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서리대학교(University of Surrey) 연구진이 차세대 친환경 배터리로 주목받는 리튬–이산화탄소(Li–CO₂) 배터리의 효율성과 내구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데 성공했다. 이번 연구는 친환경 에너지 저장과 동시에 온실가스 감축까지 실현할 수 있는 CO₂ ‘호흡(breathing)’ 배터리의 상용화를 앞당길 수 있는 중요한 진전으로 평가받고 있다.
리튬–CO₂ ‘호흡’ 배터리는 공기 중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면서 전력을 방출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따라서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친환경적일 뿐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더 높은 성능을 낼 가능성도 제시된다. 하지만, 그동안 리튬-CO₂ 배터리는 낮은 효율성과 재충전 실패, 고가의 백금 등 희귀 금속 의존성 문제로 상용화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서리대 연구진은 이러한 기술적 한계를 저비용 촉매 물질인 인산몰리브덴산세슘(Caesium Phosphomolybdate, CPM)을 사용해 극복했다. 연구팀은 컴퓨터 모델링과 실험을 통해 이 촉매를 적용한 결과, 기존보다 훨씬 더 많은 에너지를 저장하고, 더 적은 전력으로 충전하며, 100회 이상 재사용 가능한 배터리를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5월 20일자 국제 학술지 Advanced Science에 발표됐다. 연구진은 이 배터리가 상용화되면 차량이나 산업 현장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줄이는 데 크게 기여할 수 있으며, 심지어 대기 중 이산화탄소 비율이 95%에 달하는 화성에서도 작동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연구를 수행한 서리대 화학·화학공학과와 첨단기술연구소(Advanced Technology Institute)는 배터리 작동 중 발생하는 화학적 변화를 밝히기 위해 두 가지 접근법을 사용했다. 먼저 충·방전 이후 배터리를 분해해 내부 물질의 화학적 변화를 분석한 결과,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생성되는 화합물인 탄산리튬(Li₂CO₃)이 안정적으로 축적되고 제거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는 배터리의 장기간 사용에 필수적인 특징이다.
이어, 연구진은 밀도범함수이론(Density Functional Theory, DFT)에 기반한 컴퓨터 모델링을 통해 재료 표면에서의 반응 메커니즘을 분석한 결과, CPM이 안정적이고 다공성 구조를 가져 주요 화학 반응이 일어나는 데 최적의 환경을 제공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연구진은 향후 촉매가 전극 및 전해질과 어떻게 상호 작용하는지를 추가로 규명함으로써, 리튬–CO₂ 배터리가 저비용·대량생산이 가능한 실용적 에너지 저장 솔루션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화학공정공학 강사 시다르트 갓카리(Siddharth Gadkari) 박사는 “재생 에너지로의 전환을 추진하면서 동시에 기후 변화라는 위협에 대처할 수 있는 에너지 저장 솔루션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연구 중인 리튬–CO₂ 배터리는 이러한 비전을 실현하는 데 있어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이 배터리 기술의 가장 큰 난제 중 하나는 ‘과전압(overpotential)’이라고 불리는 문제다. 이는 반응을 시작하기 위해 추가로 필요한 에너지인데, 마치 관성 주행 전에 오르막길을 오르는 것과 같다. 저희 연구에서는 CPM이 이 과전압을 완화해, 배터리가 충전과 방전 과정에서 훨씬 적은 에너지를 손실한다는 것을 입증했다”고 말했다.

서리대 미래 펠로우 다니엘 커맨더(Daniel Commandeur) 박사는 “이번 발견의 흥미로운 점은 뛰어난 성능과 단순성을 결합했다는 데 있다. 저희는 희귀 금속 없이도 저렴하고 확장 가능한 소재를 활용해 효율적인 리튬–CO₂ 배터리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입증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앞으로 더 나은 촉매를 설계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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