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로 달에 토끼가 사는지, 우리가 보낸 달 탐사선으로 가까이 사진을 찍어 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토끼를 찾으려는 목적은 아니다. 지난 8월 지구를 떠난 우리나라 최초의 달 궤도선 ‘다누리’가 12월 17일 새벽 달 궤도에 진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안정적인 궤도에 안착하게 되면 다누리호는 달 상공 100km 지점에서 1년간 달 탐사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특히 앞으로 10년 후 쯤에 있을 한국형 달 착륙선의 착륙 후보지도 탐색할 계획이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다누리 지난해 12월 17일 다누리의 궤도진입기동 이후 달 상공에서 다누리가 촬영한 달 지표와 지구 영상일부를 공개했다. 이번에 공개한 영상은 12월 24일 달 상공 344km에서 촬영한 영상과 12월 28일 달 상공 124km에서 촬영한 영상이다.
다누리는 지구에서 곧바로 달로 날아가지 않았다. 달까지 38만km 의 짧은(?) 길을 잡지 않고 거꾸로 태양 쪽으로 날아갔다. 이렇게 빙 돌아 날아간 거리가 무려 600만km 라고 한다. 대전에서 제주도를 가는데 반대로 서울 쪽으로 날아가서 다시 방향을 틀어 제주로 돌아간 셈이다. 왜 그런 무모한 길로 가는 것일까. 이유는 지구와 태양, 달의 중력을 이용해 연료를 최대한 아끼기 위함이다.
이를 ‘탄도형 달 전이궤도’ 즉 BLT라고 한다. 우리 항공우주연구원의 기술진은 그 어렵고 어려운 궤도 설계 기술을 성공시켰다. 우리가 민속 이야기 속에서만 상상했던 절구질하는 토끼 모습의 달 표면을 우리가 보낸 우주선이, 우리가 만든 카메라로 샅샅이 들여다 볼 수 있게 되었다.
가수 윤하가 지난 봄에 발표한 신곡 ‘사건의 지평선’이 연말에 들어서면서 역주행하며 급기야 인기가요 1위에 올랐다는 소식을 들었다. “~여긴 서로의 끝이 아닌 새로운 길모퉁이, 익숙함에 진심을 속이지 말자, 하나둘 추억이 떠오르면 많이 많이 그리워할 거야, 고마웠어요, 그래도 이제는 사건의 지평선 너머로~~”사건의 지평선(event horizon)은 사전적 의미로, 외부에서는 물질이나 빛이 내부로 자유롭게 들어갈 수 있지만, 내부에서는 블랙홀의 중력을 빠져나오기 위한 속도가 빛의 속도보다 커야 하므로 원래의 곳으로 되돌아갈 수 없는 경계를 말한다.
사건의 지평선과 오르트 구름이 노래로
천문학에서나 나오는 ‘사건의 지평선’이라는 용어가 이렇게 대중가요에 스며들어 사랑과 이별을 말할 줄이야 누가 알았겠는가(사실 80년에 블랙홀이라는 그룹이 있었더랬다). 윤하의 정규 6집(END THEORY) 리패키지 버전의 앨범 수록곡인 ‘사건의 지평선’ 말고도 이 앨범에는 ‘별의 조각’이니 ‘하나의 달’이니 하는 우주를 주제로 한 곡은 물론 ‘오르트 구름’이라는 노래도 실려 있어 일명, 이과 언니 별명까지 얻게 된다.
오르트 구름(Oort cloud)은 장주기 혜성의 기원으로 알려져 있으며 태양계를 껍질처럼 둘러싸고 있다고 생각되는 가상적인 천체 집단을 말한다. “~경계의 끝자락, 내 끝은 아니니까 울타리 밖에 일렁이는 무언가 그 아무도 모르는 별일지 몰라(중략) 벅찬 맘으로 이 궤도를 벗어나~...” 사건의 지평선이 과학 유튜브를 보고 영감을 얻은 곡이라면, 오르트 구름 노래는 지금도 성간 우주를 항해하고 있는 ‘보이저호’가 오르트 구름을 지나가는 과정을 상상하며 만든 노래라고 한다.
몇 년 전에는 우주 SF드라마가 아닌 그저 이름만 딴 ‘양자물리학' 이라는 범죄물 영화가 나온 적도 있듯이 과학 용어와 그 용어의 의미를 차용한 대중문화 창작물이 많아지고 있다. 넘사벽이었던 과학이 이제 유튜브에서 활동하는 과학 커뮤니케이터들을 통해 쉽고 재미있게 정보를 전달하고 있다. 실제로 인기가 많은 과학 커뮤니케이터들이 주류(?) 미디어로 진출하는 사례도 많아졌다.
토끼띠 해(계묘년)를 맞이하여 우리가 쏘아올린 달 탐사선이 달주위를 도는 세상이 되었다. 사건의 지평선과 오르트 구름, 양자 물리학이라는 용어가 노래로 영화로 친숙하게 다가왔다. 새해는 비과학이, 비상식이, 비종교가 판을 치는 세상에서 멀어져 흥미로운 과학에 좀 더 가까워졌으면 하는 소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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