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97년 독일의 물리학자 칼 브라운(Karl F. Braun)이 발명해 우리 삶 속에서 디스플레이와 동격을 이루던 브라운관(CRT)이 역사 속으로 사라질 준비를 하고 있다.
컴퓨터와 각종 이동통신기기 등의 발전과 함께 브라운관을 대신해 평판 디스플레이(PDP, LCD 등)가 그 자리를 대신하게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디스플레이 기술은 이보다 한 단계 위의 진화를 준비 중이다. 휘고 접는 디스플레이는 물론 실제와 구분이 안 될 정도로 생생한 영상을 구현하는 3D 홀로그램 디스플레이, 머리에 쓰고 가상현실을 체험하는 헤드마운트(head-mount)형 디스플레이 등 공상과학(SF) 영화에서 봐왔던 미래형 디스플레이들이 현실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서울대 이병호 교수와 윤한식 박사로 구성된 국내 연구팀이 한 개의 컬러 필터에서 여러 가지 색상을 표현해 낼 수 있는 디스플레이 기술을 최초로 개발해 주목을 받고 있다.
연구팀은 현재까지 디스플레이에는 한 개의 컬러 필터가 한 가지 색상 밖에는 표현할 수 없다는 한계에 문제의식을 갖고 연구에 매진한 결과 이 같은 결과를 얻었다고 밝혔다.
디스플레이가 다양한 색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삼원색(빨강, 초록, 파랑)의 컬러 필터가 필요하다. 따라서 디스플레이는 한 개의 픽셀을 최소 세 종류의 컬러 필터로 구성해야 하므로 현재까진 초고해상도 픽셀 개발에 근본적인 제약이 있어 왔다.
연구팀은 이러한 색상 고정형 컬러 필터가 가진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공진기(cavity) 구조와 나노 구멍 구조가 결합된 금속 나노구조물을 제안해 한 개의 컬러 필터에서 여러 가지 색상을 표현해 낼 수 있음을 최근 증명했다.
이번 연구를 통해 한 개의 픽셀을 한 개의 컬러 필터로 구성함으로써 기존 수십에서 수백 마이크로미터였던 픽셀의 크기를 수 마이크로미터까지 줄일 수 있게 돼 초고해상도 구현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화질은 기존 방식보다 약 50배 이상 개선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웨어러블 형태가 될 미래형 디스플레이가 초소형·초고해상도·초고속 특성을 요구하므로 개발된 기술이 이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 성과에 대해 “고정적인 색만 표현할 수 있는 기존의 컬러 필터와 달리 한 개의 구조물을 통해 다양한 색상을 구현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며 “컬러 픽셀의 크기를 수 마이크로미터까지 소형화시킬 수 있게 된 데에 이번 연구의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또 연구진은 “이 기술은 고해상도 초소형 컬러 필터 개발에 활용할 수 있으며 광 신호를 파장별로 분리해야 하거나 특정파장을 가변적으로 선택해서 사용해야 하는 광학소자에 적용이 가능하다”며 실용화까진 5년에서 10년이 소요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번 연구는 미래창조과학부가 추진하고 있는 기초연구지원사업인 ‘리더연구자지원사업’의 성과로 구체적인 결실을 맺게 됐다.
<저작권자(c)스마트앤컴퍼니.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