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동엽 기자
영국 동화에서 유래된 ‘골디락스(Goldilocks) 존’은 너무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적당한 상태를 일컫는 말이다. 분야를 가리지 않고 적당한 것을 가리킬 때 쓰는 이 단어는 특히 우주 분야에서 ‘지구와 비슷한 조건을 갖춘 생명체가 살 수 있는 행성’을 의미한다. 지구처럼 지반이 단단한 암석형의 행성이어야 하며, 물이 존재하고, 태양과 같은 모성에서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적당한 에너지를 받아야 한다.
최근 열린 2019 소프트웨어 컨버전스 심포지움에서 필자는 골디락스 존을 다시 한 번 떠올렸다. 바로 ‘규제’의 골디락스 존이다.
우리나라의 규제시스템은 다른 선진국에 비해 엄격하다. 이는 2018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하는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규제환경 순위를 보면 확연히 드러난다. 우리나라는 ‘정부 규제 부담’항목 순위에서 140개국 중 79위를 차지했다. 유니콘 스타트업 기업이 계속해서 등장하는 미국(4위)과 중국(18위)에 비하면 크게 뒤처지는 것이다. 한국의 국가경쟁력 종합순위가 무려 15위를 차지했다는 점, 특히 혁신역량 부문에서 8위를 기록했다는 점에서 정부 규제 부담이 높은 것이 더욱 안타깝게 느껴진다.
전 세계 누적 투자액 상위 100개 업체의 사업 모델을 한국 시장에 적용해 규제 저촉 가능성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더욱 확연하게 우리나라의 규제가 강한 편이라는 것이 나타난다. 상위 100개 업체의 총투자액(160억 달러)의 40%에 해당하는 13개 기업은 우리나라에서 사업이 불가능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에는 Uber, Air BnB 등 거대 유니콘 기업들이 포함된다.
이는 규제 시스템의 차이에서 비롯된 결과로 볼 수 있다. 미국은 법에서 금지하는 것을 제외하고 모든 것을 해볼 수 있도록 규제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중국은 서비스가 성장해 시장이 충분이 형성될때까지 지켜보고 규제를 시작한다.
법률에 규정되어 있지 않은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에 대해서 불법으로 치부하고 법에서 허용하는 것만 가능한 우리나라 규제시스템은 경쟁력이 현격히 떨어질 수밖에 없으며, 신기술과 혁신서비스가 나오기 어려운 환경이다. 규제라는 태양볕이 너무 강력해 스타트업이 살아가기 힘든 환경이라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는 4차 산업혁명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현실은 우버, 구글지도, AirBnB도 쓰지 못하고 있다. 세계는 이미 이 다음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음에도 말이다. 혁신과 선도를 외치기 전에 혁신과 선도가 발생할 수 있는 적당한 조건이 충족되었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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