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과학연구원, 고온 초전도체 핵심원리 확인, 제트기급 초고속 자기부상열차의 첫 단추를 꿰다
쿠퍼쌍(전자쌍) 밀도파 원자단위 관측성공... 상용화 초석 마련
  • 2016-04-19
  • 편집부

1993년 온 국민의 관심 속에 개최된 대전 엑스포 현장에서 단연 관람객들의 관심이 집중된 것은 바로 자기부상열차였다. 바퀴 없이 철로 위 공중에 떠서 달리는 자기부상열차는 사람들의 과학적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20여 년이 지난 올해 2월, 국내 최초의 상용 자기부상열차가 인천국제공항과 인천 용유역 노선을 운행하기 시작했다.

이 자기부상열차의 운영비는 기존 바퀴식 경전철 대비 60∼70% 수준으로 저렴하지만, 전자석에 지속적으로 전류를 흘려 차체를 공중에 띄워야 하기 때문에 전력을 30% 정도 더 소모한다고 한다. 또한 부상 높이가 채 1 cm를 넘지 못해, 속도가 빨라질수록 정밀한 제어가 필요해 최고속도가 시속 500 km를 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자기부상열차의 가능성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전기저항이 없는 초전도체로 강력한 전자석을 만들어 자기부상열차에 적용하면, 차체를 선로에서 10cm 정도 띄워 제트기 수준의 초고속(시속 약 900km) 운행이 가능하게 된다. 초전도체란 임계온도 이하에서 전류를 흘려주면 전자 하나하나가 아닌 두 개의 전자가 짝을 지어 형성하는 쿠퍼쌍(전자쌍)으로 전류가 흐르며 전기저항이 없어지는 특이한 성질을 보이는 물체다.

초전도는 양자 역학적 현상으로, 가령 초전도 전선으로 된 고리에 전류를 흘릴 경우 전원 공급 없이도 무한히 전류가 흐르게 되며, 매우 센 전류를 흘려 강한 자기장을 만들면 자기부상을 유도할 수 있다. 이를 이용하면 현재까지 상용화된 자기부상열차와는 차원이 다른 새로운 초고속 교통수단을 구현할 수 있는 것이다. 문제는 상온에서 작동 가능한 고온 초전도체가 필요하다는 것. 현재의 과학기술 수준에서 초전도 전자석을 유지하려면 액화 헬륨 등을 활용해 그 온도를 초저온으로 유지해야 하므로, 경제성을 확보할 수 없어 상용화가 불가능한 상태다.

1911년 초전도 현상이 처음 발견된 이후, 1957년 세 명의 연구자들이 자신들의 이름을 딴 BCS(Bardeen-Cooper-Schrieffer) 이론으로 초전도 현상의 원리를 규명해 노벨상(1972년 물리학상)을 수상했다. 하지만 BCS 이론은 1~2종의 원자로 이루어진, 30K(-243℃)이하의 임계온도를 갖는 초전도체는 정확히 설명하지만, 정작 상업적인 가능성이 높은 고온 초전도 현상을 설명하는 데는 부족한 것으로 드러났다.

1986년 Bednorz와 Muller가 30K 이상에서도 초전도성을 갖는 구리화합물(La2-xBaxCuO4)을 발견하면서 고온 초전도 연구가 활기를 띠어 이후 임계온도가 130K(-143℃)까지 높아진 상태지만, 아직도 실제 산업에 활용하기에는 매우 낮은 온도다. 고온 초전도체의 임계온도를 올리기 위해서는 그 메커니즘의 이해가 필수적이지만, 수많은 과학자들의 노력에도 아직 밝혀지지 않아, 고온 초전도체 연구는 사실상 답보 상태였다.

 

이에 IBS 강상관계 물질 연구단의 서울대학교 물리천문학부 이진호 교수 연구진과 미 코넬대 연구진은 주사터널링현미경(Scanning Tunneling Microscopy, 이하 STM)과 조셉슨 효과를 이용, 고온 초전도 현상의 핵심 메커니즘으로 알려진 전자쌍을 원자 해상도로 관측하는 데 성공했다. 기존의 이론적 예측대로, 고온 초전도체의 전자쌍 분포는 불균일한 전자쌍 밀도파(density wave)를 이루고 있음이 규명되었다.

이는 BCS 이론으로 설명되는 저온 초전도체 전자쌍들의 균일한 분포와 대비되는 것으로, 고온 초전도 현상을 설명하는 데 핵심적인 메커니즘으로 주목된다. 이로써 고온 초전도체 연구가 새로운 전기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연구진은 STM 측정 탐침에 나노 크기의 구리화합물 고온 초전도체(Bi2Sr2CaCu2O8+x)를 접합하고, 이 탐침 끝을 측정 대상인 동종 고온 초전도체 표면에 나노미터 미만의 짧은 거리로 근접시켜 측정을 진행했다. 탐침 끝과 측정 대상 간에 초전도체/절연체(진공)/초전도체로 구성되는 조셉슨 접합을 형성, 초전도체의 전자쌍들이 절연체를 통과해 다른 초전도체로 이동하는 조셉슨 효과를 구현함으로써 고온 초전도체의 전자쌍 분포 측정에 성공한 것이다.

기존의 초전도체 실험들이 STM으로 전자를 측정하는 간접적인 방식으로 이뤄진 것과 달리, 이번 연구는 초전도 현상의 근원인 전자쌍을 처음으로 직접 관측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는 설명이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이진호 연구위원(서울대학교 물리천문학부 교수)은 “쿠퍼 쌍을 직접 측정하는 새로운 실험 기법을 개발해 쿠퍼쌍 밀도파 관측에 성공, 고온 초전도 현상에 대한 이론과 실험에 돌파구를 제시한 것”이라며 “고온 초전도 현상의 이해는 더 높은 임계온도를 갖는 초전도 물질의 발견과 개발을 가속, 무손실 송전, 조셉슨 소자 및 자기 부상 설비 등 다양한 상용화를 이끌어 낼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외 연구진의 이번 연구결과는 네이처(Nature, IF 41.456) 온라인판에 4월 14일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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