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B, ‘산업 효율 격차’ 보고서 발표…‘설비 사양 격차’에 주목
전 세계 산업 현장에서 전력 수요에 대한 부담이 커지면서 설비의 ‘작은 효율 차이’가 기업의 장기적인 비용 경쟁력을 좌우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대형 모터와 발전기처럼 한 번 설치하면 20년 이상 사용하는 핵심 설비의 경우, 설비 도입 단계에서 어떤 사양을 선택하느냐가 장기적인 에너지 비용을 좌우한다는 것이다.
ABB는 최근 발표한 ‘산업 효율 격차(Industrial Efficiency Gap)’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은 분석을 제시했다. ABB가 2015년부터 2025년까지 전 세계에 공급한 대형 모터와 발전기 1,000대를 분석한 결과, 일반적인 표준 사양과 최고 효율(TIE, Top Industrial Efficiency) 사양 사이에는 평균 약 0.2%의 효율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ABB는 이 0.2%의 효율차가 개선된다면 25년간 최대 120억 달러(한화 약 16조 6,000억원)의 전력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이어 이 같은 차이는 최신 기술의 유무보다 설비를 처음 설계하고 발주할 때 결정되는 ‘사양 격차(Specification Gap)’에서 비롯된다고 분석했다. 초기 구매 비용이나 기존 관행을 이유로 표준 사양을 선택하면 이미 활용 가능한 고효율 기술이 충분히 적용되지 못한다는 설명이다.
최근 AI 데이터센터 확대 및 제조업의 전기화·디지털 전환 등으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전력 수요가 빠르게 늘면서 산업 현장의 에너지 효율이 새로운 경쟁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지난해 14개국 1,000개 기업을 조사한 결과, 약 80%가 향후 5년간 에너지 효율이 기업 경쟁력을 유지하는 핵심 요소라고 답하기도 했다.
반면 실제 산업 현장의 효율 개선 속도는 더디다고 보고서는 전했다. 산업 부문의 에너지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음에도, 같은 생산량을 만드는 데 필요한 에너지 사용량을 의미하는 에너지 집약도(Energy Intensity)는 거의 개선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ABB의 ‘산업 효율 격차’ 보고서는 이러한 간극이 어디에서 발생하는지 설비 사양의 관점에서 분석했다.
구체적으로 표준 사양의 평균 효율은 약 98.5%, 최고 효율 사양은 98.7~98.8% 수준이었으며, 일부 유도 방식 설비에서는 그 차이가 1~1.5%까지 벌어지기도 했다. 0.2%의 격차는 크지 않아 보이지만 대형 모터와 발전기는 한 번 설치하면 20년 이상 장기간 운영되기 때문에, 초기의 작은 차이가 자산 수명 전체에 걸쳐 상당한 에너지와 비용 차이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ABB는 평균 0.2%의 효율 개선을 전 세계 유사 설비에 적용할 경우, 25년의 수명을 가진 자산은 총기간 동안 약 95억에서 120억 달러 규모의 전력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같은 기간 절감 가능한 전력 소비량은 100~150테라와트시(TWh),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6,000만~7,500만 톤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했다.
최고 효율 사양 적용에 필요한 추가 투자비의 회수 기간도 수개월에서 최대 3년 수준으로 비교적 짧은 것으로 나타났다. 초기 비용은 다소 높아질 수 있지만, 장기간 운영되는 설비의 특성상 총소유비용(TCO) 측면에서 더 높은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ABB 고속 동기식 모터 글로벌 사업부 총괄 데이비드 비에르하그(David Bjerhag)는 “산업계는 오랫동안 생산 공정 최적화에 집중해 왔지만, 25년 이상 운영되는 대형 모터와 발전기의 효율은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했다”며, “효율 차이는 새로운 기술이 아닌 설비 사양에서 발생하는 만큼, 초기 구매 가격보다 총소유비용을 고려해 설비를 선택하는 것이 격차를 줄이는 핵심”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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