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온 세상이 이동 중인 것처럼 보인다”
아무래도, 모빌리티(Mobility)를 단순한 ‘유동성’이라고 해석한다면, 역사상 가장 거대한 모빌리티를 구현한 민족과 사건은 ‘몽고족의 (동)유럽 원정’이라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몽고족이 끼친 사회 문화적인 영향은 일단 제쳐놓고 하는 말이다. 그들은 말을 타고 하루 최대 160km를 ‘이동’했다. 2차 대전과 같은 현대전에서 전차를 앞세워 일일 30km~40km를 움직였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시쳇말로 ‘미친 속도’로 유럽 본토까지 이동한 셈이다.
이 몽고 초원의 유목민이 유럽까지 닿으면서 이용한 이동 수단은 고작(?) ‘말’이었다. 그들은 말 한필로 대륙이동설을 몸소 증명했던 것이다. 근대에 와서 말(마차)은 철도와 자동차, 비행기로 바뀌어 인간의 사회 생활을 근본적으로 바꾸어놓았다. 사람이 자유롭게 이동하면서 시간과 공간의 개념이 재정립 된 것이다. 지난 10년간 모빌리티 연구를 주도한 영국 사회학자 존 어리(John Urry)는 “마치 온 세상이 이동 중인 것처럼 보인다”고 그의 명저 [모빌리티(2014)]에서 밝혔다.
존 어리는 조기 은퇴자, 유학생, 사업가부터 심지어 난민, 테러리스트까지 여러 집단이 전 지구를 가로지르며 교통, 통신의 허브에서 간간히 마주치고, 현실에 또는 전자 데이터베이스에서 혹은 웹사이트, 와이파이 핫스팟 등을 찾고 검색한다고 말했다. 이것을 가능하게 만든 것은 현대의 모빌리티 테크놀로지이다. 인간에 많은 혜택을 안겨준 테크놀로지이지만, 환경 오염과 같은 결과도 이 유동성에서 초래됐다.
주로 사회학에서 논의되었던 모빌리티는 이제는 인문학의 새로운 화두가 되었다. 예술과 인문학 분야를 가로지르는 모빌리티 인문학은 모빌리티가 고도화됨에 따라 발생하는 현재와 미래의 문제들에 대한 해법을 인문학점 관점에서 제안한다. 미술과 디자인, 고고학, 역사학, 퍼포먼스와 무용, 영화학, 문학과 같은 여러 인문학에서 모빌리티를 논의한다.
봄 꽃이 남쪽에서 북쪽에 도착하는 속도
진화를 거듭하고 있는 모빌리티 산업은 자동차, 전장부품, 차량공유 서비스, 인포테인먼트, 통신네트워크 등을 중심으로 발전하고 있다. 더구나 5G, 인공지능과 같은 첨단기술은 모빌리티를 가속화하고 있다. 국내만 하더라도 현대자동차가 스마트 모빌리티를 전면에 내세웠고, 대표적인 통신사인 SK텔레콤이 T맵을 기반으로 모빌리티 비즈니스를 확대하고 있다. 또한 카카오는 카카오 내비, 택시, 드라이브 등으로 모빌리티 비즈니스를 다지고 있다.
특히, 속도(20배)와 데이터 용량(1,000배) 면에서 4G를 압도하는 5G 서비스가 4월부터 상용화되면서 모빌리티 산업은 더욱 탄력 받을 것이다. 단순히 빠른 스마트폰을 손에 쥔다는 의미를 벗어나 우리의 생활과 생각의 방식을 바꿀 것이다. 최근에 공개된 모 통신사의 광고 내레이션처럼 “5G는 단지 다운로드 속도가 아니라 가족이 아플 때 구급차가 병원에 도착하는 속도, 아이가 길을 잃었을 때 엄마의 품으로 돌아오는 속도, 위험으로부터 안전한 세상이 오는 속도를 높이는 시대”라는 얘기다.
이제 모빌리티는 이동을 넘어서, 하나의 문화 양식이 되었다. 속도를 넘어선 속도 이상의 것을 말한다. 길 위를 달리는 차량의 대수를 줄임으로써 대기 오염과 교통 체증을 완화해 도시 환경을 쾌적하게 만드는 데 일조하는 것도 모빌리티의 한 전형이 되었다.
완연한 봄을 느낄 수 있는 4월이면, 먼 남쪽에서부터 ‘개화의 이동(모빌리티)’이 진행될 것이다. 벚꽃, 진달래 같은 꽃나무가 남쪽에서 북쪽에 도착하는 속도, 겨우내 얼었던 우리 몸이 따뜻해지는 속도, 거창하지 않지만 소박한 꿈을 이루는 세상이 오는 속도 또한 새로운 ‘모빌리티’라고 해도 지나치지는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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