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층 결정 배열을 따라 새 반도체가 가지런히 자라는 ‘에피택시 성장’구현… 차세대 저전력 반도체 개발 기대
미래 반도체는 서로 다른 기능을 가진 소재를 한 칩에 층층이 쌓아 만든다. 그러나 소재를 쌓는 데 필요한 높은 열로 아래층이 손상되는 것이 큰 걸림돌이었다. KAIST를 비롯한 국내외 공동연구진이 150℃의 낮은 온도에서도 반데르발스 소재(원자층을 종이처럼 얇게 겹친 차세대 2차원 반도체 소재) 위에 새로운 반도체를 손상 없이 정밀하게 쌓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는 차세대 AI·저전력 반도체와 광전자소자 개발의 새로운 길을 연 성과로 평가된다.
KAIST(총장 배충식)는 생명화학공학과 서준기 교수 연구팀이 한양대학교(총장 이기정) 송봉근 교수 연구팀, 미국 라이스대학교(Rice University) 이모 한(Yimo Han) 교수 연구팀과 공동으로 원자층증착법(ALD, 반도체 원료를 차례로 공급하여 두께를 원자 수준으로 조절하면서 균일한 박막을 쌓는 기술)을 이용한 새로운 반도체 제조기술을 개발했다고 7월 27일 밝혔다.

연구팀이 주목한 것은 반데르발스 소재다. 반데르발스 소재는 원자층이 여러 장 겹쳐 있지만 층과 층 사이가 약하게 붙어 있어 종이처럼 얇게 떼어낼 수 있는 2차원 반도체 소재다. 서로 다른 소재를 자유롭게 겹칠 수 있어 차세대 AI 반도체와 초저전력 반도체의 핵심 소재로 주목받고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표면이 매우 안정적이어서 새로운 반도체를 원하는 방향으로 가지런히 성장시키기 어려웠다. 특히 온도를 낮추면 원자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자라기 때문에 성능이 좋은 반도체를 만들기 쉽지 않았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차세대 반도체 소재로 주목받는 텔루륨(Te)을 포함한 전구체(Precursor, 반도체를 만드는 원료 분자)가 표면을 자유롭게 이동하며 가장 안정한 위치를 스스로 찾아 박막을 이루도록 하는 새로운 방법을 개발했다고 전했다. 텔루륨은 전기를 한 방향으로 잘 전달하는 특성과 빛을 효과적으로 제어하는 광전자 특성을 함께 갖춰 차세대 반도체와 광검출기, LED 등 광전자 소자의 핵심 소재로 주목받고 있다.
이를 통해 연구팀은 150℃의 낮은 온도에서도 원자층증착법(ALD)을 통해 텔루륨을 반데르발스 소재(원자층이 종이처럼 여러 장 겹쳐 있는 차세대 2차원 반도체 소재) 위에 아래층 결정의 원자 배열을 따라 질서 있게 성장하는 에피택시(Epitaxial Growth)를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에피택시 성장은 아래층 결정 구조를 따라 새로운 반도체가 원자 단위로 정밀하게 자라는 고품질 반도체 제조 기술이다. 이는 벽돌을 아무렇게나 쌓는 것이 아니라 모든 벽돌을 같은 방향으로 반듯하게 쌓는 것과 같아, 전기가 더 잘 흐르고 반도체 성능도 높일 수 있다.

또한 이 기술을 이셀레늄화 텅스텐(WSe₂), 이황화 몰리브덴(MoS₂), 이셀레늄화 레늄(ReSe₂), 운모(Mica) 등 다양한 반데르발스 소재에도 적용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즉, 특정 소재 하나에만 적용되는 기술이 아니라 여러 종류의 차세대 반도체 소재에도 폭넓게 활용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연구팀은 이렇게 만든 반도체로 트랜지스터(전류의 흐름을 제어하는 반도체의 핵심 소자)?와 광전자소자(빛을 감지하거나 빛을 내는 반도체 소자)?도 직접 제작했다. 즉, 새로운 제조기술이 연구실 수준에 머무르지 않고 실제 반도체 소자 제작에도 활용될 수 있음을 입증한 것이다.
서준기 교수는 "이번 연구는 낮은 온도에서도 반데르발스 소재 위에 고품질 반도체를 손상 없이 성장시킬 수 있다는 것을 처음 보여준 성과”라며, "앞으로 다양한 차세대 반도체를 하나의 칩 위에 자유롭게 집적하는 핵심 제조기술로 활용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KAIST 김창환 박사과정생이 제1저자로, 서준기 교수가 교신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7월 24일 자에 게재됐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원하는 한국연구재단의 우수신진연구사업, PIM 인공지능반도체 핵심기술개발(소자)사업, 개척연구사업 및 박사과정생 연구장려금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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