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ec4 전자과학 주최, 전력반도체 전문가 좌담회서 이구동성, 산학연+지자체 역할 강조
[특별 기획 좌담회 ②으로 이어짐] 전력반도체 좌담회탄소 중립과 산업 디지털화의 핵심, 전력반도체 발전 방안 모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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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담회 참석자
-신훈규 교수 (POSTECH)
-김남균 원장(한국전기연구원)
-최윤화 회장(한국전력소자산업협회)
-신병철 교수(동의대 신소재공학부)
-박수원 과장(부산시 미래에너지산업과)
▶신훈규 교수(좌장): 네 말씀 감사드립니다. 전반부에는 토론자들이 지금 하고 계신 일 중심으로 말씀을 많이 하셨습니다. 제가 전반부를 정리하면, 전력 반도체가 상당히 전망은 밝고 기회인 것은 확실한 것 같습니다. 특히 정부가 특화단지 항목에 전력 반도체를 지정해 준 것도 상당히 고무적인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양한 공급망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해
또 한편으로 생각할 것이 IT나 소프트웨어 산업과 같이 사람만으로는 할 수 없는 것이 첨단 반도체 분야입니다. 시설과 첨단 장비 등이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 산업을 추격하고 있는 후발국에서는 반도체 산업을 ‘승자독식제’ 산업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앞으로 중앙 정부, 지방자치단체가 기업들을 위해서 첨단 시설과 장비, 인력 공급이라는 다양한 국내 전력반도체 공급망을 만들어가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토론 후반부에는 토론자들이 속한 역할, 기관에 관계없이 전력반도체 분야의 산업 또는 인력 그리고 제품의 수출, 글로벌 경쟁력 등 다양한 입장에서 말씀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김남균 원장: 저는 두 가지를 얘기하고 싶습니다. 먼저, 지금까지는 연구 기관이나 대학이 전력반도체 연구를 앞서 해왔습니다. 그런데, 지금부터는 기업이 좀 나설 때라고 생각합니다. 기업이 액션도 크게 취하고, 기술 개발 테마와 같은 어젠다를 제시할 때가 되었다고 봅니다. 전력반도체 분야가 올드 테크놀로지가 아니고 세계적으로 한참 경쟁하는 분야이기 때문에 현재 많은 기업들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연구 기관이나 대학이 (전력반도체 분야에서) 뭐가 중요한지 잘 모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제 기업이 나서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전력소자산업협회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봅니다. 기업들의 기술적인 니즈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그것을 같은 커뮤니티의 에코 시스템 안에 있는 연구기관이나 대학에 잘 전달해야 합니다. 또 정부 기관의 펀딩을 잘 받을 수 있는 네트워크를 유지할 수 있도록 전력소자산업협회나 산업계 쪽에서 먼저 나서줘야 하며, 그런 점에서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전력 반도체, 이제는 기업이 나서야
두 번째, 앞서 신병철 학장님이 인재 양성을 말씀하셨는데, 저는 조금 좁혀서 R&D 인력, 즉 석사나 박사급 인력 양성에 대해 좀더 언급하고자 합니다. 전체적으로 전력반도체 산업이 부흥하기 위해서는 고급 인력, 특히 R&D를 할 수 있는 고급 인력 양성은 굉장히 중요한 요소입니다. 하지만 현재 대학에서 (고급 인력 양성을) 많이 하지는 않습니다. 몇 개 대학에만 있습니다. 그런데 실제 양성된 석사 박사급 인력들이 전력반도체 기업으로 가느냐, 그게 아니라는 겁니다. 전력반도체 기업은 아직 규모가 크지 않고 연봉이 높지 않은 작은 기업들입니다. 한마디로 대기업에 가는 것이 낫다는 것입니다. 대기업 연봉이 아니더라도 앞으로 발전할 비전을 준다면 (고급 인력이) 전력반도체 기업에 갈 것입니다.
다시 말해, 환경적인 문제가 있다는 점을 말씀드립니다. 우선 제일 중요한 게 훌륭한 직장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기업에 귀결되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전력반도체 기업에서 좋은 대우(연봉)를 해주고 젊은 사람들이 선호하는 직장 분위기를 제공해 준다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입니다. 거기까지 도달하기가 문제라는 의미입니다. 저희 전기연구원 입장에서도 말씀드리면, 꼭 전력 반도체에 국한된 건은 아닙니다만 경남 창원이라는 지역적인 불리함도 작용한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그런 것들이 전력반도체 산업의 발전에서 극복해야 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일단은 인력 양성을 잘하는 게 중요합니다. 잘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끊임없이 대학에 펀딩해야 됩니다. 전력반도체가 프로젝트에 계속 남아있어야 한다는 게 전제조건입니다. 그래야 전력반도체 분야에 훌륭한 R&D 인력이 양성되고, 그 다음에 그것을 받아줄 수 있는 연구기관, 특히 산업체의 발전이 따라오게 될 것입니다. 이렇게 관심을 기울여야 발전할 수 있습니다. 어차피 기술 경쟁은 사람의 머리로 하는 것이지 장비로 하는 게 아닙니다. 아무리 반도체 분야에 장비가 중요하다지만 저는 단연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런 인력 양성의 선순환 체계가 장기적으로 산업 발전을 가져올 수 있다고 믿습니다.
▶신훈규 교수(좌장) 그러면, 이번에는 협회와 업체의 의견을 듣도록 하겠습니다.
▶최윤화 회장: 앞서 전력반도체는 우리가 많이 뒤졌다고 말씀을 드렸습니다. 이러한 점이 기업 입장에서는 버거운 면입니다. 전력반도체 발전을 위해서는 많은 문제가 개선되어야 합니다. 특히 김남균 원장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전력반도체 회사 규모가 작습니다. 대기업은 아직 못 들어오고 있는데, 시장에 진입하려고는 합니다. 자금은 있지만 인력이 부족해서 접근하기 힘들어 합니다. (그래서) 지금까지 작은 회사들이 전력반도체 맥을 이어왔습니다.
그런데 가장 큰 문제는 저희가 만든 전력반도체 제품이 국내에서 실질적으로 활용되어야 해외 수출이 가능하다는 점입니다. 국내에서도 사용하지 않는데, 해외에서 사용할 리가 있겠습니까. 일반적으로 대기업이 국내 제품을 신뢰하지 않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어, 국산 전력반도체 제품을 사용하지 않습니다. 그러다 보니, 우리나라는 전력 반도체를 거의 100% 수입해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국내 H사 전기차에도 모두 독일이나 일본 제품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두 번째, 이제 중국 저가 제품들이 들어온다는 것입니다. 중국이 한국보다 전력반도체가 매우 강합니다. 예를 들어 중국 BYD라는 전기차 메이커는 배터리부터 모든 것을 내재화해서 만들어냅니다. 이런 회사들이 저가를 앞세워 국내에 들어오다 보니, 국내 기업이 많이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대기업이 외면하는 국산, 중국산 저가 제품과도 경쟁해야
이제 기업들도 가성비 높은 제품들을 개발, 특허화하고 소재 산업도 스케일업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기업이 알아서 하라고 하기엔 많이 버거운 현실입니다. 중소기업들이 스케일업하기 위해서 스스로 자금을 충당하고 있지만 중앙정부나 지자체의 지원도 필요합니다. 이번에 예타를 통과한 1400억 원 규모의 국책 과제가 발동되어 내년부터 인력 양성을 포함한 전력반도체 활성화 사업이 운영됩니다. 이런 부분들은 참 바람직한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잘 연계해서 우리가 ‘지·산·학’이라고 부르는 수요 기업과의 관계성, 대학과의 관계성 그리고 지자체와의 관계성이 잘 융합된다면 발전할 수 있는 계기는 될 것입니다. 굉장히 좋은 기술을 갖고 있다 하더라도, 이러한 관계성이 형성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저희 협회에는 기업뿐만 아니고 대학도 회원사로 들어와 있고, 출연 연구소도 많이 있습니다. 결국 이 회원사들이 같이 합심해서 뭔가를 만들어 낸다면, 그것 기반으로 생태계가 형성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삼성이 전력반도체를 포기한 이래로, 생태계가 딱 20년 전부터 무너져 왔습니다. 지금 다시 시작하려니 벅찬 것입니다. 무너진 생태계를 1~2년 안에 복원한다는 건 쉽지 않습니다. 그래도 빨리 복원해야 전력반도체 후진국으로 가지 않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지·산·학’이 열심히 협력한다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신훈규 교수(좌장): 예 감사합니다. 대학의 입장에서 인력 양성이 굉장히 중요하다는 말씀을 강조하셨지만 전력반도체 분야에서 그 동안 많은 연구와 경험으로, 소재 분야 리더 역할을 해온 신병철 교수께서 전반적인 내용을 이야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신병철 교수: 앞서 연구소나 대학이 앞장서서 했으니, 이제부터는 기업이 앞장서면 좋겠다는 의견을 김남균 원장께서 말씀하셨습니다. 거기에 덧붙여 말씀드리겠습니다. 우리가 늘 기업의 어려움을 듣습니다. 그래서 왜 중소 기업이 어려울까, 왜 대기업이 전력반도체를 안 할까, 라는 분석을 해 봤습니다.
일단 시장이 작습니다. 대기업이 뛰어들 마켓이 아닙니다. 그래서 중소기업이 하는 건 맞는데, 그렇다면 중소기업이 강소기업이 되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기업체의 의견을 쭉 들어봤습니다. H자동차가 국산 칩을 안 쓴다는 얘기는 다 아는 사실입니다. 왜냐하면 H사 입장에서는 안정적인 공급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에 스케일이 크고 브랜드 가치가 있는 회사 부품을 넣을 수밖에 없습니다. 첫째로, 브랜드가 굉장히 중요한 요인이었습니다.
두 번째, 스케일이 커야 됩니다. 그런데 중소기업은 스케일 자체를 키우기가 쉽지가 않습니다. 중소기업은 스케일을 키우기 위해 세금을 투입해 주기를 희망하는데, 세금을 지원하는 정부 입장에서는 특정 산업에만 많이 지원할 수 없습니다. 세 번째, 그렇다면 국산 제품을 써주라, 라고 말합니다. 어린아이같이 아장아장 걷는 수준의 국내 업체 제품을 써 주어야 한다는 것인데, 이것은 사실상 압력에 가까운 것입다. 그런데 대기업이 그런 압력을 받고 흔쾌히 써줄 만큼 자기들도 여유가 없는 것 같아요. 전 세계에 나가서 다른 브랜드하고 경쟁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런 정서적인 압력도 사실은 쉽지 않습니다.
결국 기업이 표준 갖추면 세계 시장 경쟁력 강해질 것
그래서 제가 생각하는 솔루션은 네 번째에 있습니다. 그것은 스탠더드입니다. 국제 표준입니다. 예를 들어, 부산 울산 경남 지역은 해양 플랜트가 강했습니다. 그런데 작은 회사라도 ASME이나, ISO와 같은 국제 규격을 갖추면 스케일이 작아도, 브랜드가 없어도 물건이 팔립니다. 앞서 세 가지는 우리가 늘 얘기하던 것이었는데, 제가 제시한 네 번째 솔루션은 반도체 분야에도 도입했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반도체 분야 사람들하고 얘기해 보면 다큐멘테이션이 너무 약하다는 사실입니다. 국제 표준에 대한 개념이 굉장히 약합니다. 반도체 회사들 중에서 TTA나 JEDEC 등 즉 정보통신 단체표준, 국제 반도체 표준화 협의기구 등에 가서 발언하고 서류가 채택받는 회사가 점점 많아진다면 비록 브랜드 가치가 떨어지고 스케일이 작아도 얼마든지 전 세계 시장을 파고 들 수 있습니다. 이런 문제가 해결된다면, 대기업에서도 안 쓸 이유가 없는 것입니다. 지금은 브랜드나 스케일만 봐서는 찜찜한 것입니다. 결국은 스탠더드라고 봅니다. 그동안 대학에서 스탠더드 교육을 소홀히 한 것도 반성하겠습니다. 앞으로 열심히 하도록 하겠습니다.
▶신훈규 교수(좌장): 마지막으로, 부산시가 여러 가지 준비 과정이나 어려움도 극복하면서 현재에 이르렀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부산시가 앞으로 어떤 지원을 하고, 어떻게 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할 것인지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박수원 과장: 다른 지방자치단체도 같은 고민일 것입니다. 지역에 기존 기업을 어떻게 하면 머물게 할 것인가, 또 외부에 있는 우수 기업을 유치할 것인가의 문제입니다. 산토끼를 데려오고 집토끼를 계속 살게하는 고민과 같습니다. 앞서 교수님께서 얘기한 대로 인력 양성 관련해서는 부산시가 지역 핵심 기반 구축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인력 양성 교육 권한을 지방으로 이양하자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 상황에서 특히 부산시는 지역 혁신 센터를 시범 사업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 사업은 지자체, 지역 산업에 맞는 맞춤형 인력 양성을 하라는 취지에서 추진하고 있습니다. 지역에 맞는 인력 양성 육성 사업에 중앙 정부가 지원하는 구조입니다. 그렇다면 우리 지역의 핵심 기업에 맞는 인력을 어떻게 공급할 것인가에 대한 정책이 필요합니다. 거기에 맞는 과제를 우선적으로 추진해 나갈 계획입니다.
이제 부산이 전력반도체의 허브 역할을 해야
앞서, 말씀 드린 것 중에 빠진 게 하나 있습니다. 부산시 소부장 특화 단지가 지정되고 나서 부산 지역 기업체 외에 다른 지역, 특히 수도권 기업체들이 상당히 많은 관심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기업 문의도 많고 이전하여 오겠다는 사례도 많습니다. 현재 열 개가 넘는 기업이 거의 유치 단계에 있습니다. 이제 부산이 전력반도체의 허브 역할을 해야 합니다. 기업이 오게 만들려면, 인력과 자금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그리고 세제, 그 다음에 인프라 문제도 있습니다.
이 모든 생태계가 잘 작동되어야 기업들이 찾아 올 것입니다. 특히 업체와 미팅해보면 우수 인력이 머물 수 있는 정주 요건에도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정주 요건에 대해 의학 산단을 관할하고 있는 기장군에서 용역하고 있습니다. 단기적으로는 우수 인력을 유치하기 위한 융자 지원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특히 최윤화 협회장님 말씀하신 대로, 중소기업이 생산한 제품을 어떻게 판매할 것인가, 수요처 문제가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는 자금력이 미약한 중소기업이 스스로 해결하기 쉽지 않습니다. 부산시는 이 문제를 장기적 플랜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중소 기업이 대기업과 함께 모일 수 있는 전시회도 한번 구상하고 있습니다. 또한 부산 특화단지에 입주한 기업들의 제품 성향이나 특성, 매출처 등은 지자체가 함께 공급망 활로를 모색해야 합니다.
결국 산·학·연·관이 관건인데 이와 관련해 커뮤니티가 상당히 중요하다는 생각합니다. 그래서 한국전력소자협회의 회원사들과 함께 커뮤니티를 어떻게 강화시켜 나가야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 어떻게 품질을 향상시켜 나가야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함께 풀어나갈 예정입니다.
▶신훈규 교수(좌장): 감사드립니다. 짧은 좌담회 시간입니다만, 지·산·학·연 4개 관련 기관, 단체 의견을 들어보는 시간이었습니다. 좌장으로서 요약 하자면, 우리가 다양한 정책을 입안하고 있는 상황에서 특히 첨단산업 분야에 대한 기대감이 굉장히 높습니다. 이를 위한 방안을 수립하고 계획을 만드는 것은 그동안 많이 해왔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남은 숙제는 ‘추진’인 것 같습니다. 어떤 방안에 대한 것을 수립해서 끝나지 않고, 그것을 추진해서 결과를 얻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전력반도체도 마라톤처럼 장기적인 관점에서 정부가 정책을 만들고 지자체가 지원하고 산업체가 제품을 만들며, 대학과 연구소가 열심히 연구하고 인력을 공급해서 하나의 새로운 전력 반도체 공급망이라는 ‘결과’를 얻었으면 합니다. 2030년 또는 2040년을 내다보는 작은 토론회가 되었다고 자부합니다.
끝으로 elec4 전자과학 매거진이 짧은 시간이나마 이런 기회를 마련하여, 지·산·학·연이 함께 토의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 주신 것에 대해 전력반도체 전문가 한 사람으로서 특별히 감사를 드립니다. 이로써 좌담회를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대단히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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