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 기획 좌담회 ① ] “전력반도체 산업 늦었다? 기업과 인력, 투자 등 생태계 만들면 더 강해진다”

2023-11-10
신윤오 기자, yoshin@elec4.co.kr

elec4 전자과학 주최, 전력반도체 전문가 좌담회서 이구동성, 산학연+지자체 역할 강조

전력반도체 시장은 모바일 기기의 증가, 전기 자동차 보급 확대 등으로 급성장 중인 가운데, 실리콘(Si) 대비 성능이 우수한 화합물 반도체가 차세대 전력반도체 소재로 각광받고 있다. 글로벌 전력반도체 제조사들이 화합물 반도체 기반 전력반도체를 본격적으로 생산하고 있고, 국내 기업들도 차세대 전력반도체 시장 진출을 위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탄소중립과 산업 디지털화의 중심으로 떠오른 저전력 고효율 전력반도체 개발을 위해 정부도 발 벗고 나서고 있다. 이에 전력반도체 최전선에서 개발 또는 정책 입안에 앞장서고 있는 전문가들의 의견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본지는 산학연과 더불어 지자체의 전문가를 모아 국내외 전력반도체 발전을 모색하기 위한 의견을 청취하였다. 이 생생한 좌담회 현장으로 안내한다. <편집자 주>
 


☞ 전력반도체 좌담회 2편 보기


[특별 기획] 전력반도체 좌담회탄소 중립과 산업 디지털화의 핵심, 전력반도체 발전 방안 모색

좌담회 참석자

-신훈규 교수 (POSTECH) 
-김남균 원장(한국전기연구원)
-최윤화 회장(한국전력소자산업협회)
-신병철 교수(동의대 신소재공학부)
-박수원 과장(부산시 미래에너지산업과)

 

▶신훈규 교수(좌장): 안녕하십니까. 이제 네 분의 패널을 모시고 산·학·연의 다양한 목소리를 전달하고, 또 지방자치단체의 의견도 함께 듣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먼저, 현재 한국전기연구원 원장으로 계시는 김남균 원장님의 의견을 먼저 청취하도록 하겠습니다. 김남규 원장님은 전력 반도체 분야에서 약 30년 가까이 공헌하신 분이기 때문에 전력 반도체 분야에 대한 의견이 남다를 것으로 생각합니다. 전력 반도체 분야의 발전을 위한 다양한 관점에서 고견을 듣겠습니다.

▶김남균 원장: 먼저, 이런 좌담회를 부산에서 가지게 된 것을 굉장히 의미 있게 생각합니다. 제가 부산을 강조하는 이유는, 전력반도체에 대해서 어떤 정부 기관이나 지자체도 관심을 갖지 않을 때, 일찍이 10여 년 전부터 관심을 가져왔고, 지난 7월에 반도체 특화단지 사업을 중앙정부로부터 확정 받았습니다.

 

그것도 우리나라에서 대한민국 전력 반도체의 대표 지역으로 부산을 지정한 것은 의미가 있습니다. 그 다음에 강조하고 싶은 것은, 부산 기장 지역에 조성하고 있는 전력 반도체 기업 복합단지는 전력 반도체 테마로는 세계 최초의 산업단지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부산을 강조하고 의미있다, 고 하겠습니다. 

부산은 전력 반도체 테마로는 세계 최초 산업단지

전체적으로 보면 우리나라가 전력 반도체 분야에서 발전하는 단계이지만 아직 미약한 것이 사실입니다. 우리 대표 기업을 뽑으라고 한다면 아직까지 세계 15대 기업에 들어가는 대표 기업이 없어요. 하지만 우리가 미약하나 일어서는 힘은 강하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지자체를 중심으로 정책을 펼치고 있고, 무엇보다도 신생 기업들이 새로운 전력 반도체, 주로 화합물 반도체 쪽으로 굉장히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열 손가락으로 꼽을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기업들이 새로 투자하고, 또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굉장히 기대하는 바가 큽니다.

전체적으로 우리는 아직까지 전력 반도체의 힘은 상대적으로 미약하지만 우리 산업체에서 많이 투자하고 있고 연구기관, 대학에서 같이 연구하고 있고 또 지자체와 중앙정부에서 정책적으로 지원하기 때문에 미래는 밝다고 생각합니다. 연구 기관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저희도 전력반도체 발전에 도움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신훈규 교수(좌장): 네, 서두 발언 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다음으로는 전력반도체하면 결국은 기업의 목소리, 기업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한국전력소자산업협회장을 맡고 있고, 제엠제코(주) 대표이사로 있는 최윤화 대표께서 협회장님의 입장과 또 기업 대표의 입장을 포함해서 의견을 주시겠습니다. 주로 기업들의 애로사항 즉, 어떻게 하면 세계 시장에서 우리 물건을 팔 수 있을지, 어떻게 집적화할 것인지에 대해 의견을 듣겠습니다.


▶최윤화 회장: 반갑습니다. 한국전력소자산업협회장을 맡고 있는 최윤화입니다. 방금 신훈규 교수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저희 협회는 약 70여 개 전력반도체 관련 회사들이 모여서 함께 연구 활동 및 기업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흔히 말해 반도체는 전 공정과 후 공정이 있는데, 전 공정이 반도체 칩을 만드는 공정이라면, 이 칩을 가지고 반도체 패키징, 즉 제품화 시키는 것을 후 공정이라고 합니다. 저희가 직접 후 공정 제품을 만들기 위해 부산에 와서 작년 10월에 준공했습니다.

협회는 약 70여 개 관련 기업 기관이 모여 활동

잘 아시는 것처럼 우리나라는 메모리 강국입니다. 메모리 제품은 전 세계의 60~70% 정도를 수출하고 있는데, 전력반도체 부분은 후진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뒤처져 있습니다. 그 이유는 지난 20~30년 동안 중앙 정부뿐만 아니라 모든 기업하는 사람들이 전력반도체에 흥미를 가지고 있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기업하는 사람들이 가치를 따진다 했을 때, 가치가 크게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전력반도체를 거의 포기한 상태였습니다.

그런데 스마트폰, 전기차가 나오면서 전력반도체가 꼭 필요한 블루오션 시장이 되었고 이제 시작하는 단계에 있습니다. 하지만 좀 많이 늦었습니다. 늦었지만 저희 협회 70개 기업과 그 외의 더 많은 회사들이 전력반도체 발전을 위해서 뛰고 있습니다. 그래도 똑똑한 한국인이기에 향후 10년 안에는 충분히 글로벌 선진국인 미국이나 일본, 독일을 따라갈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신훈규 교수(좌장): 네, 말씀 감사드립니다. 전력반도체하면 기술, 산업도 중요하지만 인력 공급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그래서 대학에서 참여해 주신 동의대학교 신병철 교수님은 대학 학장을 맡고 있지만 특히, 화합물 반도체 소재 분야에서 전문가로 활발히 활동해 오셨습니다. 현재 부산 파워반도체 인력양성 센터장이기도 합니다. 전력반도체 산업 기술에 대한 고견과 함께 인력 양성까지, 전반적으로 전력반도체가 어떤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지에 대해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신병철 교수: 토론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얼마 전에 외국에서 발표를 해달라고 해서 준비를 하다 보니 제목 정하기가 고민이었습니다. 결국, 인력 양성 관련해서 우리가 해야 될 일이 무엇인가, 라는 쪽으로 생각을 정리하게 됐습니다. 이번 좌담회 주제를 생각해 보니, 대학 역할에 대해 반성할 점도 있고 또 우리가 앞으로 개선해야 될 점도 있었습니다.
 

일단 저희들한테 주어지는 첫 번째, 미션 중에서 가장 큰 일은 적합한 인재 공급입니다. 기업이 인재를 데려다가 또 돈을 들여 재교육시키는 현실은 대학의 직무유기라고 생각합니다. 기업에서 요구하는 인재가 무엇인지를 그동안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그 이유에는 여러 가지 변명이 있습니다만 결국 기업의 수요를 파악하지 못했다, 라는 것은 대학 구성원들도 인정하는 문제입니다. 앞으로는 그런 일이 없도록 해야 합니다.  한편으론 왜 그럴 수밖에 없는지 생각해야 합니다. 일단, 교수들의 연구 분야가 논문을 중심으로 많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조교수로 들어온 사람이 부교수가 되려면 논문을 권위 있는 학술지에 몇 편 실어야 되는 현실에 집중하다 보니 기업의 수요에 대응하는 것은 아무래도 그다음 순위로 밀립니다. 이것은 교수 개인의 문제가 아니고 내부 시스템의 문제입니다. 그래서 승진 시스템 등을 개선하도록 많이 노력을 하고 있는데 생각보다 쉽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대학 내부에서 많은 갈등이 있습니다. 이것은 어쩌면 외부에서 더 큰 바람(시스템 변화 등)이 불어주면 해결하는 데 좀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대학이 기업에서 요구하는 인재가 무엇인지 수요 파악 못해

나머지 문제는, 대학마다 교수들이 마치 자기 대학을 위해서만 일하고 있다며 착각하고 있습니다. 옆에 있는 대학과 우리 대학은 경쟁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전력반도체 분야에서는 서로 협조하자는 분위기가 되어야 합니다. 그런 협조 분위기가 아직까지는 무르익지 않았습니다. 그것은 앞으로 저희들이 스스로 해결해야할 문제입니다. 예를 들어, 지금 대학마다 전력반도체 시설을 보유하고 있는데, 전체를 갖고 있는 대학은 별로 없어요. 어떤 대학은 소재 쪽이 중심이고 또 어떤 대학은 소자 설계 쪽으로 특화돼 있고, 또 패키징 쪽으로 특화된 학교도 있습니다. 그렇게 한 대학에서만 공부해서는 기업이 원하는 인재가 만들어질 수 없습니다. 

그래서 일단 인력 수요를 먼저 파악하고, 그 수요에 맞는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합니다. 한 대학에서 그 프로그램을 다 소화시킬 수가 없기 때문에 1일차는 A대학에서, 2일차는 B대학, 3일차는 C대학에서 공부하는 협력을 한다면 (성공하게) 될 것 같습니다. 이런 방법이 제도적인 문제는 없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논문 중심의 연구는 제도적인 문제라고 할 수 있는데, 시설을 공동으로 이용하는 문제는 대학에 있는 사람들이 조금만 신경을 쓰면 할 수 있는 일입니다. 이런 자리를 통해 반성하고 개선하도록 하겠습니다. 


▶신훈규 교수(좌장): 네 말씀 감사합니다. 최근 이슈가 ‘지·산·학·연’이라고 해서 지방자치단체 역할이 굉장히 중요한 시대입니다. 그래서 부산시의 전력반도체 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박수원 과장님이 지방자치단체 입장에서 바라보는 전력반도체가 굉장히 남다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부분을 중심으로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박수원 과장: 네, 반갑습니다. 그동안 부산시의 주력 산업은 조선 기자재, 자동차 부품, 해양 플랜트 쪽으로 집중했고 추진해 왔습니다. 현재는 여러 추세와 산업 환경 변화에 따라 전력반도체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현재 부산 기장에 의학 산단이 있는데, 그 산단에 수출용 신형 연구로가 있습니다. 거기서 의료용 방사성 동위원소 기능과 반도체 웨이퍼 소재 관련한 고성능 소재를 생산하고 있습니다. 그것을 바탕으로 부산시는 반도체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2012년에 사업 용역을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SiC 전력반도체 사업을 추진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에 부산시에서 왜 이렇게 (전력반도체를) 하느냐고, 중앙정부 또는 타 시도에서 의문을 많이 가지고 있었습니다. 울산에 있는 자동차, 그 다음에 조선, 경남에 있는 여러 가전들 그리고 항공 산업 등을 봤을 때, 부산시는 앞으로 모빌리티 산업 쪽으로 가야한다고 결정했습니다. 부산시는 2017년에 일괄 전용할 수 있는 공용 시설 팹을 구축하게 되었습니다. 

정부는 경제 안보적인 측면, 전략적인 측면에서 반도체, 인공지능, 로봇 산업 쪽에 집중하겠다는 정책 방향을 잡았고 첨단 전략 산업 특화단지라든지, 소부장 특화 단지를 조성해서 육성하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부산시도 발 빠르게 전력반도체를 바탕으로 소부장 특화 단지로 지정 받게 되었습니다. 

부산시는 10여 년 전부터 육성, 소부장 특화 단지 지정돼

제가 사업을 담당해보니, 일단 산업 초기에는 R&D 센터라든지 연구기반 센터가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인력 양성 또는 우수한 인력을 배출하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그래서 특화단지로 지정받으면서 부산 장전 단지에 구축된 팹이 시험 생산, 양산할 수 있는 시설로 발전해야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 공간에서 장비를 구축하고 팹리스 또는 소부장 관련 중소기업을 육성해서 중견 또는 대기업으로 키울 수 있는 기반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부산시는 지금 제2의 팹 구축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부산시가 전력반도체 사업을 시작했던 10여 년 전에는 의학 산단에 45만평 규모의 전력반도체 산업 클러스터를 만들자는 계획을 추진했지만, 현재 특화 단지로 지정받은 후로는 전력반도체 분야 소재, 소자, 패키지 신뢰성 등의 가치 사슬에서 생태계를 확실하게 구축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에 한 단계 더 나아가는 육성 계획을 수립하는 과정에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중소기업의 경우 생태계를 마련하면서 자금, 인력 양성, 연구 개발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는 방향으로 가야한다는 생각에서 육성 계획을 수립, 내년 상반기에 발표할 예정입니다. 이 계획에는 자금, 공정 시설 장비 지원, 보육 기업 지원 문제 등이 담길 예정입니다.  부산시는 전력반도체 특화 단지에 많은 기업을 유치해야 하기 때문에 이런 문제를 집중적으로 고민하고 있습니다. 특히 유치 관련 인센티브는 타 시도와 거의 대동소이할 것입니다. 그래서 기업발전 특구를 지정해서 지방세 또는 법인세 등을 일정기간 대폭적으로 감면하는 지원방안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또한, 이와 관련해 펀드를 조성해서 투자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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