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차원 산화물 수직 채널 트랜지스터의 불안정성 해결…AI 반도체 성능 높이고 전력 낮춘다
AI가 똑똑해질수록 더 많은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할 수 있는 ‘고성능 메모리’가 필요하다. 하지만 기존처럼 반도체를 계속 작게 만드는 데는 한계가 있다. KAIST 연구진이 반도체를 위로 쌓는 3차원 구조의 약점까지 해결하면서, AI 반도체의 성능은 높이고 전력 소모는 낮출 새로운 길을 열었다.
KAIST(총장 배충식)는 전기및전자공학부 권지민 교수 연구팀이 UNIST(총장 박종래), 연세대학교(총장 윤동섭) 등 국내 연구진과 공동으로 차세대 메모리 소자인 산화물 수직 채널 트랜지스터(Vertical Channel Transistor, VCT)의 결함을 줄이고 성능과 안정성을 크게 높일 수 있는 새로운 다층 층간 절연막 구조를 개발했다고 8월 20일 밝혔다.

컴퓨터의 주기억장치로 사용되는 DRAM은 컴퓨터가 작업 중인 데이터를 임시로 저장해 빠르게 꺼내 쓸 수 있도록 하는 메모리다. 지난 수십 년간 DRAM은 반도체 소자의 크기를 줄여 같은 면적에 더 많은 데이터를 저장하고, 전력 소모를 낮추는 방향으로 발전해 왔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반도체를 평면에서 계속 작게 만드는 방식은 점차 물리적 한계에 가까워지고 있다. 이에 최근에는 소자를 옆으로만 줄이는 대신 위로 쌓아 올려 집적도를 높이는 3차원 구조가 주목받고 있다. 좁은 땅에 단층 주택을 계속 촘촘하게 짓는 대신 고층 아파트를 세워 더 많은 가구를 수용하는 것과 비슷한 원리다.
이 가운데 수직 채널 트랜지스터(VCT)는 전류가 흐르는 길인 ‘채널’을 기존의 수평 방향이 아닌 수직 방향으로 만든 소자다. 이를 활용하면 제한된 면적에 더 많은 소자를 배치할 수 있어 고집적 메모리 구현에 유리하다.
특히 채널 소재로 산화물 반도체(Oxide Semiconductor)를 사용하면 전류가 새어나가는 현상을 크게 줄일 수 있어, 전력 소모가 적은 차세대 메모리를 만드는 데 유리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었다. 바로 ‘산소 공공(Oxygen Vacancy)’이다. 이는 산화물 반도체에서 원래 산소 원자가 있어야 할 자리가 비어 있는 상태를 말한다. 즉, 벽돌담에서 벽돌 몇 장이 빠지면 벽 전체가 불안정해지는 것처럼, 이러한 빈자리가 많아지면 반도체의 전기적 특성이 달라져 소자가 안정적으로 작동하기 어려워진다.
그렇다고 산소를 무작정 많이 공급할 수도 없다. 부족한 산소를 채우려다가 산소가 금속 전극까지 이동하면 전극이 산화돼 오히려 소자의 성능을 떨어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산소가 필요한 곳에는 보내고, 필요하지 않은 곳에는 가지 못하도록 정밀하게 조절하는 기술이 필요했다.
연구팀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질화규소/이산화규소/질화규소(SiN/SiO₂/SiN)로 구성된 새로운 다층 층간 절연막을 개발했다. 층간 절연막은 반도체 내부의 여러 소자와 배선 사이를 전기적으로 분리하는 막으로, 쉽게 말해 아파트의 층과 층 사이를 나누는 바닥과 천장 같은 역할을 한다.
연구팀은 이 절연막을 단순히 전기를 차단하는 용도로 사용하는 데서 한발 더 나아가, 산소의 이동까지 조절하는‘산소 터널(Oxygen Tunnel)’로 활용했다.
마치 복잡한 건물 안에서 사람이 아무 곳으로나 돌아다니지 않고 정해진 통로를 따라 필요한 장소로 이동하도록 동선을 설계한 것과 같다. 산소가 필요한 산화물 반도체 쪽으로는 이동할 수 있도록 하면서, 산화되면 안 되는 전극 쪽으로는 이동을 억제한 것이다.
그 결과 산화물 반도체 내부의 빈 산소 자리를 안정적으로 채우면서도 전극의 불필요한 산화를 동시에 억제할 수 있었다.
이를 통해 연구팀은 산화물 수직 채널 트랜지스터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전류 흐름과 데이터 유지 시간(Retention Time)을 달성했다. 데이터 유지 시간이란 메모리가 저장된 정보를 얼마나 오랫동안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내구성도 확인했다. 연구팀이 소자에 1,000만 회(10) 이상의 가혹한 동작 스트레스를 가한 뒤에도 문턱전압(트랜지스터가 켜지기 시작하는 기준 전압)의 변화는 50밀리볼트(mV) 이하에 그쳤다. 이는 수많은 반복 동작에도 소자의 특성이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는 의미로, 높은 메모리 동작 안정성을 보여준다는 설명이다.
연구팀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기존 실리콘(Si) 기반 CMOS 반도체와 새로운 산화물 반도체를 하나로 결합하는 기술도 구현해 시스템 성능을 평가했다. CMOS는 현재 대부분의 컴퓨터와 스마트폰 반도체를 구성하는 기본 회로 기술이다.

이번 기술은 향후 차세대 반도체 기술인 컴퓨트 인 메모리(Compute-in-Memory, CIM)의 성능을 높이는 데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KAIST 측은 전했다.
현재 컴퓨터는 데이터를 저장하는 ‘메모리’와 계산을 담당하는 ‘프로세서’가 분리돼 있어 연산할 때마다 데이터를 서로 주고받아야 한다. 주방에 있는 재료를 요리할 때마다 멀리 떨어진 조리실로 옮겼다가 다시 가져오는 것과 같다. AI처럼 처리해야 할 데이터가 많아질수록 이 이동 과정에서 시간과 전력이 많이 소모된다.
컴퓨트 인 메모리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데이터가 저장된 메모리 내부 또는 가까운 곳에서 연산까지 수행하는 기술이다. 재료가 있는 곳에서 바로 요리하는 셈이어서 데이터 이동을 줄이고 연산 속도와 전력 효율을 높일 수 있다.
이번 연구처럼 저전력 산화물 반도체와 기존 실리콘 회로를 3차원으로 결합하면, 좁은 면적에 더 많은 메모리와 연산 기능을 넣을 수 있어 AI가 대규모 데이터를 더 빠르고 적은 전력으로 처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권지민 교수는 “고층 건물을 높이 지으려면 층수를 늘리는 것만큼 건물을 안정적으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듯, 3차원 반도체도 많이 쌓으면서 안정적으로 작동하게 만드는 것이 핵심”이라며, “이번 기술은 AI 연산 속도를 높이면서 전력 소모는 줄이는 차세대 메모리 반도체 개발을 앞당길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에는 KAIST 구현호 연구원이 제1저자로 참여했으며, 이용우 박사, 정학순 박사, 권지민 교수가 교신저자로 참여했다. UNIST, 연세대학교, 한국화학연구원,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서울대학교 연구진도 공동 연구에 참여했다.
연구 결과는 재료과학 분야 국제학술지 ‘어드밴스드 펑셔널 머티리얼즈(Advanced Functional Materials)’?에 5월 20일 게재됐으며, 연구의 학술적 중요성과 독창성을 인정받아 표지 논문(Front Cover)으로 선정됐다.
<저작권자(c)스마트앤컴퍼니. 무단전재-재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