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미국의 웨스턴디지털을 통해 샌디스크를 우회 인수했다. 메모리 반도체 산업 진입을 위한 행보를 비공식적으로 선언한 셈이다. 막대한 지적재산권과 가장 진보한 낸드플래시 메모리 생산 능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는 샌디스크 인수를 통해 웨스턴디지털은 거대 기업으로 변화하게 된다. SSD 보급률 역시 빠르게 증가하며 중국 정부의 과감한 투자와 맞물려 낸드 시장의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웨스턴디지털이 샌디스크를 인수함으로써 낸드플래시 메모리 기술의 핵심을 보유하게 됐다. SSD 시장에서 우위를 확보하는 데 중요한 한 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월 21일 하드디스크드라이브 제조업체의 대표주자 웨스턴디지털(Western Digital)은 낸드플래시 분야 세계 4위 기업 샌디스크(Sandisk)를 190억 달러(주당 86.5달러)에 인수한다고 밝혔다. 최근 플래시 저장장치 산업에서 있었던 합병 중 가장 큰 규모다. 내년 3분기 합병 절차는 완료될 예정이다.
이로써 오랫동안 메모리 반도체 산업 육성을 꿈꾸던 중국은 새로운 국면을 통해 목표에 한 발짝 가까이 다가서게 됐다. 샌디스크를 인수하게 된 웨스턴디지털의 최대주주가 마이크론을 노렸던 중국 국영기업 칭화유니그룹이기 때문이다.
‘반도체 강국’이라 불리던 한국의 위상이 중국에 의해 위협받고 있다. 중국은 급속도로 보급되는 SSD를 등에 업고 메모리 시장 진출을 본격화한다는 방침이다. 시장의 격화가 예상된다.
반도체 시장조사기관 디램익스체인지(DRAMeXchange)에 따르면, 전 세계 낸드플래시의 전체 수요 중 SSD 애플리케이션이 차지하는 비중은 올해 30%에서 내년 35%로 확대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관련 반도체 기업들은 서로 파트너십을 맺거나 인수 합병 전략을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낸드플래시의 높은 성장 가능성과 비교적 쉬운 시장 진입때문이다.
디램익스체인지의 부사장(진) 숀 양(Sean Yang)은 “스토리지 솔루션 제공업체 및 낸드플래시 메모리 공급업체 사이에서 SSD 생산 기술 보유 기업이 중요한 인수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며 “중국은 2 ~ 3 년 안에 낸드플래시 부문에서 상당한 입지를 구축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웨스턴디지털, SSD 공략 가속
샌디스크는 제품 유명 브랜드인 동시에 낸드플래시 메모리 분야의 주요 공급업체다.
가장 앞선 기술에 대한 대량의 지적재산권(IP)을 보유하고 있는 것 뿐 아니라, 진보한 낸드플래시 메모리 생산 능력까지 갖추고 있다. 엔터프라이즈용 SSD에 대한 핵심 기술까지 움켜쥐고 있다.
인수 합병이 완료되면 웨스턴디지털은 관련 산업군에서 가장 광범위한 스토리지 솔루션 제공업체로 거듭나게 된다. 하드디스크드라이브와 SSD 기술, 그리고 가장 경쟁력있는 낸드플래시 제품을 보유하게 된다. 15년간 샌디스크의 장기 전략 파트너 역할을 해 온 도시바와의 합작투자 역시 지속된다.
디램익스체인지 관계자는 “SSD 생산에 낸드플래시가 점차 큰 비용을 차지하게 됨에 따라 샌디스크의 양산 능력은 웨스턴디지털의 가장 중요한 자산으로 변화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인수 절차가 완료된 웨스턴디지털은 신제품 생산을 위해 3D 낸드보다 진보된 비휘발성 메모리 기술 개발에 열을 올릴 것”이라며 “양사의 합병은 결과적으로 주주들에게 이득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中, 한국 기업에 영향력 커져
웨스턴디지털의 샌디스크 인수가 갖는 함의가 크다.
두 회사의 합병 절차가 완전히 완료되면 중국 국영기업인 칭화유니그룹은 샌디스크의 낸드플래시 원친 기술을 우회적으로 획득하게 되기 때문이다. 칭화유니그룹은 웨스턴디지털의 지분 15%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최근엔 칭화홀딩스의 손자회사인 통팡궈신(同方國芯)이 낸드플래시 및 노어플래시 메모리 반도체 투자를 위해 800억 위안(약 14조 4,800억 원)을 유상증자한다고 공시했다. 우리나라의 메모리 반도체 산업 환경에 끼치는 영향이 점차 커지고 있는 것이다.
통팡궈신은 주파수 관련 부품인 수정 크리스털(Quartz Crystal), 크리스털 진동자(Crystal Oscillator)를 생산하는 기업이다. 심천 증시에 상장돼있으며 유상증자 발표 이전까지 주가는 이미 연초 대비 36% 상승했다. 칭화유니그룹이 대주주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D램익스체인지는 “중국 정부는 자국의 메모리 산업 개발을 위한 투자를 계속할 것”이라며 “중국은 자국이 목표로 삼는 지점에 가까워졌다고 느낄 때 낸드플래시 산업의 수직 혹은 수평적인 통합을 고려하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급증하는 SSD 보급률
한편, SSD 보급률은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트북에 채용되는 SSD 보급률은 대다수의 공급업체들이 애플의 SSD 채용 경향을 따라감에 따라 올해 26%에서 내년 36%로 급상승할 것으로 추정된다.
상업용 노트북 시장에서의 고사양 SSD 보급률은 내년 50%를 돌파할 전망이다. 이와 동시에 많은 중·저사양의 모델 역시 SSD를 채택할 것으로 예상된다.
PC 내 SSD 비중 역시 올해 34%에서 내년 45%로 확대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엔터프라이즈용 SSD 역시 큰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전반적인 SSD 비용 감소와 클라우드 컴퓨팅 애플리케이션때문이다.
NH 투자증권의 이세철 애널리스트는 “2016년 SSD 가격이 128 G 기준으로 40달러 이하로 떨어지면서 중저가 노트북과 일부 태블릿에서도 SSD 탑재율이 증가할 것”이라며 “특히 하드디스크드라이브의 경우 40달러 이하 제품이 거의 존재하지 않아 40달러 이하의 SSD는 가격 경쟁력을 갖출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D램익스체인지의 숀 양 부사장(진)은 “SSD와 낸드플래시 산업의 상승세는 업계 우위 기업들의 입지를 더욱 견고하게 할 테지만, 소규모 기업들은 이와 반대로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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