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0g의 무게
인간의 뇌는 오묘하다. 가장 안쪽에 숨뇌, 다리뇌, 중간뇌로 이뤄진 뇌줄기(뇌간)가 있다. 다리뇌는 뇌와 소뇌를 연결하고 뇌줄기 위에는 사이뇌(간뇌)가 있다. 사이뇌는 우리 몸의 감각 신호가 모이는 시상과 신진대사, 식욕을 조절하는 시상하부로 나뉜다. 시상을 둘러싸고 있는 해마는 뇌에서 기억을 담당한다. 해마와 해마 앞쪽에 위치한 편도체는 뇌에서 공포와 분노의 감정을 담당한다. 해마의 바깥에는 뇌실과 대뇌가 있다. 대뇌의 좌우 반구는 뇌들보(뇌량)를 통해 정보를 교환한다.
뇌의 주름진 모습도 사연이 있다. 이 주름들은 두개골이라는 한정된 공간 속에서 표면적을 최대한 늘리기 위해 진화한 결과라고 한다. 이를 모두 펴서 평평하게 늘어놓으면 신문지 1장 정도의 크기가 된다.
이 정도의 면적에 약 1,000억 개의 신경세포와 9,000억 개의 아교세포가 담긴 기관이 바로 뇌이다. 일반 성인
뇌의 무게는 약 1400g이다. ‘1.4킬로그램의 우주, 뇌’를 공동 집필한 정용 교수는 강의록 말미에 “뇌에 관한 관심은 뇌가 만들어내는 생각, 마음, 기억에 대한 관심이라고 생각한다. 현재 수준에서 뇌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모두 이해할 수 없다. (중략) 기존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꿀 수 있는 이론이 나오기 전까지는 뇌를 완벽히 이해하기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6천500kg의 무게
인간의 눈은 기묘하다. 우주 비밀을 밝힐 우주 망원경이야말로 인간의 새로운 눈이다. 작년 성탄절(한국시간)에 떠나 목표 궤도인 라그랑주2(L2)에 도착한 역사상 최고의 천체 관측 기구,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이 보내 온 사진을 보고 모두들 경악했다. 제임스 웹은 지구에서 약 46억 광년 떨어져 있는 SMACS 0723 은하단을 촬영한 풀컬러 사진을 전송했다. 이 사진의 비밀은 단순히 많은 은하들이 보인다는 데에서 끝나지 않는다. 먼 과거로부터 온 빛을 통해 수많은 정보를 읽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괴물 우주 망원경으로 빅뱅 직후인 135억 년 전의 초기 우주까지 관측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던 NASA의 예측은 틀리지 않았다. 제임스 웹은 첫 컬러 사진 이후 1주일 만에 135억 년 전의 은하 GLASS-z13과 함께 GN-z11과 비슷한 나이의 GLASS-z11도 발견했다. 우주가 138억 년 전 빅뱅(Big Bang)으로 탄생했다고 추정하고 있으니, 인류가 관측을 시작한 이래 가장 오래된 은하를 찾았다는 얘기다. 제임스 웹 주경(무게 625kg)의 지름은 6.5m로 기존의 유명한 허블망원경(2.4m)의 2.7배이며 면적은 6배다. 하지만 무게는 허블의 절반 정도인 6천500kg에 불과하다.
0.23그램의 무게
무게(重量)라는 게 있다. 물리학에서는 중력이 물체를 끌어당기는 힘의 크기를 일컫는다. 약 1.4kg 정도의 인간의 뇌는 우주의 비밀 못지않게 베일에 가려 있다. 일반 중형 승용차 무게의 4배가 조금 넘는 우주 망원경은 현재 우주 탄생의 근원을 넘보고 있다. 종류에 따라 다르겠지만 무게가
약 0.23그램(1cm×1cm)인 반도체 칩은 국제 안보 무역 전쟁의 최전선에 서 있다.
무게는 통산 물건의 무거운 정도를 말하지만, 사물이 지닌 가치나 중요성의 정도 또는 사람 됨됨이의 침착하고 의젓한 정도를 말하기도 한다. 무게감이 있어 보인다는 말은 단순히 물리적인 수치를 넘어선다. 비록 몸이 말랐어도 무게감이 있어 보이는 사람이 있고, 말수가 적어도 한마디 한마디가 무게감이 실린 사람이 있다. 이 뜨거운 계절에 잠시 무게의 가치를 생각한다는 것은 이렇듯 존재의 가치를 되새기는 것과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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