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메타비스타 김보성 이사
액체수소 기술 및 제품 국산화 목표
국내에 몇 없는 액체수소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메타비스타(Meta Vista)는 액체수소 및 극저온 기술 기반의 수소에너지 토털 솔루션 기업이다. 수소사회 밸류체인 전반에 대한 기술을 연구 중인 이 기업은 최근 액체수소를 연료로 하는 드론을 제작해 10시간 50분의 비행기록을 세우며 기술력과 액체 수소의 잠재성을 보여주기도 했다. 아직 국내에는 액체수소에 관련한 기준이나 법이 미비하며, 수소 관련 원천기술도 부족한 실정에서 액체수소 기술 및 제품의 국산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액체수소와 극저온 기술을 활용한 실제 사용할 수 있는 제품 및 기술을 만드는 게 목표이다. 메타비스타의 김보성 이사를 만나 액체수소의 중요성과 수소사회 실현을 위한 과제에 대해 들었다.
Q 메타비스타가 현재 연구 중인 수소관련 기술은 어떤 것들이 있습니까.
한마디로, 액체수소 기반 밸류체인 기술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수소액화, 저장, 이송, 충전, 활용 등 전 분야에 걸친 액체수소 기반 인프라가 포함됩니다. 하나의 사례로는 수소 센서가 있습니다. 수소사회로 가기 위해서 안전에 꼭 필요한 기술입니다. 수소가 유출되면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 중에 있습니다.
또 액체수소 저장방법의 하나인 LOHC(Liquid Organic Hydrogen Carries, 액상 유기물 수소 저장체 기술)를 개발 중입니다. 현재는 일부 유독한 화학물질을 사용하고 있는데 저희는 독성이 없는 화학 물질로 구현하려고 합니다. LOHC의 과정인 화학 물질에 수소를 넣는 수소화 작업, 이를 저장하고 운반한 뒤 다시 수소를 추출해내는 탈수소화 작업, 순도를 높이는 작업에 필요한 기술들을 개발하고 있어요. 이 기술은 상온, 상압에서 저장이 되기 때문에 장기 저장에도 유리합니다.
이외에도 액체수소에 필요한 장치 및 부품도 개발하고 있습니다. 개발 중인 제품에는 수소액화기, 수소 저장 탱크, 액체수소 트레일러 등이 있습니다. 기본적인 개념은 극저온 기술을 통해 액체수소를 만들고 저장해서 활용하는 것입니다. -253도를 잘 만들고 잘 유지하면 다양한 영역에서 활용할 수 있습니다.
Q 액체수소기술은 좀 생소한데, 보충 설명 좀 부탁합니다.
제품과는 별개로 액체수소기술을 알리기 위해 수소가 액체가 되는 모습을 볼 수 있는 액화기를 만들어 액화 과정을 촬영한 영상을 유튜브에 올리기도 했습니다. 우리나라에는 아무도 액체수소를 본 적이 없기 때문에 알리기 위한 목적도 있었습니다. 영상에서 액체수소가 담기는 용기에 투명한 아크릴판으로 내부를 볼 수 있게 했는데 이는 보기보다 어려운 기술입니다. 아크릴판으로 내부를 볼 수 있음에도 내부는 -253도를 유지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여기에는 높은 단열기술이 필요합니다. 지금까지는 용기에 이미 액화된 수소를 볼 수밖에 없었는데, 저희처럼 액화 과정을 보여주는 경우는 없었습니다. 외국기업들이 이 영상을 보고 기술력을 인정해주기도 했습니다.
Q 그렇다면, 액체수소기술이 중요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액체수소의 장점은 에너지 밀도가 아주 높은 가장 가벼운 액체라는 점입니다. 수소는 무게당 에너지 밀도가 높지만, 부피당 에너지 밀도가 낮습니다. 부피가 굉장히 크다는 단점이 있죠. 그래서 많이 저장하기 위해 압축하거나 액화하는 것입니다. 물은 1L에 1kg인 반면 액체수소 1L는 70.8g정도밖에 되지 않습니다. 액체수소는 기체수소 대비 800배로 압축 저장이 가능해 효율적이고, 저장압력이 상압이기 때문에 보다 안전합니다.
앞으로 수소경제를 실현하려면 대용량의 수소를 사용해야 하는데 액체수소 기술을 통해 대용량의 수소를 보다 쉽게 저장, 운반하고 사용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장기적으로는 액체수소가 다양한 시스템에 적용할 수 있는 원천이 될 것입니다. 향후 사용하는 단위가 500~1000kg를 넘어서면 액체수소가 굉장히 필요하게 될 것입니다. 기체수소 대비 저장 공간도 적고, 충전 방식도 기체는 컴프레셔를 계속 돌려야 하는데, 액체수소는 펌프를 통해 대량의 충전이 효율적으로 가능해질 것입니다. 지금은 수소를 많이 쓰고 있지 않지만, 수소경제라고 부를만한 시점이 오면 저장과 운송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고 안전성까지 갖춘 액체수소가 굉장히 중요합니다.
향후 우주산업을 위해서도 액체수소 기술이 필요합니다. 현재 대기권을 돌파하는 정도는 케로신을 사용하는 게 더 효율적이라고 하지만 달, 화성 등 더 먼 곳을 탐사하는 장기적인 프로젝트에서는 액체수소엔진이 필요합니다.
“수소는 무게당 에너지 밀도가 높지만, 부피당 에너지 밀도가 낮습니다. 부피가 굉장히 크다는 단점이 있죠. 그래서 많이 저장하기 위해 압축하거나 액화하는 것.”
Q 향후 액체수소가 기체수소를 대체하게 되는 것입니까.
그렇진 않습니다. 모든 기술은 하나의 용도만 있는 것이 아니고, 목적에 따라 맞는 게 있습니다. 액체수소가 모든 곳에 좋은 게 아니고 기체수소가 더 적합한 곳도 있습니다. 가까운 거리에 적은 양의 수소를 옮기는 경우에는 기체수소가 더 효율적입니다. 그런데 수소사회가 실현된다면 단순히 수소자동차에 수소가 쓰이는 것이 아니라, 수소가 에너지 전환에서 한 축을 담당한다는 의미입니다.
이는 곧 사회 구조가 바뀐다는 것을 뜻하죠. 우리는 화석연료를 가솔린, 등유 등 다양한 형태로 자동차에도 쓰고 발전에도 사용해왔습니다. 수소사회는 이와 같은 역할을 수소가 하게 될 거예요. 그러면 수소도 기체, 액체 각 형태에 맞는 영역에서 활용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 기술 중 하나만 없어도 국가 에너지체계에서 큰 손실이 될 수 있습니다. 다양한 수소 기술들이 사용되면서 시스템이 만들어지고 발전이 이뤄져야합니다.
Q 최근 메타비스타는 액체수소드론으로 10시간 50분 비행 기록을 수립했습니다. 이 기록은 어떤 의미가 있나요.
기존의 드론이 가지고 있던 짧은 체공시간의 문제를 해결했다는데 의의가 있습니다. 현재 드론의 한계는 배터리 용량의 한계로 비행시간이 짧고, 이로 인해 제대로 활용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가장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부분입니다. 배터리로는 이 부분을 해결할 수 없기 때문에 등장한 것이 ‘수소연료전지 드론’입니다. 주요 국가들이 많이 개발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기존에 수행하기 어려웠던 다양한 임무를 수행할 수 있게 됐습니다.
특히, 이번 비행은 기존 수소연료전지 드론에 비해서도 월등한 성능향상이 있음을 보여줬습니다. 일반 기체 수소를 연료로 했던 드론의 최대 체공시간이 약 4시간 정도였던 반면, 메타비스타가 성공한 액체수소를 연료로 한 드론의 체공시간은 10시간 50분입니다. 대략 3배 정도의 체공시간을 보였습니다. 즉, 드론이 3배 정도의 일을 더 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시간이 모자라서 제대로 활용할 수 없는 경우는 줄어들게 될 것입니다.
향후 단순 체공을 넘어 물체를 들 수 있게 하고, 무게를 늘려나가다 보면 유인 드론까지 발전할 수 있게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액체수소는 에너지밀도대비 가장 가벼운 액체입니다. 공중을 나는데 있어서 가볍다는 것은 굉장한 장점이 될 것입니다. 이번 기록으로 드론의 게임체인저가 될 것이라는 평가도 받았습니다. 이를 통해 국내 드론산업에도 큰 기여를 할 것이고 경쟁력 향상에도 큰 기여를 할 것입니다.
“지금은 수소를 많이 쓰고 있지 않지만, 수소경제라고 부를만한 시점이 오면 저장과 운송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고 안전성까지 갖춘 액체수소가 굉장히 중요합니다.”
Q 최근 국회에서 열린 수소경제 토론회에서 국내 수소 정책은 액체수소가 아닌 기체수소 기술 중심으로 가고 있다는 지적이 있었습니다. 현시점에서는 액체수소기술보다 기체수소기술이 더 고도화되어 있기 때문이라는 답변을 들을 수 있었는데요, 액체수소기술이 활성화되기 위해 해결해야할 과제는 무엇입니까.
우리는 바닥부터 다지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단계별로 기술을 축적하고 다양한 실증사업을 통해서 소규모라도 계속해서 수소를 운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규모가 작고 지금 당장 경제성이 없더라도 해봐야합니다. 우리는 드론에 사용할 액체수소 생산, 충전, 운송 저장 등 작은 규모지만 액체수소 밸류체인을 구현했습니다. 이게 향후 규모가 커지면 차량에도 적용할 수 있고 선박에도 적용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런 실증사업 기회들을 통해 다양한 사람들이 액체수소를 직접 쓸 수 있는 기회가 있어야 합니다. 지금은 문헌에 나온 내용들을 이야기하는 수준밖에 안됩니다. 로드맵에 따르면 정부는 2030년부터 액체수소를 수입해서 활용하는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그때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경제성이 없더라도 지금부터 작은 시스템부터 실증사업들을 해나가야 합니다. 지금은 어떤 방식으로든 경제성이 없을 수밖에 없습니다. 경제성만 보지 말고 앞으로 다가올 수소사회를 위해 차근차근 경험을 쌓는다는 개념으로 시작해야 합니다. 지금 수십억을 들여 쌓은 경험들이 향후 수천억 프로젝트를 운용할 때 큰 역할을 하게 될 것입니다. 액체수소는 무조건 대형에 적합하니, 대형부터 해야 한다는 발상은 잘못된 생각입니다.
Q 지난 1월 문재인 대통령은 울산에서 수소경제시대를 선언했습니다. 미래에너지로 주목받고 있는 만큼 본격적으로 수소에너지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우리나라는 현재 수소사회의 진입하기 위해 어느 정도 준비가 됐다고 보십니까?
우리나라의 경우 액체수소 기술을 사용하거나 개발할 환경이 마련되지 않았었습니다. 타국의 사례를 볼 때 액체수소는 우주기술을 기반으로 국방, 민간 영역까지 내려오는 형태였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그런 기반이 구축될 일이 없었습니다. 나로호 발사때도 액체수소엔진이 아닌 케로신 기반 엔진을 사용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는 냉정하게 말해서 액체수소관련 기술이 전혀 없습니다.
우리나라는 수소사회를 실현해야 한다는 의지나 분위기는 굉장히 선도적이지만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원천기술역량에서는 그렇지 못합니다. 수소차를 처음으로 상용화했지만, 충전기는 모두 외국부품을 사다 조립해서 쓰는 상황입니다. 핵심 부품도 마찬가지이고요. 또한 수소의 저장, 이송기술은 현재 기체수소에 한정됩니다. 그마저도 아주 고난이도의 기술은 아직 없습니다. 고압기체 트레일러도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유럽이나 미국 기업에 비해 법제도적으로나 생산 기술 분야가 많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Q 그렇다면 우리가 수소경제 사회를 준비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백조가 우아하게 물위를 떠다니기 위해서는 물 밑에서 물장구를 열심히 쳐야 합니다. 수소사회를 우아한 한 마리 백조라고 비유한다면, 우리는 아직 이를 위한 물장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물장구에 해당하는 원천기술 및 인프라 분야에서 더 바빠져야 합니다.
그렇다고 현재 우리의 수준이 나쁘다고는 볼 수 없습니다. 우리나라는 성장속도가 빠르고 응용기술을 잘 만들어내는 장점이 있기 때문에 집중해서 전략적으로 투자하고 육성한다면 빠르게 경쟁력있는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어요. 단기적인 계획도 필요하지만 기술 개발과 같은 장기적인 계획도 함께 진행해야 합니다. 단기적으로는 인프라 구축 등 사람들이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데 집중해야합니다.
Q 기술과 인프라도 중요하지만 전문 인력을 키워내는 것도 중요한데.
앞서 바닥부터 다져야 한다고 말씀드렸는데, 인력양성부분도 거기에 해당합니다. 우리나라에 수소관련 학과들이 생긴 지 얼마 안됐습니다. 수소관련 학과도 별로 없고, 극저온기술에 관련된 학과도 별로 없습니다. 극저온 기술을 연구하더라도 액체 질소나 LNG급 수준입니다. 이 기술들이 훌륭하다고 해서 액체수소를 잘할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수소사회를 이루기 위해서는 각 밸류체인에 맞는 인력이 필요합니다. 안전, 생산, 저장 등 각 분야마다 요구되는 능력이 다른 만큼 분야별로 인력을 육성할 수 있는 시스템이 지금부터라도 만들어져야합니다.
“(수소는) 지금은 어떤 방식으로든 경제성이 없을 수밖에 없습니다. 경제성만 보지 말고 앞으로 다가올 수소사회를 위해 차근차근 경험을 쌓는다는 개념으로 시작해야 합니다.”
Q 수소에너지를 본격적으로 사용하는 시기를 언제쯤으로 보는지요.
가장 먼저 본격적인 사용은 2020년이 될 것입니다. 일본이 2020년 도쿄올림픽에서 수소에너지를 활용한 기술들을 선보일 예정입니다. 사실상 스타트의 개념입니다. 전반적으로는 2030년부터 수소사회가 도입될 것으로 보입니다. 생각보다 빨리 기술들이 나오고 있지만 2025년에서 2030년 사이에 큰 변곡점이 나타나면서 본격적인 수소사회가 열릴 것이라 예상합니다.
2040년부터 유럽에서는 내연기관차의 신규 등록을 금지시키는 등 에너지 시스템이 바뀌려는 움직임이 있습니다. 점차 재생에너지의 비중이 늘어날텐데, 재생에너지는 간헐성이 있어 생산해서 사용하고 남은 에너지를 버리지 않고 활용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합니다. 이때 남은 전기를 수전해에 사용해 수소를 만들고 저장하는 방식으로 활용될 것입니다. 재생에너지 성장세에 따라 P2G(Power to Gas)라는 개념이 생기기 시작했고, 이런 추세라면 에너지 시스템의 주요 역할을 수소가 하게 될 것이라는 점은 확실합니다.
우리도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이 나왔으니 지금부터 서서히 성장하기 시작해 2030년 정도 되면 어느 정도의 본격적인 수소사회가 시작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Q 메타비스타의 목표와 비전은 무엇입니까.
메타비스타는 세계 최고의 액체수소 및 극저온 기술력을 가진 기술전문 기업이 되고 싶습니다. 이 기술을 기반으로 실생활에 적용할 수 있는 다양한 제품들이 만들어지는데 기여하고 싶습니다. 또한 수소사회가 실현되기 위해서 꼭 필요한 액체수소 기술에 관련된 부품 및 장치를 국산화할 것 입니다. 나아가 우리의 기술을 외국에 수출할 정도로 높은 수준의 기술을 갖추는 것이 목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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