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인협회 보고서가 짚은 차세대 AI 인프라 경쟁… 전력·물·입지 한계 넘어서
인공지능(AI) 확산으로 데이터센터 수요가 폭증하는 가운데,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우주’를 차세대 데이터센터 입지로 주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경제인협회가 최근 발간한 보고서(지구로는 부족하다: 우주로 향하는 AI 데이터 센터)에 따르면, AI 모델 학습에 필요한 전력과 냉각 자원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기존 지구 기반 인프라만으로는 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워지고 있으며, 이에 따라 우주 데이터센터가 중장기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보고서는 2025년 12월, 인류 최초의 ‘우주 데이터센터’ 시험 가동 사례를 대표적 신호로 제시했다. 미국 스타트업 스타클라우드가 발사한 위성형 데이터센터는 지구 상공 약 325km 저궤도에서 AI 모델 학습을 수행하고 지상 요청에 응답하는 데 성공했다. 60kg 규모의 소형 위성이지만 고성능 GPU를 탑재해 기존 우주 기반 컴퓨팅 대비 월등한 성능을 구현했다는 설명이다. 이 사례가 단순한 기술 시연을 넘어, AI 데이터센터를 둘러싼 구조적 위기의 출발점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전력·전력망·환경 부담… 지구 인프라의 한계
AI 데이터센터 확산의 가장 큰 병목은 전력이다. GPT-4 수준의 AI 모델 학습에는 약 5만~6만MWh의 전력이 소요되며, 이는 약 2만 가구의 연간 전력 사용량에 해당한다. 차세대 모델로 갈수록 이 수치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2030년 AI 데이터센터가 전체 전력 소비의 10% 이상을 차지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는 대형 원자력발전소 약 60기가 추가로 필요하다는 의미다. 문제는 발전소뿐 아니라 전력망 구축 속도도 수요 증가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신규 전력망 건설에는 통상 5~7년이 소요되며, AI 데이터센터 특유의 급격한 부하 변동성은 기존 전력망 안정성까지 위협하고 있다.

환경 부담도 커지고 있다. 중형 데이터센터 한 곳이 연간 사용하는 물은 약 1억 갤런에 달하며, 대형 시설은 하루 500만 갤런 이상을 소비한다. 최근 3년간 미국의 신규 데이터센터 상당수가 물 부족 지역에 들어서면서, 수자원 고갈과 전기요금 인상, 소음·조명 공해를 이유로 한 지역 사회 반발도 확산되고 있다. 이로 인해 수천억 달러 규모의 데이터센터 개발 프로젝트가 지연되거나 중단된 사례도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왜 우주인가… 태양광·냉각·확장성
이러한 ‘전력·환경·사회적 반발’이라는 삼중고 속에서 우주가 새로운 해법으로 떠오르고 있다.
우주 데이터센터의 가장 큰 강점은 태양광 발전이다. 적절한 궤도를 선택할 경우 거의 24시간 태양광 발전이 가능하며, 대기 간섭이 없어 지상 대비 발전 효율도 크게 높다. 발전과 소비가 하나의 시스템으로 통합돼 전력망 부담 자체가 사라진다는 점도 장점이다.

냉각 측면에서도 우주는 유리하다. 서버 냉각을 위해 물과 전력을 대량 소비하는 지구와 달리, 우주에서는 적외선 복사를 활용해 열을 방출할 수 있다. 부지 확보, 환경 평가, 주민 동의 같은 제약도 존재하지 않아 이론적으로는 확장성에 한계가 없다.
다만 보고서는 위성 발사 비용, 우주 방사선으로 인한 반도체 손상, 통신 지연 문제 등 해결해야 할 과제도 분명하다고 짚었다. 특히 초기 발사 비용은 여전히 높지만, 재사용 로켓 기술 발전으로 중장기적으로는 비용 경쟁력이 확보될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AI 경쟁, 인프라 경쟁으로 확장
보고서는 우주 데이터센터 논의가 AI 경쟁의 성격이 알고리즘과 데이터에서 ‘인프라 경쟁’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발사체 기술과 AI 역량을 동시에 보유한 기업이 장기적으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가능성이 크며, 향후 ‘발사체 주권’이 ‘AI 주권’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시각도 제시했다.
우주 데이터센터의 본격적인 상용화는 2030년대 중반 이후가 될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그 이전까지는 지구 기반 AI 인프라 확충 과정에서 전력·수자원·입지 갈등에 대한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동시에 우주 방사선 대응 반도체 등 차세대 기술 분야는 한국 산업에도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AI 산업과 우주 산업이 맞물리면서 데이터센터 입지 경쟁은 더 이상 지구 내부의 문제에 그치지 않고 있다. 보고서는 우주 데이터센터 논의가 단순한 기술 실험이 아니라, AI 경쟁의 무게중심이 알고리즘에서 인프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라고 평가했다. 충분한 연산 자원을 언제, 어디서 확보할 수 있는지가 AI 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에 접어들면서, 우주 공간은 중장기적으로 새로운 전략 자산으로 검토 대상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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