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인쇄전자 시장이 2020년 331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측되는 가운데 국내 연구진이 머리카락 한 올보다 100배 얇은 두께의 인쇄전자 선폭을 구현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전문가들은 이 기술이 실용화를 위한 단계를 거치면 2020년경 IoT, 스마트 센서, 휘어지는 디스플레이 등 다방면으로 활용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기계연구원(원장 임용택, 이하 기계연)의 이택민 박사 연구팀이 세계 최초로 롤프린팅 기술을 이용해 인쇄전자 선폭을 1 ㎛(마이크로미터)로 구현하는데 성공했다.
1 ㎛급으로 인쇄 선폭을 줄인 것은 집적도를 높인 인쇄전자공정이 가능해졌다는 의미다. 집적도를 높이면 기존에 노광·에칭을 이용하던 2 ~ 3 ㎛ 급의 대면적 디스플레이 제작 공정을 대체할 수 있게 된다. 이 공정은 간단한 동시에 비용 절감에도 기여하며 친환경적이기까지 하다.
이번 연구 성과를 통해 복잡한 전자회로를 전자잉크로 인쇄하는 인쇄전자 기술이 2020년경 상용화될 전망이다.
연구책임자인 기계연 이택민 박사는 “인쇄전자 기술은 소재·장비·공정 기술이 융합되어야 가능한 기술” 이라며 “1 ㎛ 초미세 선폭 구현의 성과는 대면적 디스플레이 생산과 터치스크린에서 아이티오(ITO) 전극을 대체하는 투명 전극 생산에 응용될 것”이라며 “향후 IoT와 휘어지는 터치스크린 시장에서도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인쇄전자 기술은 신문, 잡지 등을 인쇄하듯이 전도성, 절연성, 반도체성 등의 기능성 잉크를 유연기판 위에 인쇄해 다양한 전자소자를 제작하는 기술이다.
기존의 전자소자를 제작하는 반도체 공정의 경우 노광·에칭 등 많은 수의 공정을 필요로 하며 진공·고온 공정에 기반해 유연기판의 적용이 어렵다는 단점이 있었다. 대면적화할 경우 시설·장비비가 급격히 늘어나는 점 역시 문제로 제기돼왔다.
반면, 인쇄전자 기술은 상압·상온 공정 하에서 유연기판의 적용이 가능해, 대면적 및 연속 대량 생산이 용이하고 이로 인해 공정 비용 및 시설·장비 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는 이점을 갖췄다. 그러나 인쇄전자 기술이 산업에 적용되기 위해선 기존의 디스플레이 산업의 패터닝 기술보다 높은 수준의 기술이 요구된다. 연구진은 이에 문제의식을 느끼고 1 ㎛의 패터닝을 연구 목표로 선정, 지속적으로 연구를 수행했다.
우선 연구팀은 1 ㎛급 인쇄선폭 구현을 위해 여러 단계의 공정을 순차적으로 진행했다. 첫째, 전도성 잉크 박막을 균일하게 코팅한 뒤, 코팅된 박막을 블랑켓이 감겨진 롤러로 전사했다. 그리고 전자회로 패턴이 새겨진 판과 롤러의 접촉으로 패턴을 분리, 패턴화된 전자잉크를 기판에 전사시켜 회로를 완성했다.
연구진은 “세계 최고의 인쇄전자 기술을 확보하고 이를 국내 관련 산업에 적용해 세계적 경쟁력 확보에 기여할 것”이라며 “대면적화를 위한 초정밀 공정 장비 기술, 다층 적층을 위한 중첩정밀도 제어 기술, 다양한 인쇄전자용 고성능 소재 기술 등이 실용화를 위한 과제로 남아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2020년 331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측되는 세계 인쇄전자 시장에서 한국이 한걸음 앞서 나갈 수 있는 디딤돌을 마련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현재 터치스크린에 사용되는 터치 센서의 주재료인 인듐의 가격은 비쌀 뿐 아니라 전기 전도도가 낮아 대형 디스플레이 적용에 한계가 있었다. 여기에 인쇄전자 기술이 활용되면 기존보다 단순한 공정과 저렴한 가격으로 중대형 터치 디스플레이를 생산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이에 더해 휘어지는 대형 터치 디스플레이도 인쇄전자로 생산이 가능하다. 휘어지는 필름 타입의 투명전극에도 적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더불어 이번에 달성한 1 ㎛의 기존 단층 전사 과정에 정밀하게 적층시키는 기술을 더하면 고집적도 회로 소자 및 IoT에 사용하는 스마트 센서도 직접 인쇄가 가능해질 전망이다. 터치 센서(투명전극)에 활용도 가능해질 것이란 기대를 모으고 있다.
기계연의 임용택 원장은 “정부의 미래 인쇄전자 시장 선도 정책에 부응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연구진은 “태블릿, 노트북, AIO(All-in-one) PC 등 중대형 터치패널 및 유연 유기발광소자(OLED), 유연 태양전지 등 유연 에너지 소자로의 적용이 가능하다”며 “IoT, 스마트 센서, 휘어지는 디스플레이 등으로 시장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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