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전극의 미세한 두께 차이, 머리카락 굵기의 약 1만분의 1 수준까지 비접촉·비파괴 측정
KAIST(총장 배충식)는 기계공학과 김영진 교수 연구팀이 열폭주의 원인이 될 수 있는 배터리 전극의 미세한 두께 불균일을 배터리를 뜯거나 손상시키지 않고도 머리카락 굵기의 약 1만분의 1 수준까지 구분하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7월 23일 밝혔다. 생산 단계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불량을 미리 찾아내 배터리의 안전성과 품질을 높인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생산 단계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불량을 미리 찾아내 배터리의 안전성과 품질을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는 설명이다.
KAIST 측에 따르면, 이번 연구는 빛과 전파의 중간 영역에 있는 전자기파인 테라헤르츠파(THz, Terahertz Wave)로 배터리 전극 내부의 정보를 얻고, 광주파수빗(Optical Frequency Comb, 빛의 주파수를 자의 눈금처럼 일정하게 나눠 초정밀 측정의 기준으로 활용하는 기술)으로 이를 정밀하게 읽어내는 기술을 결합한 것이다. 이를 통해 리튬이온배터리 전극의 두께를 비접촉·비파괴 방식으로 머리카락 굵기의 약 1만분의 1에 해당하는 미세한 두께 차이까지 측정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전기차에 많이 쓰이는 리튬이온배터리의 전극은 전기가 흐르는 핵심 부품이다. 전극의 두께가 아주 조금만 달라도 충·방전 과정에서 전류가 특정 부분에 집중돼 열이 발생할 수 있다. 이 열이 계속 쌓이면 열폭주(Thermal Runaway, 배터리 내부 온도가 급격히 상승하면서 화재나 폭발로 이어지는 현상)가 일어날 수 있어, 배터리 제조 과정에서는 전극의 두께를 균일하게 관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기존 검사 기술은 생산현장에서 활용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X선 컴퓨터단층촬영(CT)은 내부를 자세히 확인할 수 있지만 검사 시간이 오래 걸려 빠른 생산라인에 적용하기 어렵다. 초음파 기반 음향현미경은 시료에 액체를 접촉시켜야 하고, 레이저 변위센서는 빠르게 측정할 수 있지만 전극 내부까지 정밀하게 분석하기 어려웠다.
연구팀은 이러한 문제를 광주파수빗과 테라헤르츠파를 결합해 해결했다. 먼저 테라헤르츠파를 배터리 전극에 쏘아 내부에서 여러 번 반사되며 생기는 신호를 얻고, 광주파수빗을 기준으로 이 신호를 초정밀하게 분석해 전극의 두께를 계산했다. 이를 통해 배터리를 손상시키지 않고도 내부를 나노미터 수준까지 정밀하게 측정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이번 기술의 핵심은 테라헤르츠파가 전극의 앞면과 뒷면 사이를 여러 번 왕복하며 만들어내는 일정한 간격의 간섭무늬인 파브리-페로(Fabry-Perot) 간섭을 이용한 것이다. 마치 자의 눈금을 읽어 길이를 재듯, 연구팀은 이 간섭무늬를 광주파수빗을 기준으로 정밀하게 분석해 전극의 두께를 계산했다.
그 결과 별도의 보정(Calibration, 측정 오차를 줄이기 위해 기준값을 맞추는 과정) 없이도 전극의 두께는 물론 복소 굴절률(Complex Refractive Index, 빛이 물질을 얼마나 잘 통과하고 얼마나 흡수되는지를 나타내는 소재의 광학적 특성)까지 한 번에 측정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팀은 사람 머리카락 한 올과 비슷한 두께인 50~150마이크로미터(㎛)의 배터리 전극을 대상으로 기술을 검증했다. 단 0.2초의 짧은 측정만으로도 머리카락 굵기의 약 1,400분의 1에 해당하는 미세한 두께 차이(음극 70.1나노미터, 양극 465.5나노미터)까지 측정했으며, 이는 빠르게 움직이는 배터리 생산라인에서도 활용할 수 있는 수준이다.

측정 시간을 25.6초로 늘리자 정밀도는 더욱 높아졌다. 음극은 머리카락 굵기의 약 1만분의 1에 해당하는 7.8나노미터(nm)까지 구분할 수 있었고, 양극도 25.2나노미터까지 측정했다. 이는 기존 시간영역 분석 방식보다 최대 100배 높은 정밀도로, 눈으로는 전혀 확인할 수 없는 미세한 두께 차이까지 찾아낼 수 있는 수준이다.
이번 기술은 단순히 한 지점의 두께만 측정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전극 전체의 두께를 3차원으로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생산 과정에서 두께가 조금씩 변하는 모습도 실시간으로 추적할 수 있으며, 전극이 약 45도 기울어진 상태에서도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어 빠르게 움직이는 실제 배터리 생산라인에도 적용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이번 연구는 배터리를 분해하거나 손상시키지 않고도 생산 과정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한 불량을 찾아낼 수 있는 새로운 검사기술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앞으로 리튬이온배터리는 물론, 액체 전해질 대신 고체 전해질을 사용하는 차세대 배터리인 전고체 배터리(All-solid-state Battery) 생산공정에서도 불량을 조기에 찾아내 배터리의 안전성과 품질을 높이고 더욱 안정적인 생산을 가능하게 하는 핵심 기술로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학교 측은 전했다.
김영진 교수는 “이번 기술은 전극의 두께와 소재 특성을 별도의 보정 없이 동시에 측정할 수 있는 통합형 계측 플랫폼”이라며, "차세대 리튬이온배터리뿐 아니라 전고체 배터리 생산라인의 실시간 품질관리를 위한 핵심 기술로 활용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KAIST 기계공학과 강구선 박사(現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이 제1저자로, 김영진 교수가 교신저자로 참여했으며, 연구 성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6월 10일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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