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TV 업체가 낮은 가격과 기술력으로 북미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 CES 2015에서, 중국의 TV 업체들은 세계 시장 점유율 1, 2위인 삼성전자, LG전자와의 기술력 격차를 크게 줄이며 아성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처럼 중국의 공세가 날로 거세지고 있는 속에서 국내 기업들도 더 이상 방심할 수 없게 되었다.
“제품경쟁력과 프리미엄·보급형 TV판매의 이원 전략을 통해 세계 TV 시장 점유율을 높여갈 것이다.” 중국의 저가 공세를 염두에 두고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이같이 말했다.
한국과 중국 간 TV 시장을 놓고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지난 1월 CES에서 삼성과 LG가 새로운 퀀텀닷 TV를 내세우자 중국의 TCL과 하이얼도 퀀텀닷 TV를 공개했다. TCL은 올 2분기 중 미국서 판매에 들어갈 예정이다. 하이센스, 하이얼, 콩카, 창홍은 55인치부터 85인치까지 다양한 크기의 UHD TV를 전시했다.
전문가들은 퀀텀닷 TV가 2015년 세계 전자 시장의 주요 화두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디스플레이서치는 퀀텀닷 TV의 세계 시장 출하량이 올 130만 대에서 내년 500만대, 2018년엔 1,800만 대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했다.
퀀텀닷 TV는 나노미터(nm) 크기의 작은 구형태의 반도체 입자인 ‘퀀텀’을 사용해 LCD TV의 백라이트 성능을 향상시킨, 뛰어난 색 재현율을 보여주는 TV다. 입자가 작을수록 파장이 짧은 빛을 내고 입자가 클수록 파장이 긴 빛을 내는 특징이 있는 퀀텀닷은 입자의 크기를 조절함으로써 원하는 파장의 빛을 낼 수 있다. 이로써 선명한 영상 구현이 가능하다.
퀀텀닷 TV가 주목받는 것은 기존 LCD 생산 라인에서 쉽게 공정을 전환할 수 있어 원가 경쟁력이 높은 데다 색재현성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국내는 물론 중국 업체들이 새로운 브랜딩을 추가하며 시장 확대에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는 ‘퀀텀닷’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고, 자체 개발한 화질 엔진과 콘텐츠를 종합해 개발한 S-UHD TV의 대대적인 시장 확대에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비카드뮴 퀀텀닷 기술은 삼성전자가 독자적으로 개발한 것”이라고 말했다.
LG전자는 퀀텀닷 뿐 아니라 OLED TV 시장의 확대를 도모하고 있다.
OLED TV는 스스로 빛을 내서 자연스러운 화질을 구현하는 TV로 무한대 명함비의 선명함과 깊은 화질을 구현한다. 유기체에 전기를 흘리면 빛을 내는 소자인 유기발광다이오드를 사용해 화소 하나하나를 광원으로 만드는 OLED TV는 고속 응답, 광시야각, 고화질을 구현한다. LG전자의 한 관계자는 “OLED TV를 통해 프리미엄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라며 “경쟁사들에 대응하기 위해 OLED TV와 퀀텀닷 TV를 동시에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의 하이센스와 TCL, 하이얼 등은 초고해상도(UHD) 곡면 TV를 주력 제품으로 내놨다. 곡면 TV는 화면이 안쪽으로 오목하게 휘어진 TV로 시청자가 어느 위치에서 텔레비전을 시청해도 동일한 화질을 경험할 수 있다. 중국의 주요 TV 업체들은 커브드 TV의 대대적인 마케팅에 나설 태세다.
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곡면 TV 시장 규모는 2014년 110만 대에서 올해 510만 대, 2016년엔 680만 대로 꾸준히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파나소닉은 CES 2015에서 파이어폭스 운영체제 기반의 신형 UHD TV라인업으로 CX850과 CX800, CX650, CX600를 소개한 바 있다.
북미 가격경쟁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북미시장에서 중국 TV의 저가 공세에 대응하기 위해, 블랙프라이데이(2014년 11월 28일)를 기점으로 대폭 할인된 가격에 TV를 판매해왔다. 현재(2015년 2월 3일 기준) 삼성과 LG는 55인치 UHD TV(120Hz)를 아마존닷컴(amazon.com)에서 1,000달러 중반 가격에 판매 중이며, 현재까지 큰 가격변동은 없는 상태다.
중국의 하이센스(Hisense)는 55인치 UHD TV(120 Hz)를 800달러 중반에서 1,000달러 약간 웃도는 가격에 판매하고 있다. TCL의 50인치 UHD TV(120Hz) 역시 800달러 중반에 판매된다.
지난 20여 년간 글로벌 TV 시장은 한국과 일본 간 경쟁 구도로 이뤄졌지만 이제는 중국도 이에 가담하는 추세다. 지난 CES 2015에선 중국 업체가 한국·일본 업체와 몇 시간 차이로 신제품 전시회와 글로벌 기자간담회를 열며, 중국의 향상된 TV 기술력을 선보였다. 글로벌 TV 시장의 무대가 한·일 경쟁 체제에서 한·중·일 3국 경쟁 체제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삼성전자의 관계자는 “현재 국내 기업이 북미 시장에서 가장 높은 인지도와 시장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며 “뛰어난 기술력과 보급형 TV의 확산으로 중국의 저가 공세에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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