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공급망 재편, 가격경쟁력과 리사이클링 기술 확보해야
  • 2021-10-06
  • 한상민 기자, han@elec4.co.kr

선진국 공급망 재편 가속화, 국내 원자재 수급 해결 과제

배터리의 중요성에 비해 지나친 대외의존도를 우려한 주요 선진국의 공급망 재편 계획에 따라, 우리 기업에 기회인 동시에 국내 배터리 산업이 풀어야 할 과제도 제시하고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한국무역협회 신성장연구실(조성대, 박가현 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배터리 글로벌 공급망 변화에 따른 기회와 도전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원료를 제외하고 소재부터 셀, 팩 제조에 이르는 일관된 생산체계를 자국 내에 구축한다는 선진국의 공급망 재편 계획은 우리 기업에 기회가 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다만, 공급망 재편은 우리 배터리 산업이 풀어야 할 과제도 제시하고 있다. 해외투자가 확대될 경우 국내 배터리 생산 및 직수출 감소가 불가피하다. 단기적으로는 글로벌 수요의 증가속도가 공급보다 빨라 국내생산에 영향을 주는 부분은 제한적일 수 있으나, 중장기적으로는 이를 보완할 수요산업과 대체시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왜 공급망 재편인가


세계적으로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정부 정책과 기업의 경영 전략이 화두인 가운데, 폭발적으로 보급이 확산되고 있는 전기차, 신재생에너지 저장장치(ESS), 차세대 모빌리티 등의 핵심부품인 배터리 수요도 급증하고 있다.

자국중심주의 확산에 따른 글로벌 가치사슬(GVC : Global Value Chain) 약화가 코로나 팬데믹으로 가속화되며, 국제적 분업화로 생산되고 있는 배터리의 안정적인 수급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확산되고 있다. 미국, EU 등을 중심으로 배터리 생산 가치사슬의 내재화를 목표로 하는 공급망 재편이 진행되고 있는 것.

배터리 공급망은 원자재의 채굴 및 가공, 소재 제조, 셀?모듈?팩 제조 등의 단계로 나누어지며, 한중일 3국이 각 단계별로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미국?EU를 중심으로 배터리의 안정적 확보를 위한 정부 차원의 노력이 확대되고 있으며, 급성장하는 배터리 시장의 주도권 확보를 위한 생산국간 경쟁도 심화되고 있다. 세계 주요 완성차 업체들은 전기차-배터리 시장 선점과 배터리 수급의 리스크 축소를 위해 조인트 벤처 설립, 지분투자 등을 통한 글로벌 합종연횡을 활발히 추진하고 있다.

각국의 공급망 재편은

미국의 배터리 수요 및 생산은 전기차 시장의 급성장과 함께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미국의 배터리 수입은 2020년 약 47억 달러로 2017년 이후 연평균 24.8% 증가한 반면, 배터리 수출은 수입의 1/3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배터리 수요를 견인하고 있는 전기차 분야에서 미국 시장은 세계 3위 규모이지만 급증하는 배터리 수요 및 생산량에 비해, 배터리 제조에 사용되는 핵심 4대 소재의 미국 내 생산은 미미한 수준이다.

EU 배터리 생산역량은 2020년 기준 28GWh로 세계 생산능력의 약 6.2%를 차지하고 있으나, 유럽연합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2025년 368GWh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2020년 EU의 배터리 수입은 145억 유로, 수출은 116억 유로를 기록했으며, 최초로 역내 수입액이 역외 수입액을 초과했다. EU 전기차 시장은 판매량 및 누적 보유수에서 세계 2위의 자리를 유지해 왔으며, 2020년에는 판매량에서 중국을 추월하고 1위를 차지했다.

배터리 생산량은 빠르게 증가하고 있으나, 배터리 원자재 조달 및 핵심소재 가공 부문에서의 진전은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EU는 배터리산업을 ▲기후변화 대응 리더십 확보, ▲급증하는 전기차시장의 안정적인 성장 지원, ▲약화되었던 유럽내 제조기반 구축을 통한 일자리 창출의 핵심 수단으로 인식하고 자금 지원 및 정책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중국의 배터리 생산역량은 글로벌 생산 케파의 74%로 세계1위를 차지했으며 2020년 중국의 배터리 수출은 159억 달러로 2017년 이후 연평균 23.6%씩 증가한 반면, 수입액은 2012년부터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중국은 세계 전기차 시장에서도 최대 규모를 차지하고 있지만 중국의 전기차 및 배터리 산업의 빠른 발전은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정책에 있다. 최근 중국 배터리 기업들이 내수시장을 넘어 유럽 등 세계 시장으로의 진출을 가속화하며, 국제시장에서의 배터리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은 2014년까지 세계 전기차용 배터리의 최대 공급자였으나, 이후 한국과 중국 배터리 기업의 폭발적인 성장 및 일본의 더딘 전기차 시장 전환으로 인해 위상이 크게 하락했다. 일본은 앞선 하이브리드 기술을 보유해 상당 기간 우위를 점해왔으나, 하이브리드에 대한 고집이 전기차 시장으로의 전환을 더디게 하고 있다. 일본의 배터리 공급망은 우수한 소재?부품 기술을 보유한 업체를 기반으로 탄탄한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지만 자동차 강국 일본이 뒤쳐지고 있다는 내부의 위기의식이 확산되며 최근 일본의 전기차·배터리 산업 발전을 위한 민?관?학 협력 움직임이 활발히 진행 중이다.

한국 배터리 산업의 특징은 소재·부품 업체가 동반 성장하여, 4대 핵심소재 제조를 비롯해 안정적인 배터리 가치사슬을 국내에 구축했다. 국내 배터리 공급망에서 가장 취약한 부분은 원자재 수급으로, 급증하는 배터리 수요로 인한 공급 부족과 가격변동성 등의 리스크 상존한다. 국내 배터리 기업은 최근 해외 완성차 업체의 요구에 신속히 대응하고 운송 과정의 위험성·비용 문제 등의 해결을 위해 해외 완성차공장 가까이에 생산 공장을 구축하는 추세이다.

향후 전망

미국, EU의 배터리 공급망 재편계획은 ▲글로벌 가치사슬 분산의 위험 인식, ▲미래경제산업의 핵심 품목에 대한 안전망 구축 필요성, ▲코로나 팬데믹이 가져온 단기적 충격, ▲장기적으로 역내 제조업 부흥과 고용증대 등 다양한 배경과 목적 하에 수립하고 있다. 리쇼어링 또는 온쇼어링 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첨단산업에서는 동맹국 기업의 투자(Ally shoring)를 유치해 “다목적 윈윈”을 추구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이다.

미국, EU의 공급망 재편에 참여하는 투자기업은 거대시장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투자유치국의 인센티브 혜택을 통해 초기부담을 줄일 수 있다. 주요 선진국과의 기업 및 산업간 협력 확대로 국가 차원의 동맹 또는 전략적 관계 강화 효과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보고서에는 “배터리 생산이 급격히 증가함에 따라 원자재 가격은 상승하고 경쟁 심화로 배터리 가격이 하락할 가능성이 크므로 지속적인 가격경쟁력 확보 노력 필요하다”며, “배터리 기업은 배터리 안전에 대한 불만과 부정적 시각을 신속히 불식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하고 중장기적으로 배터리 리사이클링 기술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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