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리퀴드 메탈 활용에 대한 특허 내용에 점점 구체적인 내용을 포함시키고 있다. 이에 따라 애플 스마트 기기의 리퀴드 메탈 적용 소문이 사실화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시험대에 오른 신기술의 실현 여부에 따라 전 세계 스마트폰 제조업체의 행보 역시 커다란 변화를 겪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영화 ‘터미네이터 2’에 등장하는 살인로봇 ‘T-1000’에 활용된 액체 금속이 스마트 기기에 활용된다면 어떨까.
KT경제경영연구소가 발간한 ‘특허로 살펴보는 애플의 액체 금속과 3D프린팅’ 보고서에 따르면, 애플은 최근까지 리퀴드 메탈(액체 금속, BMG)과 이를 위한 3D 프린팅 기술에 약 5억 달러(약 5,900억 원)를 투자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6월엔 리퀴드 메탈 특허를 보유한 리퀴드메탈 테크놀로지(Liquidmetal Techonologies)사와 2010년 체결한 독점 라이센싱(MDA)을 연장해주는 세 번째 계약을 체결했다.
아이폰 루머…기정사실화되나
‘리퀴드 메탈로 제조된 아이폰’은 애플과 관련해 오랫동안 있어온 대표적인 루머였다.
2009년 출시한 아이폰 3GS의 SIM 카드 트레이 추출 핀(SIM ejector tool)에 리퀴드 메탈이 활용됨에 따라 이 루머는 더욱 설득력을 얻었다.
최근엔 애플이 리퀴드 메탈 관련 특허를 꾸준히 출원, 기존 등록 특허를 개량한 것이 알려지면서 애플의 리퀴드 메탈 활용 가능성에 더욱 무게가 실리고 있다.
‘특허로 살펴보는 애플의 액체 금속과 3D프린팅’ 보고서를 기술한 차원용 소장은 “내년 초 애플은 중대한 의사결정을 할 것”이라며 “리퀴드 메탈을 3차원 프린팅 기술과 함께 스마트 기기에 적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애플이 리퀴드 메탈이 가진 미래 잠재력을 간파하고 기술 혁신의 원동력으로 삼을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리퀴드 메탈은 철보다 가볍고 3배 이상 강도가 높은 물질로, 일반 금속과 달리 부식이 전혀 없으며 플라스틱처럼 자유자재로 모양을 만들어낼 수 있는 물질이다. 강도 대비 얇은 두께로 제작이 가능해 스마트 기기 기술 혁신 재료로 주목받고 있다.
또 기존의 합금은 냉각 시 물질 본래의 모습인 결정질의 원자 구조로 돌아가는 데 반해, 리퀴드 메탈은 고체 상태에서 비결정질 및 비정질(amorphous)의 원자 구조를 유지한다. 따라서 취약 부분(weak region)이나 결점(shortcomings)을 만들지 않아 탄성과 강도가 매우 높은 특성을 지녔다.
애플, 특허 등록 통해 ‘혁신’ 준비
애플은 지난 2013년부터 꾸준히 리퀴드 메탈 관련 특허를 등록해왔다.
2013년 ‘속성이 다른 외장/커버에 리퀴드 메탈을 넣어 이종/삼종의 부품 제조’건 등록에 이어 2014년 ‘리퀴드 메탈로 잠금 장치/나사/못을 만드는 방법’, ‘리퀴드 메탈 베젤에 글라스 삽입하는 방법과 시스템’, 그리고 2015년 ‘리퀴드메탈로 표면 위상기하학적 미세부품 제조’ 등 많은 특허를 미국 특허청에 등록했다. 자사의 물질 디자인을 ‘리퀴드 메탈’로 전환하기 위해서다.
애플의 물질 디자인은 2007년 1세대 아이폰의 ‘알루미늄과 플라스틱’에서 2010년 아이폰4을 기점으로 ‘금속’으로 진화했다. 그리고 이젠 더 나아가 ‘리퀴드 메탈’으로의 혁신을 준비 중이다.
그렇다면 액체 금속 소재를 활용해 스마트 기기 제조를 시도하는 기업은 애플이 유일할까. 영국의 튜링 로보틱 인더스트리(Turing Robotic Industries)사는 애플보다 앞서 이러한 시도를 해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액체 금속과 유사한 리퀴드 모퓸(Liquid morphium)이라는 액체 합금을 사용해 제작된 ‘튜링폰(Turing Phone)’을 올 11월 중순경 출시할 계획이다.
튜링 로보틱 인더스트리의 CEO인 S.Y.L. 차오(Chao)는 “스마트폰이 처음 출시됐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GPS나 와이파이, 그리고 카메라가 왜 필요한지 몰랐었다”며 “미래 핸드폰 제조업체들이 리퀴드 메탈 기술을 보유하지 못한다면 이들은 곧바로 도태될 것”이라고 전했다.
하이브리드 전략 가능성 높
애플이 등록한 리퀴드 메탈과 3D 프린팅 기술 관련 특허가 구체적인 공정 기술 내용을 담고 있음에 따라 아이폰 및 애플 워치에 삽입될 부품에 리퀴드 메탈을 사용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차원용 소장은 “리퀴드 메탈 파우더를 레이저 빔이나 전자 빔을 이용해 액체 금속으로 전환시킨 후 프린팅이나 스프레잉 방식을 이용한다면 이론적으론 어떤 전자 제품도 찍어낼 수 있을 것”이라며 “애플은 300개가 넘는 부품으로 이뤄진 아이폰 전체를 모두 3D프린팅 방식으로 제조하는 것이 아니라, 300개 중 3 ~ 5개 부품을 찍어내는 하이브리드 제조 전략을 취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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