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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2.20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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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신 이슈] 스포츠에 들어온 AI, 올림픽 판정이나 선수 보호에도 중요한 역할
2026-02-20 김미혜 기자, elecnews@elec4.co.kr

인공지능, 올림픽이 드러낸 변화의 단면 보여줘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이 막을 내리고 있다. 메달과 기록이 정리되는 사이, 외신들은 이번 대회를 또 다른 시선으로 조명했다. 경기 결과가 아닌, 그 무대를 지탱한 기술에 주목한 것이다. 이에 따라 인공지능(AI)이 이번 올림픽에서 어떤 방식으로 활용 됐는 지를 분석한 보도들이 이어졌다.


미국의 Axios, 영국 BBC, 스포츠 전문 매체 SportsPro, 학술 매체 The Conversation, 라이프스타일 매체 Cosmopolitan 등은 이번 대회를 두고 AI가 더 이상 ‘보조 장치’에 머물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AI는 운영, 중계, 판정, 선수 보호 등 여러 영역에서 동시에 작동하며 대회 구조 안으로 들어와 있었다.


(생성형 AI로 제작한 이미지임)


보이지 않는 영역에서 작동한 AI


Axios는 이번 올림픽에서 AI의 가장 중요한 역할로 ‘물류(logistics)’를 꼽았다. 여기서 말하는 물류는 단순한 운송 관리가 아니다. 여러 도시에서 동시에 열리는 경기 일정과 선수·스태프 이동 동선, 기상 변수, 방송 시간표를 통합적으로 조정하는 운영 체계를 뜻한다.


Axios는 “가장 중요한 역할은 동시에 가장 덜 화려한 영역, 즉 물류”라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AI는 경기 지연이나 날씨 변화 같은 돌발 상황을 가정해 다양한 시나리오를 계산하고, 운영팀이 신속하게 대안을 선택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관중의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대회가 중단 없이 이어지도록 균형을 유지하는 조정 장치에 가깝다는 설명이다.


SportsPro 역시 이번 대회를 지리적으로 가장 분산된 올림픽 중 하나로 소개하며 네트워크 인프라와 사이버 보안을 핵심 과제로 짚었다. 40개가 넘는 경기·비경기 장소를 연결하는 네트워크는 선수와 미디어, 운영 인력의 실시간 통신을 동시에 지원해야 한다. SportsPro에 따르면 AI가 통합된 네트워크 시스템은 의심스러운 트래픽을 자동으로 감지하고 정책을 즉각 적용하도록 설계됐다. 이는 단순한 방어 체계를 넘어 네트워크 자체가 상황을 인식하고 대응하는 구조에 가깝다고 매체는 분석했다.


중계와 데이터, 더 설명적인 스포츠


AI의 변화는 중계 화면에서도 분명히 드러났다. Axios는 하이라이트 제작 과정이 자동화되면서 팬들이 특정 선수의 경기 장면을 거의 즉시 찾아볼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과거에는 편집 인력이 수작업으로 구성하던 과정이 크게 단축됐고, 시청자는 원하는 퍼포먼스를 온디맨드 방식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됐다는 설명이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공식 보도에 따르면, 공식 타임키퍼 OMEGA는 컴퓨터 비전 기술을 활용해 피겨 스케이팅 선수의 블레이드 각도, 봅슬레이 속도, 스키점프 도약 높이 등을 분석했다. AI 기반 360도 리플레이 기술도 도입돼 경기 장면을 다양한 각도에서 재구성했다. 이는 단순한 시각 효과를 넘어 경기의 세부 동작을 데이터로 해석해 전달하는 방식이 강화됐음을 보여준다.


데이터 활용 범위 역시 확대됐다. Axios는 OMEGA가 내부 개발한 대형언어모델(LLM)을 통해 직원들이 기록 데이터를 자연어로 질의하고 답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고 보도했다. 또 다른 파트너인 알리바바 클라우드는 자체 AI 모델을 활용해 각국 올림픽위원회가 여러 언어로 작성된 문서를 검색·정리하는 작업을 지원하고 있다고 소개됐다. 외신은 이를 두고 경기 기록과 운영 정보가 단순 축적을 넘어 분석 가능한 자산으로 전환되고 있는 흐름이라고 짚었다.


언어 장벽 완화에도 AI가 활용됐다. IOC 공식 보도에 따르면 삼성은 자원봉사자들에게 온디바이스 AI 번역 기능이 탑재된 스마트폰을 제공했다. 통신 환경이 불안정한 산악 지역에서도 작동하도록 설계된 이 장치는 선수와 관중, 자원봉사자가 서로 다른 언어를 사용하더라도 현장에서 즉시 소통할 수 있도록 돕는다. IOC는 이를 다국적 이벤트에서 AI 번역이 실제 운영 도구로 활용된 사례로 소개했다.


Axios는 이러한 확장이 2024년 파리 하계올림픽에서의 실험적 적용을 넘어선 단계라고 분석했다. 파리 대회에서 비교적 제한적이었던 AI 활용 범위가 밀라노에서는 운영과 데이터, 중계 전반으로 확대됐다는 것이다.


(생성형 AI로 제작한 이미지임)


판정과 보호, 신뢰를 둘러싼 기술


AI가 가장 민감하게 다뤄진 분야는 판정이다. Axios는 OMEGA가 14대의 카메라를 통해 피겨 스케이팅 점프의 회전 수와 이동 거리, 높이를 추적하고 있다고 전했다. OMEGA 타이밍 부문 CEO 알랭 조브리스트(Alain Zobrist)는 Axios와의 인터뷰에서 "블레이드 움직임을 밀리미터 단위까지 감지할 수 있다"고 설명하며, "AI가 인간의 눈으로는 식별하기 어려운 미세한 동작까지 분석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기술의 정밀함이 곧 논란을 해소하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이어졌다. BBC Sport는 아이스댄스 경기에서 심판 점수 편차를 둘러싼 논란이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미국의 매디슨 초크는 BBC 인터뷰에서 “결과를 대중이 이해하지 못하면 종목에 해가 된다”고 말했다. 기술 보조가 강화되더라도 판정의 납득 가능성과 설명력은 여전히 중요한 과제로 남아 있음을 보여준다는 분석이다.


The Conversation 역시 AI 판정 도입의 한계를 짚었다. AI는 인간보다 정밀하게 동작을 측정할 수 있지만, 지나치게 세밀한 기준이 스포츠의 맥락과 예술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알고리즘 설계 과정에서의 편향 문제 역시 함께 제기됐다.


선수 보호 영역에서도 AI의 활용은 확대됐다. Cosmopolitan은 국제올림픽위원회가 온라인 혐오 대응 시스템 ‘Threat Matrix AI’를 가동했다고 보도했다. 이 시스템은 주요 소셜 플랫폼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해 혐오 발언과 위협 게시물을 선별하고 플랫폼 측에 대응을 요청하는 방식이다. 파리 대회에서 수백만 건의 게시물을 분석하고 1만 건이 넘는 학대성 게시물을 조치한 경험을 바탕으로, 이번 대회에서도 적용 범위를 넓혔다고 매체는 전했다.


스포츠 경험을 넓히는 또 다른 방향


AI의 변화는 밀라노 올림픽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BBC는 도쿄에서 열린 데플림픽 사례를 조명하며, 기술이 스포츠 ‘운영’을 넘어 ‘경험’ 자체를 재구성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경기장의 소리는 화면 위 의성어 그래픽으로 시각화됐고, 환경 소음은 실시간 문자와 수어로 변환됐다. 일부 경기장에서는 진동 장치를 통해 관중이 경기의 리듬과 충돌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기술도 시험됐다.


BBC는 이를 두고 소리가 더 이상 듣는 것에만 머무르지 않고, 보고 느낄 수 있는 형태로 확장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라고 설명했다. 밀라노 대회에서 확인된 운영·중계·판정 기술이 경기의 구조를 정교하게 만드는 방향이라면, 데플림픽 사례는 스포츠를 체감하는 방식 자체가 넓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또 다른 단면이라고 BBC는 분석했다.


외신 분석을 종합하면 밀라노 올림픽은 AI가 스포츠의 전면에 등장했다기보다, 그 무대를 설계하고 조율하는 기반 기술로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준 사례로 평가된다. 운영은 더 정교해졌고, 중계는 더 설명적으로 바뀌었으며, 판정과 선수 보호 영역에서도 기술의 개입 범위가 확장됐다. 동시에 BBC가 조명한 데플림픽 사례는 AI가 대회를 '관리'하는 도구를 넘어 스포츠 경험 자체를 확장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음을 시사한다.


AI가 경기의 주인공이 된 것은 아니다. 다만 외신들은 이번 대회를 통해 AI의 역할 범위가 분명히 넓어졌다는 점에 주목했다. 스포츠의 중심은 여전히 인간의 기록과 판단에 있지만, 그 기록을 둘러싼 환경과 경험은 점차 지능화되고 있다. 외신 분석에 따르면 이번 대회는 스포츠 현장에서 AI가 구조의 일부로 편입되고 있음을 보여준 장면으로 기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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