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비교로 본 로봇 산업의 구조적 격차와 한국의 과제
글로벌 로보틱스 산업이 인공지능(AI)과 데이터 기술의 결합을 계기로 단순 기계 제조 산업에서 지능형 시스템 산업으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
신무역전략실 공급망팀 진실 선임연구위원이 분석한 「글로벌 로보틱스 산업 지형 변화와 한·일 공급망 비교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로봇 경쟁력은 완제품 성능이나 생산 규모보다, 소프트웨어 기반 지능화 역량과 이를 안정적으로 뒷받침하는 공급망 구조에 의해 좌우되는 양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보고서는 특히 희토류 기반 자석, 정밀 감속기, 서보모터 등 핵심 부품·소재의 지정학적 리스크와 국가별 보안 규제 강화가 산업 성장의 주요 제약 요인으로 부상하면서, 로보틱스 산업이 기술 경쟁을 넘어 경제안보와 산업정책의 전략 영역으로 재편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하드웨어 경쟁에서 공급망 경쟁으로
로보틱스 산업은 업스트림(원자재·소재), 미드스트림(핵심 부품·모듈), 다운스트림(완제품·시스템 통합)이 긴밀히 연결된 가치사슬 구조를 갖는다. 이 가운데 특정 단계의 취약성은 전체 산업 경쟁력 약화로 직결되는 구조다.
보고서에 따르면, 업스트림에서 한국은 희토류, 영구자석, 특수강 등 핵심 소재의 해외 의존도가 높아 외부 변수에 민감한 구조를 안고 있다. 반면 일본은 희토류 원료 조달 리스크는 존재하지만, 자석 합금·특수강·소재 가공 기술을 내재화해 소재 단계에서의 기술 우위와 공급 안정성을 확보하고 있다. 일본은 원료 리스크를 기술과 공정 경쟁력으로 흡수하는 구조를 구축한 반면, 한국은 구조적 취약성이 지속되고 있다는 평가다.
한·일 로봇 공급망, 어디서 갈렸나
미드스트림에서는 양국 간 격차가 더욱 뚜렷하다. 정밀 감속기, 서보모터, 고성능 센서, 제어기 등 로봇 원가의 핵심을 차지하는 부품 분야에서 한국은 국산화율과 신뢰성 축적이 충분하지 않아 일본과 중국에 대한 의존이 지속되고 있다. 이로 인해 완제품 생산이 확대될수록 핵심 부품 수입도 함께 증가하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
반면 일본은 감속기·서보모터·정밀부품 분야에서 글로벌 표준을 주도하며, 미드스트림을 공급망의 중심부로 장악하고 있다. 다만 일본 역시 AI 반도체와 일부 디지털 제어·통신 분야에서는 해외 의존이 존재해, 지능화 전환 측면에서는 새로운 과제를 안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다운스트림에서는 한국의 강점이 상대적으로 두드러진다. 세계 최고 수준의 제조업 자동화 수요와 로봇 활용 인프라를 바탕으로 산업용 로봇 운용 경험이 축적돼 있으며, 협동 로봇과 서비스 로봇 시장도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대기업 중심의 시스템 통합(SI) 역량과 AI·소프트웨어 융합 경험은 한국의 핵심 경쟁력으로 평가된다.
‘국산화’보다 ‘수요 중심 공급망 전환’
보고서는 한국 로보틱스 산업의 핵심 과제로 다운스트림 중심의 성장 구조를 업스트림과 미드스트림까지 연결하는 균형 잡힌 공급망 체계 전환을 제시한다. 단순한 기술 개발이나 국산화 자체를 목표로 삼기보다, 수요를 기점으로 공급망 전반을 견인하는 전략적 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공급망 안정화 측면에서는 핵심 소재·부품에 대한 공동 연구개발(R&D), 실증 기반 기술 내재화, 대체 소재 및 탈(脫)희토류 기술 확보가 요구된다. 정부는 국산 부품 채택 과정에서 발생하는 초기 실패와 비용 부담을 완화하고, 수요 기업과 공급 기업을 연결하는 실증·구매 연계형 정책을 통해 민간의 기술 자립 노력을 뒷받침해야 한다는 제언도 담겼다.
동시에 기업은 로봇 단품 중심에서 벗어나 ‘로봇+제어+유지보수+SI’를 결합한 패키지형·턴키형 솔루션으로 수출 구조를 전환하고, 보안과 신뢰성을 강화한 ‘클린 로봇(Clean Robot)’ 전략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차별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보고서는 강조했다.
보고서는 “로보틱스 산업의 경쟁력은 이제 기술 단위가 아니라 구조 단위에서 결정된다”며, 공급망 안정화와 신시장 선점을 병행하는 수요 주도형 전략 전환이 한국 로봇 산업의 지속가능성을 좌우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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