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 기술 폭넓게 접목, 각종 규제와 의료계 이견 넘어야
최근, 삼성전자가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심전도(ECG) 측정 앱을 허가 받았다고 발표해 화제다.
이번 허가 조치로 사용자는 지난 4월 혈압 측정 앱 허가를 받은 ‘삼성 헬스 모니터’ 앱을 통해 혈압뿐 아니라 심전도도 간편하게 측정하고 관리할 수 있게 되었다. 심전도 측정 앱은 갤럭시 워치 액티브2의 센서 기술을 활용해 심장의 전기활동을 분석하여 동리듬(Sinus Rhythm)과 심방 세동(Atrial Fibrillation)을 측정하고 분석하여 표시해 준다.
측정 방식은 사용자가 편안한 상태에서 앱을 열고 스마트 워치를 착용한 팔과 손을 평평한 표면에 올려놓은 후 반대쪽 손의 손가락
끝을 30초 가량 스마트 워치의 상단 버튼에 가볍게 올려 놓으면 된다.
심방이 무질서하게 매우 빠르고 미세하게 떨리면서 불규칙한 맥박을 형성하는 심방 세동은 흔한 부정맥 질환 중 하나지만, 많은 환자들이 무증상으로 본인의 상태를 알지 못하는 가운데 혈전, 심부전, 뇌졸중 등을 포함한 합병증의 위험을 크게 증가시킨다. 심전도 측정은 ‘삼성 헬스 모니터’ 앱을 통해 올해 3분기내 출시할 계획이며, 관련 센서가 내장된 갤럭시 워치 액티브2 및 향후 심전도 측정 기능이 지원되는 스마트 워치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특히 이번 삼성 헬스 모니터 앱의 식약처 허가가 규제에 가로막혔던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성급하게는 원격 진료를 앞당길 것이라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내놓고 있는 실정이다.
디지털 헬스케어의 명과 암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은 지난 5월7일, 과학기술계 공동 긴급 현안 대응 시리즈로 ‘K-바이오헬스, 글로벌 강국을 꿈꾸다’ 주제의 포럼을 개최했다.
김상선 KISTEP 원장은 포럼에 앞서 “진단키트, 데이터 기반 방역시스템 등 우리 기술력에 대한 세계의 주목은 바이오헬스 기술과 시장의 새로운 도전과 기회”이라며, “기술력이 입증된 진단키트뿐만 아니라 관련 치료제와 백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원격의료, Al 헬스케어, 의료 빅데이터와 같이 IT와 BT가 융합된 분야 또한 새로운 기회의 영역으로서 기술개발 촉진이 필요하다”고 개최 의의를 밝혔다.
김 원장의 말처럼 스마트헬스케어 산업은 고령화, 의료비 지출 증가와 같은 사회적 요인과 인공지능 4차 산업혁명 연관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급성장하고 있다.
전 세계 스마트헬스케어 산업의 시장 규모는 Allied Market Research에 따르면, 2016년 960억 달러에서 ’20년 2,060억 달러로 크게 성장할 전망이다. 특히 최근 헬스케어 산업 분야에 인공지능 접목이 활발해지면서 인공지능 헬스케어 시장 규모도 급성장하고 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인공지능 헬스케어 시장 규모는 2015년 71.3백만 달러(약 800억 원)에서 ’20년 754.7백만 달러(약 8,475억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며 국내 인공지능 헬스케어 시장 규모는 ’15년 17.9억 원에서 ’20년 256.4억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융합연구정책센터 박혜경 연구원은 ‘인공지능(AI) 헬스케어산업 현황 및 동향’ 보고서에서 “인공지능 헬스케어 산업 분야가 향후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주목받게 됨에 따라 세계 주요국들의 지속적인 투자가 예상된다”며, “인공지능 헬스케어 산업에 꾸준한 지원으로 의료수준 및 의료서비스의 질이 대폭 향상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스마트헬스케어 국내 현실은
하지만 K-바이오헬스 포럼에 참석한 송승재 라이프시맨틱스 대표(한국디지털헬스산업협회장)는 장밋빛 전망만을 내37놓지 않았다. 현업에서 바라보는 국내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의 명암이 분명히 존재한다는 것이다. 송 대표는 ‘비대면 시대, 디지털헬스의 기회와 현황’이라는 발표에서 “우리나라는 원격모니터링은 2017년에, 내원 안내와 검사결과 통보 등은 2020년 유권해석으로 풀렸고, 의료는 전후 서비스들과 연계성이 매우 높아 원격진료가 허용되어야만 완결된 UX 제공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2019년 규제샌드박스 1호 기업이었던, 휴이노의 심전도계를 활용한 원격모니터링 서비스가 허용되면서 2020년 3월에나 서비스가 풀리게 되었다. 내원과 검사결과 통지도 의료행위라고 규정을 했었는데, 여기까지는 규제 없음으로 해석해서 사업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에 대해 송 대표는 “여기서 문제는, 의료라는 것이 서비스의 전후가 모두 연결되어 있어서, 어디까지가 진료이고 어디까지가 진료가 아니라고 말하기기 어렵기 때문에 ‘이것은 안돼’라고 규제하면 완결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할 수 없다. 하나의 완성된 상품으로서 서비스로서 존재할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사업화가 어렵다”고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의 현실을 지적했다.
현재 한국은 코로나19로 인해 원격진료를 일부 한시적으로 허용한 상황이고 의료계는 이를 전면 반대하면서 사회적으로 찬반 논란이 뜨거워지고 있다.
KOTRA가 발간한 ‘스마트헬스케어 유망시장 동향 및 진출전략’ 보고서도 “스마트헬스케어에 대한 관심과 관련 시장이 확대되고 있지만 국내 업계의 성장을 위해서는 개인정보 규제, 원격의료 제한 등 제도적인 장벽들도 존재한다”며, “특히 국내 기업들 중 많은 수가 규제로 인하여 아직 상품화 단계에 이르지 못했으며, 국내 시장에 제품 출시가 되지 않고 있다 보니 관련 레퍼런스 부족으로 해외 시장진출도 어려워지는 악순환도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유망기술로
이러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헬스케어 분야는 코로나19를 기점으로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은 최근 포스트 코로나19 시대에 유망한 기술로 가장 먼저 헬스케어를 꼽았다. ‘헬스케어’ 영역에서는 ▲디지털 치료제 ▲AI기반 실시간 질병진단, ▲실시간 생체정보 측정?분석, ▲감염경로 예측?조기경보, ▲RNA 바이러스 대항 백신기술 등 5개 분야를 유망 기술로 들었다.
먼저 디지털 치료제는 정신질환 치료, 트라우마 극복 등의 과정에서 기존 의약품?의료기기를 대체?보완하는 용도로 활용되는 앱, 게임, 가상현실 등의 SW 컨텐츠 기술을 말한다. 염병 확산, 경기침체 등으로 인해 우울증, 행동중독 등 정신질환 증가가 예상되며, 기존의 약물치료/대면상담 이외의 효과적 치료방안이 필요하다. 세부 기술은 ①컨텐츠 개발 ②사용자 상호작용 ③사용정보 분석 ④UI/UX 등이 있다.
AI 기반 실시간 질병진단기술은 의료 빅데이터를 인공지능 기술로 분석하여 환자의 질병 유무를 실시간으로 판단하고 가장 적합한 치료법을 제시해주는 SW 기술이다. 코로나19 대응과정에서 노출된 현재 의료체계의 문제점(시간?공간적 제약, 의사별 진단능력 편차 등)을 극복하고, 육안으로 판단하기 힘든 질병의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다. 세부 기술은 ①의료정보 분석 ②진단용 AI ③클라우드/통신 ④정보보안 등이다.
실시간 생체정보 측정?분석기술은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개인의 생체정보를 수집?분석하여 건강상태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는 기술이다. 의료 패러다임이 치료에서 예방?관리로 변화됨에 따라 개인별 생체정보 분석을 통한 질환예방, 급성질환에 대한 자동 모니터링 등이 필요하게 됐다. 세부 기술로는 ①생체정보 센서 ②정보분석 AI ③UI/UX 기술 ④정보보안 기술 등이 있다.
질병의 전파 과정, 감염 환자, 인구 데이터 등 빅데이터를 활용하여 감염병 지역 확산 가능성을 예측하고 사전에 알려주는 기술은 감염병 발생이 빈번해진 상황에서 부각됐다. 세부기술은 ①정보 분석 기술 ②위치정보 추적 ③위험분석 AI 등이다.
RNA 바이러스 대항 백신기술은 RNA 바이러스 대항 면역체계를 활성화시켜 감염병을 예방하거나 인체감염 시 피해를 최소화하는 기술이다. DNA 바이러스보다 돌연변이 발생률이 높아 치료제를 개발하기 어려운 RNA 바이러스의 확산에 대응한 치료기술을 고도화한다. 세부기술은 ①치료제 개발 ②대량생산 ③고효율 전달 등이다.
소비자의 의료 서비스를 위해
경기연구원은 지난달 전 국민 1,500명 대상을 ‘언택트 서비스 소비자 수요조사’ 실시한 결과, 향후 중점 육성 분야의 하나로 원격의료(24.7%)를 들었다. 응답자 88.3%는 원격의료에 찬성(적극 찬성 16.1%, 단계적 도입 30.4%, 환자별 찬성 41.8%)하고 있으며, 그 이유로는 의료기관 접근성 향상(27.5%), 만성질환자 건강관리(27.4%)를 주요인으로 꼽았다. 또한 원격의료가 합법화된다면 가장 중요하게 고려할 요인은 정보보안 기술개발 및 제도화(22.9%)라고 응답했다.
송승재 한국디지털헬스산업협회장은 K-바이오헬스 포럼 토론에서 “우리의 전국민 의료보험이 김대중 정부에서 도입된 이래, 약 20년이 지났다. 원격진료 얘기도 그 때부터 나오기 시작했고 지난 20년간 각 부처에서 사안별로 R&D를 지원했었다”며, “그런데 (이제는) 부처가 사안별로 접근하다기 보다는. 하나의 컨트롤타워가 범부처의 마스터플랜을 가지고 R&D를 끌고 가야하는 시점이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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