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회 ISSCC 2025, 내년 2월 미국서 개최...아시아 전체 논문의 55%가 중국이 차지
"중국 논문 제출수와 채택률도 폭발적으로 늘었지만, 논문의 질도 매우 좋아졌다. 중국의 반도체 기술의 저변이 그만큼 높아졌다는 점을 말해준다."
“반도체 설계 올림픽”이라고 불리는 ISSCC(국제고체회로학회, International Solid-State Circuits Conference). 2025년 72회 학회를 준비하는 한국 ISSCC 위원들은 중국 반도체 기술 수준에 대해 '이구동성'이었다. 세계 반도체의 블랙홀이라고 불릴 정도로 반도체를 많이 쓰는 중국이 이제는 설계 수준까지 높이고 있다는 얘기다.
ISSCC 2025 프레스 컨퍼런스에서 모인 ISSCC 한국 위원들
1954년에 설립된 반도체 집적회로 설계분야 세계 최대 최고 권위의 학회, ISSCC는 세계 각국의 3천여 명의 학자들과 연구원이 참여하여 연구 성과 및 정보를 교환하고 미래의 반도체 산업과 기술을 논의한다. 이 학회는 참석자의 60% 이상이 산업 분야의 주도 기업일 만큼 실제적 연구 발표의 장으로 평가받는다.
이에 ISSCC 2025 행사(2025년 2월16일~20일, 미국)를 프리뷰하기 위한 간담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극동지역(FE) 체어인 서울대 최재혁 교수를 비롯해, ISSCC 한국 위원들이 참여하여 주요 발표 논문을 소개하였다.
“반도체 회로설계 기술의 혁신이 어떻게 AI 혁명을 주도하는가"
프레스 컨퍼런스는 KAIST 권경하 교수(Korea Representative) 사회로 진행되었으며 ANA/IMMD/TD 분과는 제민규 교수(KAIST), DC/PM/WLN 분과는 김완 수석(삼성전자), DAS/DCT/Security 분과는 박준석 수석(삼성전자), MEM 분과는 김동균 펠로우(SK하이닉스), RF/WLS 분과 소개는 민병욱 교수(연세대)가 맡았다.
이번 ISSCC 2025는 “반도체 회로설계 기술의 혁신이 어떻게 AI 혁명을 주도하고, 산업의 지속적 성장을 견인할 수 있는지”에 대해 중점을 두었으며, 총 914년 논문 제출에 246편이 채택(채택률 26.9%)되었다.
최재혁 교수는 "논문 제출은 609편이 제출된 2019년부터 꾸준히 증가하다가 작년부터 폭발적으로 증가하기 시작했다. 채택된 논문도 늘어나고 있는데, 퀄리티를 중시하기 때문에 채택률은 다소 줄어든 상황이다. 하지만 ISSCC의 논문은 설계한 반도체를 시뮬레이션한 결과를 내는 것이 아니라, 실제 칩을 만들어서 나온 실리콘 데이터가 있는 (우수한) 논문이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연도별 국가 논문 채택 현황. 중국(계)의 증가가 확연히 나타난다.
이처럼 급증한 논문편수의 중심에는 아시아 지역의 중국 논문이 있다. 최 교수는 이에 대해, “일단 중국에서 많은 반도체 교수들을 영입한 면도 있지만, 중국의 반도체 내재화와 늘어난 투자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중국에서는 반도체를 설계하면 정부가 모두 무상으로 제작해 준다고 한다. 이러한 정부의 지원이 중국 논문 편수의 증가로 이어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것이 한 번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트렌드라고 생각하고 앞으로도 논문수가 늘어날 전망이다”고 분석했다.
논문 제출 분야를 보면 파워 관리, RF 분야의 논문이 많이 늘어났는데 역시 중국 논문의 영향이다. 아시아에서는 삼성전자 11편으로 전 세계 기업중 가장 많이 논문이 채택되었고 그 다음으로 미디어텍(7편), TSMC(4편), 하이닉스(2편), 키옥시아(2편) 순이다. 북미에서는 인텔(6편), IBM(3편), 마벨(2편), 아나로그디바이스(2편) 순이다.
한국은 44편 채택, 메모리 등 특정 분야 치중이 여전히 문제
최 교수는 “전통적으로 아시아 논문 제출 상위권 대학이 마카오, 칭화대, 카이스트 등이었는데 1년 만에 갑자기 중국 북경대가 1위에 올라섰다”며, “이러한 현상은 중국 정부가 어떻게 반도체 정책을 펼쳐나고 있는지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논문 상위권 대학이 전부 중국 대학이라는 점은 반도체 기술이 저변까지 확대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중국은 이번에 총 92편이 채택되었는데, 이는 아시아 전체 논문의 55%가 중국계 논문인 셈이다. 그 뒤를 이어 미국(55편), 한국(44편), 대만(20편), 일본(8편)이 차지하고 있다. 한국 논문은 KAIST(12편), 삼성전자(11편), 서울대학교(5편) 등이 이끌었다.
중국 논문의 급부상과 함께, 최 교수는 이번에도 한국 논문의 편중을 지적했다. 한국은 메모리와 IMD(Imagers/Medical/Displays) 분야가 각각 39.1%, 44.0%를 차지했다. 최 교수는 “전통적으로 메모리 분야에 치중되었고 잠재력을 가진 분야를 연구하는 TD (Technology Directions) 분야와 DC(Data Converter) 분과에는 논문을 하나도 내지 못했다. 이처럼 앞으로도 편중되지 않고 다양한 분야의 논문이 채택될 수 있도록 관심을 갖고 정책을 시행해야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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