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장 노트] A에서 Z까지, 우주여행에서 원자번호까지
  • 2022-05-04
  • 신윤오 기자, yoshin@elec4.co.kr

A
우주 여행을 떠났던 민간인들이 무사히 돌아왔다. 미국 액시엄 스페이스사는 2주일 넘게 국제우주정거장에 머물렀던 4명의 민간인들이 스페이스X의 유인 캡슐을 타고 귀환했다고 전했다. 이들이 이번에 우주를 다녀오면서 지불한 비용은 평균 700억 원에 달한다. 

이번 값비싼 여행이 주목받는 이유는 승무원들이 민간인들로만 구성된 첫 우주정거장 왕복 여행이라는 점이다. 이른바 ‘AX-1’ 미션은 민간 여행팀을 꾸린 액시엄 스페이스와 로켓 및 유인 캡슐을 지원한 스페이스X, 우주선 발사 장소를 제공한 NASA 등의 다각적인 협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비로소 상업 우주 여행의 길이 열린 것이다. 다만, 아직은 좌석 티켓 값을 마련하는게 쉽지 않다는 단점(?) 뿐이다.
 

[참조이미지: 드라마 '너에게 가는 속도 493Km' 포스터]

K
예전에 봤던 재밌는 광고 하나가 기억난다. 여자가 용기를 내어 남자에게 고백하는 장면이다. “인생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라면서, 대략 같은 방향을 걸어가듯 사귀자는 얘기였다. 하지만 남자가 하필 공대생이었던 모양이다. 이과생 남자는 말한다. 속도(velocity)는 벡터(vector)라서 이미 방향값을 가지고 있다나.

문과와 이과가 문제를 바라보는 인식의 차이를 조크로 표현한 것이다. 이를테면 최근, 드라마 제목 ‘너에게 가는 속도 493km’를 놓고 벌어진 해프닝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배드민턴 스매시 비공식 세계 신기록(493km/h)을 뜻하는 제목으로 썼지만, 킬로미터(km)를 ‘km/h’로 써야 한다는 과학자들의 ‘애정어린 지적’이 화제가 되고 있다(여기서는 속도를 속력으로 써야 한다). 제작진이 과학에 무지하거나 편의상 그렇게 쓸 수밖에 없었다는 반론이 있지만, 이 논란(?)으로 과학 상식에 대한 관심이 빠른 '속도'로 늘어났으면 한다. 

Z
주기율표에 보면 ‘Z’가 들어가는 원소가 2개 있다. 원자번호 30번의 Zn(아연)과 40번의 Zr(지르코늄)이다. 아연은 어디에 쓰일까. 아연이 도금된 철강재 함석을 떠올리면 쉽다. 저렴하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내부식 효과가 뛰어난 외장재이다. 또한 우리 몸의 다양한 효소가 동작하는 데 필수적인 원소다. 카사노바가 아연이 많이 함유된 생굴을 즐겨 먹었다는 이야기처럼 성호르몬과 성장호르몬 등의 효소작용에 관여한다.

지르코늄은 좀 생소한 이름이지만, 원자력 발전소에 필요한 원소이다. 중성자를 흡수하지 않는 물질로 만들어야 하는 원자로에 쓰인다. 원자력 안정성과 효율을 높이는데 유일한 원소이다. 지르코늄 광석인 지르콘은 잘 손상되지 않는 특성 때문에 지구의 나이를 측정하는데도 사용되었다. 

이렇게 긴요한 원소를 표기하는 ‘Z’가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서 불명예의 상징이 되었다. 러시아군이 Z를 상징적으로 쓰면서부터이다. 러시아가 자국군 식별을 위해 쓴 단순한 기호라는 얘기, ‘승리를 위하여(Zapobedy)’라는 뜻이거나 우크라이나 방향을 뜻하는 서쪽(Zapad)이라는 말도 분분하다. 분명한 것은 마치 나치의 상징(하켄크로이츠)처럼 Z도 금기어가 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애먼 삼성은 발트 3국 수출 때 갤럭시 Z 플립, 폴더의 ‘Z’ 표시를 지웠다. 빼앗긴 들에도 봄이 온다고 했던가. 우크라이나에도 하루빨리 평화의 봄이 찾아오길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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