한 HTT는 올 1월 18일 슬로바키아의 브라티슬라바와 체코의 브르노, 프라하를 잇는 하이퍼루프 건설을 검토하겠다는 합의 문서에 서명했다. 호주 멜버른에서 건설을 위한 예비 거래 문의도 받은 상태다. 이번 체코와의 합의는 타당성 검토와 건설 결정까지 시간이 필요하지만, 실제 건설될 경우 브르노의 철도 혼잡이 완화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브르노의 경우 매일 5만 명 이상의 승객이 왕복하는 체코에서 가장 오래된 역이다.
 

전략적 차이 
하이퍼루프 원과 HTT는 전략 측면에서 차이를 보인다. 우선, 하이퍼루프 원은 여러 국가와 협력사업을 통해 빠른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다. 2016년 7월 하이퍼루프 원은 스웨덴 스톡홀름과 핀란드 헬싱키를 하이퍼루프로 연결하는 사업에 대한 기술 타당성 조사 자료를 공개했다.
두 도시 간의 거리는 약 482 km로, 주요 교통수단은 비행기였다. 비행기로 두 도시를 여행할 경우 약 1시간이 소요되는데, 수속 및 대기 시간까지 포함하면 3.5시간, 페리(Ferry)를 이용하면 17시간 30분이 소요된다. 만약 하이퍼루프로 두 도시가 연결되면 28분 만에 도착이 가능한데, 절약되는 시간으로 환산하면 연간 3억 2,100만 유로(약 4,136억 원), 4,300만 명의 승객 수송으로 인한 10억 유로(약 1조 2,887억 원)의 수익을 거둘 수 있다고 밝혔다.
스톡홀름과 헬싱키를 연결하기 위해 하이퍼루프 원은 발트해의 해저 바닥에 튜브를 설치해 터널로 연결하는 방식을 제시했다. 이와 관련 회사는 “190억 유로(약 24조 원)의 건설비용이 예상되나, 이는 고속철도 건설비용의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특히 바다로 나뉜 두 도시의 여행시간을 크게 단축한다는 측면에서 경제적으로도 의미가 크다”고 주장했다.
또한 2016년 6월 21일에는 러시아 모스크바의 하이퍼루프 건설 프로젝트의 타당성 조사를 위한 계약 체결 소식을 전했다. 이는 1,600만 명이 거주하는 모스크바를 기점으로 하이퍼루프를 대중교통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조사인 동시에, 유럽 전역과 중국까지 저렴하고 빠르게 화물을 수송할 수 있는 고속 화물 시스템 구축이라는 목표도 내포하고 있다.
반면, HTT는 협력 생태계 조성을 중시하는 전략을 추구한다. 회사 직원 수를 최소화해 운영하고 있으며 스톡옵션을 기초로 프리랜서 형태로 프로젝트 참가자를 모집해 개별 프로젝트 중심으로 운영하고 있다. 보잉, NASA 등에 근무하는 엔지니어가 여가시간을 활용해 하이퍼루프 프로젝트에 참여해 의견과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있다는 것이 HTT의 전략을 뒷받침한다.
이에 대해 HTT의 더크 알본(Dirk Ahlborn) 최고경영자(CEO)는 “하이퍼루프 프로젝트는 엔지니어, 과학자, 반테러 전문가 등을 비롯한 여러 전문가들이 펼치는 하나의 운동(Movement)”이라고 말했다.
 
하이퍼루프 원과 HTT 이외에도 하이퍼루프 개발에 참여하고 있는 곳은 많다. 캐나다 트랜스포드(TransPod)는 토론토와 몬트리올을 30분 안에 이동 가능한 하이퍼루프와 파이프라인 시스템을 2020년까지 건설할 계획이다. 두바이 미래재단은 하이퍼루프로 두바이-에미리트 165 km 구간을 10분 이내로 연결하기 위한 국제공모대회를 주최하기도 했다.
스웨덴 스톡홀름과 핀란드 헬싱키 구간, 영국 런던과 버밍햄 구간 등도 하이퍼루프 도입을 검토 중이며, 중국은 서남 교통대를 중심으로 축소형 아진공 튜브 트레인 모델을 개발해 시속 30 km로 실험 중이다.
한편, MIT 연구팀은 스페이스X의 지원을 받고 있으며, 스카이트랜(Skytran)은 2016년 5월에 최대 4명이 탑승 가능한 차량 기술을 발표하고 이를 위해 나이지리아에 약 50 km의 트랙을 건설하기로 했다.

한국, 하이퍼루프 연구 시작 
우리나라도 초고속 교통수단 개발에 나섰다. 2016년 7월 20일 울산과학기술원(UNIST)은 하이퍼루프 핵심 요소기술 개발을 위한 유루프(U-Loop)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5년에 걸쳐 추진될 이 프로젝트는 기획 단계부터 미국 하이퍼루프 연구방향과 차별화된 요소를 발굴, 프로젝트 설계에 반영할 계획이다.
열차 부상 및 추진 방법은 공기압의 차이를 이용한 방식이 아닌 자기부상 방식을 활용할 계획이다. 자기부상 방식은 전력 공급량이 많이 필요한 단점이 있는데, 이를 극복하기 위해 태양전지, ESS 등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한 ‘지능형 전력망(Smart Grid)’ 시스템을 터널의 일정 구간마다 도입할 계획이다.

‘지능형 전력망’ 시스템은 최적의 시간에 전력을 주고받음으로써 가장 효율적인 전력의 공급과 소비가 가능하다. 열차의 추진을 위한 최적화된 전력공급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또한 하이퍼루프 튜브 내 공기저항 감축과 제어에는 ‘공기압축기’를 설계해 적용한다. 이 과정에서 UNIST의 강점인 슈퍼컴퓨팅 기술을 토대로 유체해석과 고속화 영향 분석 등을 거쳐 튜브 내 공기저항을 최적화할 계획이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KICT)는 지난 1월 9일 전 세계 대상의 ‘하이퍼루프 글로벌 챌린지’ 도전 과제 공모에서 KICT, 한국교통연구원, 한양대학교가 컨소시엄으로 참여한 하이퍼루프 연구단이 최종 후보 중 하나로 선정됐다고 발표했다.
하이퍼루프 원에서 주관하는 하이퍼루프 글로벌 챌린지에서는 약 2,600여 건의 제안 중 35건이 최종 후보에 올랐다. 하이퍼루프 글로벌 챌린지는 2월 28일 인도 뉴델리, 4월 6일 미국 워싱턴 DC, 4월 27일 영국 런던 등 3회의 쇼케이스를 진행한 후 운송수단 모델링, 비디오 및 제안서 심사, 공개 토론 등을 거쳐 최종 사업제안 대상을 채택할 예정이다.
KICT는 연구원의 미래 먹거리 창출 및 관련 기술 선도를 목적으로 하는 ‘X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2016년 ‘하이퍼루프 연구단’을 출범시켰다. 하이퍼루프 기술은 오픈소스로 추진되기 때문에 특허권에 대한 이점은 없으나 파생되는 사업 규모가 방대하다.
전라북도에서는 2016년 새만금에 하이퍼루프 실증단지 조성 방안 검토에 들어간 후, 전주시 출연기관인 한국탄소융합기술원이 탄소를 접목한 관련 시설 개발에 나서 실현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전라북도는 새만금에 약 2,000억 원 규모의 기술 개발비와 시범운행비 등을 투입하면 5~6년 후에 실제 운행이 가능한 시범단지(3 km)를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국탄소융합기술원은 2월 20일 UNIST와 탄소산업의 상용화 확대를 위해 하이퍼루프 원천기술개발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양 기관은 이날 협약식에서 하이퍼루프 관련 기술개발과 상호 정보교환, 인적·학술교류를 통한 공동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다. 한국탄소융합기술원은 하이퍼루프 원천기술 개발을 위해 승객운용 캡슐과 운반선로인 진공 튜브에 탄소섬유를 접목하는 등 제작 관련 연구개발을 담당하며, UNIST에서는 하이퍼루프의 추진체인 리니어 모터와 운반선로의 설계를 담당하게 된다.
최근 하이퍼루프 개발이 활발해지면서 초고속 열차 시대가 성큼 다가온 것처럼 보이지만,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포스코경영연구원의 김훈태 동향분석센터 수석연구원의 ‘하이퍼루프, 2020년 안에 실현된다’는 보고서에 따르면, 하이퍼루프를 실현시키기 위해서는 튜브 속의 압력을 표준 대기압의 1,000분의 1 이하로 유지하는 기술, 차량 부양 기술, 가속 기술, 정지 기술, 내진 기술, 에너지 효율화 기술, 승객이 불편함을 느끼지 않도록 하는 기술 등의 개발이 필요하다.
또한 자기부상 기술과 함께 마찰과 공기저항을 줄이기 위한 가압기 기술 등도 아직 개발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세계는 하이퍼루프에 대한 기대감으로 부풀어 있다. 경제성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 수 있느냐가 관건이지만 기술개발에 속도가 붙고 있어서다. 특히 두바이, 러시아, 캐나다에서 2020년 하이퍼루프 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계획에 차질이 발생하지 않는 한, 인간은 3년 후 자율주행 자동차와 함께 또 다른 교통수단을 경험하게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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