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현실 및 증강현실 시장이 2020년 1,500억 달러 규모로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지난 6월 18일 서울 여의도 사학연금회관에서 산업교육연구소 주최로 ‘가상현실, 증강현실 최신 산업 분석과 활용 사례 및 비즈니스 모델 세미나’가 개최됐다. IT 칼럼니스트이자 기술문화연구소의 류한석 소장은 이날 ‘가상현실, 증강현실 트렌드 및 시장 전망과 시사점’을 주제로 미래 가상현실 시장이 스마트폰 확산에 버금가는 파급력을 가질 것으로 예상했다. 본지는 류한석 소장의 강의를 정리했다.
사람들이 가상의 모든 사물들과 연결되는 미래가 올 것이다. 바로 가상현실이다.
지금 시점에서 가상현실에 대한 이해는 매우 중요하다. 스마트폰에 버금가는 변화를 일으킬 기술이기 때문이다. 상당한 비즈니스가 이로부터 파생될 것이다.
가상현실과 증강현실은 무엇이 다를까. 쉽게 말해 증강현실은 현실 위에 가상의 정보가 합성된 것, 가상현실은 오로지 가상정보만을 보여주는 것이라 생각하면 된다.
증강현실과 가상현실, 두 분야가 동시에 발전하고 있다. 하지만 전망은 그다지 맹신하지 말라. 업계 전문가들은 작년이 증강현실의 기점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 ‘구글 글래스(Google Glass)’ 때문이다.
그러나 잘 알려진 것처럼 구글 글래스는 현재 소강상태다. 구글이 증강현실 시장을 만들지 못하면 다른 기업이 이를 개척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구글같은 대형 기업 행보에 의해 시장은 좌지우지될 전망이다.
이는 가상현실도 마찬가지다. 내년에 오큘러스 리프트(Oculus rift) 소비자 버전이 출시되는데, 오큘러스VR이 시장을 생성하지 못하면 다른 기업이 개척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다.
그러나 VR의 미래를 장밋빛으로 봤을 땐 2020년 경 1,500억 달러(약 165조 원)라는 엄청난 시장이 형성될 것이다.
플랫폼 선점 기업이 시장 독식
미래엔 현실의 모든 일들이 가상현실에서 그대로 실현될 것이다. 가장 유망한 분야는 게임이다. 커다란 말초적 쾌락을 주기 때문이다.
실감나는 게임을 위한 스택형 디바이스나 헤드셋 등 가상현실을 구성하는 요소는 매우 많다. 그렇지만 가상현실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뭘까. 바로 플랫폼이다.
개발자는 여러 플랫폼을 연구해서 개발할 수가 없다. 따라서 개발자는 무엇이 자신에게 돈을 벌어줄 플랫폼인지를 판단하고 선택해야만 한다. 이를 통해 개발자가 선택한 플랫폼이 시장에서 성공한 플랫폼이 되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기술적인 탁월함을 갖춘 제품이 시장에서 항상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이는 아주 중요한 문제다.
강연자는 가상현실 플랫폼 개발에서 가장 중요한 기업 세 곳에 주목한다.
첫 번째는 페이스북이다. 자회사 오큘러스VR(OculusVR)의 오큘러스 리프트 때문이다. 페이스북 CEO인 마크 주커버그(Mark Zuckerberg)가 어떤 사람인가. 비즈니스 애니멀(Business Animal) 아닌가. 그는 가상현실 사업에 특별한 관여를 하지 않는다. 자금줄 역할만 하고 있을 뿐이다.
그 다음이 구글이다. 구글은 모든 사업을 성공으로 연결시키는 업체는 아니지만, 세계에서 몇 안 되는 벤처 성격을 가진 대기업이다. 가상현실 생태계를 만들기 위한 행보를 시작한 상황이다.
마지막은 애플이다. 현재까지 애플은 증강현실이나 가상현실 사업에 대해 특별히 밝힌 것이 없다. 그리고 언제나처럼 사업을 먼저 시작하지 않는다. 시장이 생기고, 타업체들의 시장 참여를 관찰한 후 “자, 이렇게 해야겠구나” 결심이 서야만 사업을 시작한다.
이렇게 됐을 땐 경쟁자가 누구든 상관없다. 언제나처럼 혼자만의 결정을 통해 시작할 때가 됐다고 느낄 때 착수할 것이다.
애플의 생태계는 만만한 것이 아니다.상당한 시장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다. 최근 애플의 행보는 증강현실 업체들을 인수하며 미래를 준비하는듯한 인상을 준다.
페이스북, 삼성, 그리고 구글
페이스북의 오큘러스 리프트는 끊임없이 진화 중이다. 내년 1분기 소비자 버전이 출시되는데, 현재로선 500달러(약 55만 원) 내외가 되지 않을까 추측해본다.
오큘러스VR은 2013년 8월부터 오큘러스 쉐어(www.share.oculus.com)라는 마켓 플레이스를 제작·운영해오고 있다. 현재 750개 정도의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는데, PC SDK 및 모바일 SDK(Gear VR용)를 지원하고 있다.
현재 영어와 한국어, 두 가지 언어를 지원한다. 오큘러스 리프트가 목표로 하는 시장이 미국을 제외하고 우리나라 한국이기 때문이다.
강연자는 오큘러스 쉐어의 콘텐츠 중 네오스VR(NeoSVR)에 특히 주목하고 있다. 이 콘텐츠는 2D 스크린에서 지금껏 느낄 수 없었던 새로운 감각들을 우주 속에서, 마치 SF영화 주인공이 된 것처럼 전달해준다. 교육용으로 크게 활용될 수 있는 가치가 있다.
국내기업 삼성도 가상현실 시장에 참여하고 있다. 잘 알려진 것처럼 세계의 어떤 기업보다 삼성은 가상현실 제품을 먼저 출시했다. 기어VR(GearVR)이다. 가격은 한화로 24만 원 정도다. 갤럭시 4를 삽입해서 사용한다.
이보다 훨씬 저가인, 대략 20,000원에 판매되는 구글의 VR 카드보드도 주목해야할 제품이다. 작년 출시돼 ‘골판지 VR’로 불리는 이 제품은 예상한 것보다 뛰어난 성능을 자랑한다. Full HD를 지원하는 스마트폰을 삽입하고 관련 앱을 설치해 이용할 수 있다.
다음으로 중요한 기기는 고프로(GoPro)다. 구글은 지난 5월 ‘구글 I/O 2015’에서 고프로 카메라로 360 ° 촬영영상을 가상현실 콘텐츠로 바꿔 주는 점프 프로젝트를 공개한 바 있다.
앞으론 헐리우드 영화에도 360 ° 화면이 일부 장면에 삽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투씬같은 경우, 사용자가 고개를 돌리면 이곳저곳에서 전투 장면이 펼쳐져, 마치 전투의 한복판에 있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내년 상반기, 증강현실 시장 본격화
최근 애플이 인수한 메타이오(Metaio)란 회사도 주목할 만하다. 증강현실 기반 플랫폼이 있고 여러 앱을 제작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회사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자동차 수리 시, 부품을 비롯한 정보를 자동차 회사와 협업해 제공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메타이오는 애플로부터 인수되자마자 기존 사업 모두를 잠정 중단했다. 애플의 일부가 되기 위해 모든 것을 내려놓고 준비 중인 것이다. 그러나 머지않아 만반의 준비를 갖추게 되면, 애플은 증강현실 플랫폼 기술을 IOS나 맥(Mac)에 서비스할 것을 발표, 커다란 화제를 불러일으킬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윈도우10에서 증강현실 기술을 통합한다고 밝혔다. 빠르면 내년에 실현될 가능성도 있다.
상당수 기업들이 내년 상반기를 목표로 준비 중이다. 내년 상반기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소니(Sony)의 경우엔 프로젝트 모피우스(Project Morpheus)를 수년째 개발 중이다. 게임기 시장에 커다란 영향력이 있기에 관련 분야에서 성과는 분명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컴퓨터나 모바일 부문에서 영향력이 확장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다음으론 엡손(Epson)이 있다. 엡손은 증강현실 기반으로 드론을 컨트롤하는, 특수 분야에 영향력이 있다.
헤드셋 개발 집중하는 벤처 기업
VR헤드셋 개발엔 다양한 전문 벤처 기업들이 참여하고 있다.
에비건트(Avegant)사의 죖글리프(Glyph)’의 경우엔 고화질의 버추얼 망막 디스플레이(Virtual Retinal Display)를 통해 사람 망막에 화면을 바로 쏜다. 독자적인 기술력을 갖춘 것이다. VR헤드셋이지만 헤드폰으로도 사용 가능하다. 그러나 실제로 제품이 출시될 지는 미지수다.
슬론 콘텍스(Sulon Cortex)는 증강현실에 최적화된 헤드셋이다. 현재 사용자가 위치한 실제 주변 환경을 인식해 이에 맞는 가상정보를 제공한다. 현재는 게임 콘텐츠 위주의 사업을 진행 중이다. 상용화까진 상당히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
안드로이드 기반의 헤드셋으로 구글 카드보드와 호환되는 게임페이스(GameFace)도 유사한 헤드셋으로 볼 수 있다. 게임페이스에는 안드로이드 OS가 내장돼있어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없이 단독으로 구동 가능하다. 개인적으로 구글이 인수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다양한 가상현실 주변기기
헤드셋 외에 사용자 모션을 추적하는 기기도 다양하다. 가상현실 주변기기다.
여기엔 버툭스 옴니(Virtuix Omni)라는 대표적인 제품이 있다. 이 제품은 설치 공간이 적어도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갖춘 대신 신발을 착용해야 한다. 현재 699달러(약 77만 원)에 신발, 벨트를 포함한 시스템 선주문이 가능하다.
강연자가 이보다 좋아하는 기기는 사이버리스 버추얼라이저(Cyberith Virtualizer)다. 이 기기는 지지대가 위, 아래, 좌우로 움직인다. 전용 신발도 필요 없다. 양말만 신고도 이용할 수 있는 제품으로 다양한 모션을 통해 진동을 느끼며 게임을 즐길 수 있다.
이외에 백션VR(VectionVR)은 오큘러스 리프트와 통합돼 동작하는 모션 시뮬레이터다. 헬스 분야에 적합하며 머리와 몸을 움직이면 이에 맞춰 화면도 바뀌게 된다.
내년까지 M&A 급증 예상
가상현실 개발 분야 1순위는 게임이다. 그리고 성인물, 엔터테인먼트, 스포츠, 교육, 의료, 군사 등 적용 분야는 다양하다.
비즈니스는 체험 분야로도 확대될 것이다. 향후 가상현실 디바이스가 대중화되면 전 세계에 대한 관광 콘텐츠가 출시되지 않을까하고 생각해본다. 헤드셋으로 세계의 여러 나라들을 관광하는 것이다. 가난한 자의 해외여행인 셈이다.
강연을 정리하면 가상현실에서 중요한 것은 디바이스나 콘텐츠가 아니라 플랫폼이란 사실이다. 시장을 지배하기 위해선 플랫폼을 지배해야 한다.
가상현실과 관련해 올해부터 내년까지 인수합병이나 사업 중단을 선언하는 업체가 많이 생길 것으로 예상한다. 애플이나 구글과 같은 대형 기업들이 어떤 기업을 인수하느냐도 주목해서 봐야할 대목이다. 향후 몇 년간 변화는 빠르게 일어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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