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소녀들이 우르르 몰려 나와서 ‘지,지...지지지...’하며 춤을 추자, 가요계는 물론 대한민국이 요동쳤다. 그렇게 소녀들은 ‘그네들의 시대’를 만들었다. 벌써 15년이 다 되어가는 이야기다. 그룹 소녀시대의 첫 번째 앨범 히트곡 'GEE'는 ‘어머나, 깜짝이야’를 뜻하는 영단어이다. 그 때는 몰랐을 것이다. 놀랄만한 ‘지(G)’의 진짜 시대가 오고 있다는 것을.
이세돌이 2016년, ‘알파고(AlphaGo)’와 대국을 두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대부분의 일반 사람들은 ‘인공지능(AI)'이라는 단어가 생소했다. 만물의 척도께서 만든 또 하나의 산물이겠거니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적어도 딥마인드 사가 개발한 인공지능 컴퓨터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에 인류 최고수 이세돌(9단)이 무너지는 첫 게임을 보기 전까지는 말이다. 알파고라는 이름은 그리스 문자의 첫 번째 글자로 최고를 의미하는 '알파(α)', 바둑의 일본어 발음에서 유래한 영어 단어 'Go'를 뜻한다. 이 바둑(Go) 대국은 인공지능 역사에서 커다란 획을 그은 첫 번째 ’G의 시대‘였다.
GPU
이세돌이 상대해야 했던 당시의 알파고는 1,202개의 CPU(중앙처리장치)와 176개의 GPU(그래픽처리장치)를 탑재한 슈퍼컴퓨터에서 작동했다. 인류는 그마나 다섯 판중에 한판을 이긴 인간(이세돌)에게 애써 희망을 찾아야 했지만, 이 괴물은 나중에 ’알파고 Zero' 버전까지 발전하며 바둑 신의 자리에 올랐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알파고 제로는 인간의 기보에 의존하는 지도학습 없이, ‘무’에서 시작해 스스로 깨우쳤다는 의미이다.
ChatGPT 화면 캡처
이처럼 ‘G의 시대’에는 GPU가 있었다. 그저 컴퓨터에서 게임 성능을 높여주던 그래픽카드의 핵심 장치로 알던 GPU는 2012년 시각지능 대회 ‘이미지넷’을 계기로 AI 학습에 최적화된 프로세서로 인정받는다. 인공지능의 핵심 모델인 머신비전, 딥러닝 등에서는 프로세서 병렬 연산 속도를 성능의 기준으로 삼는데, 가장 대표적인 병렬 연산 프로세서인 GPU가 주목받은 것이다. GPU를 주력으로 한 엔비디아는 AI 가속기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하면서 인공지능 시대의 총아가 되었다. 엔비디아는 GPU 기반의 AI 반도체 플랫폼을 앞세워 자동차, 산업, 헬스케어, 로보틱스 등 전방위로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GPT
뭐니뭐니해도 알파고 혁명 이후 두 번째 ‘G의 시대’를 열고 있는 것은 OpenAI 사가 개발한 인공 일반 지능 모델, GPT(Generative Pre-trained Transformer)가 아닌가 한다. 최근 태풍처럼 일고 있는 대화형 인공지능 챗GPT에 대한 관심이 뜨겁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챗GPT로 작성한 아이들의 에세이나 과제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는 소식이다. 벌써부터 챗GPT로 금융 애널리스트나 그래픽, 소프트웨어 디자이너, 심지어 이 글을 쓰고 있는 필자의 직업인 기자직까지 사라질 것이라는 말이 떠돈다.
페북에서도 그 열기를 실감한다. 필자의 페친들은 저마다 사용 후기를 남기며 자신의 일을 대신해 주는 ‘분신술’ 같은 존재로 표현하기를 서슴지 않고 있다. 필자도 “한국이 진정한 반도체 강국이야?”라는 질문을 던져보기도 했다. 반도체 강국이라고 대답한 챗GPT에 다시한번 “메모리 반도체 강국이지, 시스템반도체 강국은 아니잖아”라고 구체적인 질문에 들어가니 “죄송하다”며 대답을 수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Google은
페북에서도 이러한 ‘놀이 아닌 놀이’를 하는 예시가 많다. 미안하다는, 죄송하다고 대답하는 챗GPT를 훈련시키는 역할을 마다하지 않고 있다. 또 누군가는 말한다. 챗GPT의 대답을 다시 검증해야하기 때문에 인간의 역할을 없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이처럼 커다란 논쟁을 불러일으키는 인공지능 챗GPT의 진화는 거듭할 것이다. 2018년에 등장한 GPT-1에서 파라미터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 급기야 GPT-4에서는 1조개 이상이라고 하니 그 능력을 상상하기도 어렵다.
두 번째 인공지능 혁명을 이끌고 있는 챗GPT에 대응하여 구글도 가만히 보고만 있지 않는다. 구글은 지난해 9월에 개발한 챗봇(Sparrow)을 통해 검색 기능까지 탑재한 챗봇으로 맞선다는 전략이다. 5월에 열리는 정례 개발자 컨퍼런스에 이목이 집중되는 까닭이다. 공교롭게도 구글(Google)의 첫 글자도 'G'이다. 재미로 본 G의 시대가 앞으로 어떻게 펼쳐질지 흥미롭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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