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 풀 대응전략
매년 기술무역수지 적자…정보 획득과 표준특허 확보 시급
  • 2013-01-11
  • 김창수 기자, cskim@elec4.co.kr



표준특허를 일컬어 총성 없는 전쟁으로 비유하곤 한다. 나라마다 관련 단체마다 각각의 이해관계가 얽히면서 시장 경쟁 및 선점을 위한 힘겨루기를 하기 때문이다. 작년 삼성전자와 애플과의 디자인 소송을 지켜보면서 글로벌 표준특허의 중요성을 새삼 실감할 수 있었다. 이제 표준특허는 미래 시장 창출 및 선점을 위한 핵심 수단으로 인식되고 있다.

표준과 특허, 표준특허, 특허 풀(Patent Pool) 등의 용어가 혼재돼 사용되고 있다. 예를 들어 설명하겠다. 나라마다 사용하는 언어가 다르다. 한글을 사용하는 나라, 영어를 사용하는 나라 등 저마다의 언어가 있다. 이 언어를 한글로 공용화하자고 정하는 것이 바로 표준이다. 특허는 한글을 탄생시킨 세종대왕에게 권리가 있다. 즉, 만든 사람에게만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주는 것이다. 특허를 이용하기 위해서 돈을 지불해야하기에 표준과 서로 상충되는 부분이 있다. 이것이 특허 풀이다. 한글은 세종대왕이 혼자서가 아닌 집현전 학자와 함께 만들었다. 완전체의 한글을 만들기 위해 자음과 모음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이런 방식으로 특허권이 하나의 기술을 구현하기 위해 상충되는 사람 간에 크로스 라이센싱을 맺어 특허 풀 제도가 탄생했다. 특허 풀은 한글의 구성요소를 가진 사람들이 모여 상호간에 돈을 지불하지 않으면서 사용할 수 있다. 또한 여타 국가나 기업이 한글이라는 영역을 침해하면 벌금을 부가하는 등의 행동을 취할 수 있다.



표준특허는 표준과 특허 풀이 공유라는 개념 안에서 하나로 합해졌다고 볼 수 있다.
한글을 완성시키기 위해 자음과 모음이 필요하다. 그런데 자음과 모음이 표준기술이라면 표준특허가 되는 것이다. 표준은 원래 돈을 지불하고 사용하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표준특허는 표준에 특허라는 방어막이 더해 특허를 침해하지 않고는 기술을 사용할 수 없다. 반드시 돈을 지불해야 한다. 윕스 이무진 변리사는 “실제 특허 풀이 강력해지기 위해 표준기반인 것이 다수”라며 “기업이 특허 풀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특허 풀과 표준, 표준기반 특허 풀 등의 모든 속성을 고려해 정보를 분석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은 많으나 사용할 게 없다
우리나라는 CDMA와 MP3 player, Wibro 및 DMB 등을 최초로 상용화했다. 하지만 원천기술을 개발해 상용화한 것이 아니기에 표준특허수가 부족한 실정이다. 주요 표준화 기구에 등록된 표준관련특허수를 보면 전체 대비 6.6%에 불과하다. 특히 우리나라 GDP당 특허건수는 세계 1위(2010년)를 차지했으나 기술무역 적자는 49억 6천만 달러에 달하며, 그 중 특허사용권으로 기술무역수지 적자가 20억 4천만 달러로 41.9%에 달한다. 따라서 IT분야의 선도적 역할과 많은 특허수를 보유함에도 불구하고 해외기업을 향한 로열티 부담이 증가하고 있다. 실제 IT분야는 단위제품 생산과 관련된 특허가 많아 다수의 특허를 집합체로 공동 관리하는 특허 풀에 대한 로열티 지급률이 높다. 2006년 지상파 DMB는 국내 단말기 시장에서 1,300만 달러의 특허료가 발생했으며, 필립스와 MPEG-LA, Via Licensing과 같은 해외 특허 풀에 지불됐다. 이무진 변리사는 “우리나라는 양적으로 특허가 많지만 질적으로 우수한 특허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며, 이마저도 2001년을 기준으로 적자폭이 늘고 있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특허의 질적 의미는 특허를 통해 이익을 나타내는 것을 의미한다.
현 시점에서 특허로 이익을 가장 많이 보는 집단이 특허 풀이다. 그나마 특허 풀에 우리나라 기업이 많이 포함돼 있다면 로열티가 해외로 빠져나가는 것을 줄일 수 있다.

충분한 정보는 필수
우리나라에서도 특허 풀을 구성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다. 최초로 DMB를 상용화시키면서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를 구성했다. DMB는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의 DMB 프로젝트 그룹에 의해 표준화가 진행되어, 2003년 10월 국내 초단파 디지털 라디오 기본 송수신 정합 표준 완성, 2004년 8월 DMB 비디오 송수신 정합 표준 완성, 2005년 DMB 데이터 방송 송수신 정합 표준을 발행했다. 2004년부터는 DMB를 국제 표준으로 승격시키기 위한 노력이 본격화됐다. 그해 11월 DMB가 World DAB Forum 표준으로 확정되어 2005년 ETSI에 의해 유럽 표준으로 승인됐다. 하지만 발목을 잡은 것이 DMB 시스템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DAB(Digital Audio Broadcasting)였다. 이는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가 DAB 특허료 문제를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2005년 DMB 특허 풀은 MPEG LA가 특허 풀 구성 계획을 발표하면서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했으나 특허권자 그룹의 참여저조로 무산되고 말았다. 이무진 변리사는 DMB 특허 풀 무산에 대해 “이미 검증받은 MPEG 관련 특허에 대해 추가적인 필수평가(1건당 10,000달러)를 요구함은 물론, 특허권자가 새로운 DMB 특허 풀에 가입치 않더라도 기존 특허 풀로 로열티 수입을 받을 수 있어 큰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했다”며 “IT 기술은 하나의 구성요소로 완성할 수 없기에 특허 풀을 구성하기 위해선 충분한 정보와 고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내 특허 풀 태동
최근 SK텔레콤은 AT&T겾米뮷榻謳?갢TT도코모 등 8개 글로벌 이동통신사와 제조사인 ZTE갎P 등 10개 사와 함께 국내 통신사업자 중 유일하게 창립 멤버로서 LTE 특허 풀에 참여했다. SK텔레콤은 2009년에도 국내 통신사업자 중 유일하게 3G 표준 특허 풀인 WCDMA 특허 풀과 CDMA 특허 풀에 참여한 바 있다. 또한 인텔렉추얼 디스커버리도 LED 특허 풀을 조성하고 있다. 인텔렉추얼 디스커버리는 특허에 대해 국가적 차원에서 대응하기 위해 2010년 회사를 설립해 약 2년간 투자했다. 현재 전략과제로 선정된 것은 보안, 스마트 기기, 디스플레이, LTE 등 25가지 영역이다. 인텔렉추얼 디스커버리의 특허 풀 특징은 주체가 권리자끼리 모인 것이 아닌 인텔렉추얼 디스커버리가 특허를 구매한 형태다. 또한 회원제 형식으로 관련 특허를 기업이 권리자처럼 사용할 수 있다. 이무진 변리사는 “공격적 특허풀이나 방어적 특허 풀은 정보가 선행돼야 한다”며 “관련 정보를 바탕으로 국내 기업 간 상호 교류나 정보 교환을 통해 국가 경쟁력을 향상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계 특허 풀 동향
MPEG LA나 Sisvel, DVD 6C(7C) Licensing은 각각의 특허 풀을 보유하고 있다. 이 기관들은 특허 풀을 모으기도, 자신의 영역을 지키는 등의 대행기관 역할을 하기도 한다. MEPG LA의 특허 풀 구성은 대부분 영상압축 기술로써 CD-ROM과 MP3 player 등에서 사용되는 MEPG-1, 디지털 방송 및 DVD 분야의 방송용 멀티미디어 부호화 표준인 MPEG-2, MPEG의 응용성을 높인 동영상 및 오디오 압축 등이 있다.
Sisvel은 MP3나 MPEG Audio와 같은 오디오 압축 표준 및 OSD(On Screen Display), ATSS(Automatic Tuning & Sorting System), WSS(Wide Screen Signaling, 텔레비전 이미지 포맷의 자동 전환용)와 같은 기술을 대상으로 LTE, UHF-RFID, CDMA 2000, DVB-T 및 DVB-T2 표준을 위한 특허 풀을 이용하고 있다. DVD 6C(7C) Licensing은 7개 사로 이뤄진 특허 풀 라이센싱 연합으로 도시바가 일본, 유럽, 아프리카 지역을 담당하고, 히타치는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오세아니아 중동 지역을 담당한다.
Via Licensing은 기술 관련 라이센싱에 40년 이상의 경험을 지닌 Dolby Laboratories가 100% 지분을 소유한 Dolby 자회사로써 오디오, 방송, 무선 및 자동차 분야의 라이센싱을 대행하고 있다.
이밖에도 Sipro는 20년간 표준화된 전기통신 기술 특허 풀 생성 및 관리, 중재자로서 활동하고 있다.



특허 풀로 기업 전략 분석
주요출원인 동향은 기업이 어떤 방식으로 비즈니스를 전개하는지 알아볼 수 있다. 또한 기업의 특허건수와 품목 등을 통해 다각도로 분석할 수 있다. 시장확보지수(PFS)와 인용도지수(CPP)를 통해 주요출원인별 영향력을 살펴보면 WANER가 CPP와 PFS가 높아 기술의 질적 수준이 높고 해외시장 확보에 대한 노력이 우수한 것으로 평가됐다. 삼성전자는 평균 PFS는 상회한 반면, 평균 CPP는 하회한 것으로 나타나 기술의 질적 향상에 대한 노력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LG전자는 PFS, CPP 모두 평균보다 낮은 수준으로 시장확보 및 기술의 질적 향상에 대한 노력이 필요한 것으로 평가됐다. 양사의 PFS의 차이에 대해 이무진 변리사는 “양사가 서로 다른 전략을 구사하기 때문”이라며 “하나의 특허를 하나의 국가에만 출원하면 시장 확보력이 낮아지고, 다양한 국가에 출원하면 시장 확보력이 높아져 PFS 차이가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즉, 삼성전자나 LG전자가 진출을 고려하는 시장엔 특허를 출원하지만 그렇지 않은 지역은 굳이 특허를 출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히 시장확보력은 기업이 몇 개의 국가에 특허를 출원하느냐에 따라 시장 중요도를 파악할 수 있어 경쟁사의 움직임을 확인할 수 있다. 도시바와 마츠시타의 경우 가장 높은 출원건수를 나타냈지만 기초적인 원천 기술이기 때문에 질적 수준이 높다고 평가할 수 없다. 단지 인용된 기술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편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모두 계량 특허를 통해 특허 풀에 참여하며, 각각 863, 363개의 특허 풀로 수익을 얻고 있다.

품목별 동향
품목별로는 주변기기와 영상기기, 기록매체 복제물 분야 특허가 전체 특허의 86%를 차지하며 상위 3개 분야의 경우 기술의 질적 수준은 평균정도이나 시장확보력에 있어서 모두 평균을 상회하여 시장확보력이 활발한 것으로 평가됐다. 또한 기술의 질적 수준이 높은 분야는 무선통신기기와 컴퓨터 분야로 나타났고, 해당 분야의 특허출원비율은 전체특허 대비 2.6%, 2.4% 정도로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국가경쟁력으로 인식해야
LG전자는 1999년 인수한 제니스 일렉트로닉스의 북미 디지털방송 수신기술(VSB) 표준특허로 MPEG LA에 지불되는 특허료 70~80% 중 일부를 돌려받고 있다. LG전자는 이를 통해 연간 1억 달러 이상의 특허료 수익을 올렸다. 이는 수백만 대 이상의 디지털 TV를 판매해서 얻는 이익보다 많다. 기존 우리나라는 수출 성장률에만 집중한 나머지 기술무역수지는 매년 수십억 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
이 중 대부분이 특허료에 의한 적자다. 특허료 적자 중에서 IT 분야는 80%의 높은 비율을 차지한다. IT 관련 특허료는 대개 표준특허 소송으로 불거져 기업의 성장은 물론, 국가 경쟁력을 약화시킨다. 하지만 국가차원에서나 기업차원에서 특허 풀을 활용해 많은 표준특허를 갖춘다면, 새로운 수익을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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