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장 노트] 망원경과 식물, 본다는 것의 비밀
  • 2022-04-04
  • 신윤오 기자, yoshin@elec4.co.kr

과거를 보는 우주 망원경의 비밀

지구에서 150만 Km 떨어진 곳에서 셀카 사진이 하나 배달되었다. 인류가 지구 밖으로 보낸 가장 크고 강력한 차세대 우주망원경 ‘제임스웹 우주망원경(JWST)’이 보낸 셀피다. 천문학 사상 최대 프로젝트로 불리는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은 NASA, ESA(유럽우주국), 캐나다 우주국이 지난해 12월 25일 프랑스령 기아나에서 아리안 5호 로켓에 실려 발사됐다.

금빛의 육각형 거울 18개를 벌집 형태로 이어붙여 만든 이 우주망원경은 주경의 지름만 6.5m에 이른다. 지금까지 우주망원경의 대명사로 불리던 허블 우주망원경이 가시광선, 근적외선 스펙트럼만을 관찰했던 것에 비해 제임스웹은 적외선대역 관측도 가능하다.
 
‘제임스웹 우주망원경(JWST)’이 보낸 셀카 사진(출처 NASA)

적외선을 잡아내 관찰할 수 있다는 것은 초기 우주가 팽창하면서 길어진 파장의 빛도 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렇게 멀리 볼 수 있다는 것은, 먼 과거를 보는 것과 다름 아니다. 우주의 나이를 138억 년으로 추정하는데, 제임스웹은 대략 135억년 전의 빛을 볼 수 있다. 그러니까, 우리는 제임스웹이라는 타임머신을 통해 135억 년의 과거를 보는 것이다. 빅뱅 초창기에 은하가 만들어지고 별이 태어나는 모습을 그려볼 수 있다. 또한 이를 통해 생명체를 가진 별도 추정할 수 있다. 우주망원경이 보는 빛을 분광하면 생명체를 가늠할 수 있는 원소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빛을 보면서 정보를 얻는 것은 인간만이 아니다. 식물도 빛을 보며 정보를 얻고 생존한다. 그렇다면 식물이 본다는 의미는 무엇이란 말인가. 인간이 사물을 보기 위해서는 눈 속에 있는 특정 생체 분자에 빛이 흡수되어야 하고 흡수된 빛에너지가 생체 분자의 구조를 바꿔야 한다. 이 생체 분자가 생화학적 변화를 유도해야 우리는 ‘본다’라고 말할 수 있다. 이는 우리 몸 속에 빛을 흡수하는 ‘광수용체’라는 생체분자가 있기 때문이다.

주위를 보는 식물의 비밀

흥미로운 사실은 식물에도 ‘피토크로뮴’과 같은 광수용체가 있다는 점이다. 피토크로뮴 광수용체가 식물의 눈 역할을 하기 때문에 ‘식물도 본다’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식물은 이 눈을 가지고 주변의 다른 식물을 본다. 다른 식물이 옆에, 얼마나 있는지 보고 자신의 생존 방식을 선택한다. 광합성에 필요한 빛을 찾아 가야하기 때문이다. 피토크로뮴이라는 눈을 사용해서 식물은 옆에 다른 식물이 있는지 알아내고 만약 다른 식물이 있으면 길게 자라 그늘에서 벗어난다.

최길주 카이스트 생명과학부 교수는 렉처사이언스 [빛] 책에서 “피토크로뮴을 스위치에 비유할 수 있는데, 식물은 피토크로뮴으로 붉은색 빛과 원적색 빛 중에서 어느게 더 많은지 파악해 자기 주위에 또 다른 식물이 있다는 것을 안다”고 말했다.

이제 완연한 봄이다. 필자는 봄의 어원을 따지는 말 중에서, ‘보다(見)’라는 말의 명사형 ‘봄’을 신뢰한다. 정확한 어원이 무엇인지를 떠나 매우 잘 어울리는 말이라 생각한다. 겨우내 얼었던 땅이 녹아 새싹이 돋고 나무에 물이 오른다. 생동하는 만물을 ‘새로 보는’ 봄이 새봄이 아니겠는가. 인간은 망원경으로 과거를 보고, 식물은 광수용체로 앞을 내다본다. ‘본다’라는 말은 참으로 좋은 말이다. 이 봄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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