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중제재 속에서도 중국과 합리적인 협력 제기
중국은 반도체 산업의 제조공장 및 소비시장으로서 여전히 중요한 파트너이며, 미국의 대중제재 속에서도 중국과 합리적인 협력을 통해 우리 반도체 산업의 지속적인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정형곤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발간한 보고서(한국 반도체 산업의 수출입 구조 및 글로벌 위상 분석)에서 이같이 밝히고, 중국이 앞으로 상당기간 전 세계 제조공장으로서의 역할을 지속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중국과의 협력은 불가피한 상황으로, 우리 반도체 산업의 대중 수출이 안정적으로 지속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주장이 제기된 데에는 2018년을 기점으로 글로벌 수출시장 점유율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한국 반도체 시장의 현실에서 비롯됐다.
한국의 대표적 수출 품목인 메모리 반도체는 2018년 29.1%를 기록하며 수년간 세계 수출시장 점유율 1위를 유지해왔으나, 이후 2위로 밀려나 2022년에는 18.91%까지 하락했다.
메모리, 18.91%까지 하락
반면 중국은 2019년 점유율 27.2%로 1위를 차지한 이후 1위를 유지하고 있으며, 2022년에는 25.7%를 기록했다. 문제는 DRAM, Flash, MCP, SRAM 등 우리의 주력 생산 분야에서도 중국의 대세계 수출 비중이 더 높게 나타나고 있다는 것. 중국의 세계 수출시장 점유율 상승은 우리 기업들을 포함한 중국 내 기업들이 세계시장에 공급하는 비중의 증가와 범용 반도체에 기반을 둔 중국 반도체 산업의 수출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한국은 세계시장에서뿐만 아니라 중국의 반도체 산업 수입시장 점유율도 하락하고 있으나, 경쟁자인 대만은 상승세인 한편 중국 반도체 산업에 대한 영향력도 커지고 있다. 대만 정부가 자국 반도체 제조혁신 역량 강화를 위한 지원을 강화하고 있어 우리도 정부가 최근 발표한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 계획을 조속히 추진해야 한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미국은 '반도체 과학법'을 통해 미국 내 반도체 공장 설립 기업에 25%의 세액공제를 해주며, 「반도체지원법(Chips Act)」을 통해 520억 달러(68조 원)를 지원하고 있다. 일본은 자국 및 외국 반도체 기업 연구개발과 생산설비 투자를 위해 추가적으로 2조 엔(17조 4천억 원)을 조성하여 지원할 예정이다.
EU는 반도체 산업 발전을 위해 민관 투자 430억 유로 유치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독일정부는 TSMC, 보쉬(Bosch), 인피니언(Infineon), NXP의 100억 유로 규모 합작 프로젝트에 50억 유로를 지원하고, 인텔의 200억 유로 규모 마그데부르크(Magdeburg) 프로젝트에 약 100억 달러를 지원할 예정으로, 전체 프로젝트 비용의 50%가량을 지원하고 있다.
반도체 산업 주요 분야별 무역수지 동향(2023년)(단위: 백만 달러, 대외경제정책연구원)
투자 인센티브와 보조금 높여야
이에 따라 국내 반도체 산업 제조공정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추가적 조치들을 통해 국내 생산에서의 부가가치를 높이고, 미래반도체 초격차 확보 및 수출의 확대를 위한 전초기지를 조기 조성함으로써 첨단반도체 산업의 주도권을 공고히 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정부는 최근 R&D 세액공제 40~50% 제공, 시설투자 세액공제 대폭 향상(중소기업 16% → 25%), 용인 시스템 반도체 국가산단 조성, 반도체 인력 15만 명 양성, 기업환경을 저해하는 킬러규제 철폐 등 파격적인 지원을 도입했다. 또한 총 622조 원의 민간투자를 통해 HBM 등 최첨단 메모리 반도체, 2나노 기반의 시스템 반도체를 생산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첨단 클러스터를 조성할 예정이다.
이에 정 선임은 "세계는 반도체 핵심 생태계 육성 및 주도권 장악을 위해 보조금 지원 및 혁신 경쟁을 심화하고 있는바, 정부 반도체 육성 사업의 조속한 실현을 위해 경쟁국 대비 여전히 부족한 투자 인센티브와 보조금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높여야 한다"며, "과학기술 인재 육성 및 유출 방지, 반도체 소부장 산업 육성을 위한 정책자금 지원액의 대폭 확대가 필요하고, 국내 클러스터 경쟁력 향상을 위해 가치사슬에서 경쟁력이 취약한 소부장, 팹리스, 후공정 산업의 육성을 통해 반도체 전체 가치사슬이 유기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정책 지원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생태계 조성에 적극 나서야
반도체 산업의 공급망 리스크와 관련하여 수입의존도가 70% 이상인 품목군이 최근 5년간 지속적으로 줄어들고는 있으나, 핵심 품목의 특정 국가에 대한 의존도가 여전히 높은 품목의 경우 상시적 관리가 중요하다.
반도체 제조장비 산업은 대외의존도가 높은 분야로 포토장비, 측정장비, 이온주입 장비, 식각장비, 테스트 장비 등에서 무역 적자 폭이 크며, 이렇게 수입에 특화된 품목의 기술개발을 적극 지원할 필요가 있다. 특히 일본은 반도체 소재와 부품에서 세계 최고의 기술력과 생산능력을 바탕으로 시장을 독점하고 있어, 이들 품목군에 대한 지속적인 기술개발과 공급망 다원화 모색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원천기술 미확보로 해외의존도가 높은 품목군은 합작을 통해 국내 생산을 독려하는 한편, 국내 생산 역량 강화를 위한 기술개발을 지원하고 관련 외국기업 투자를 적극 유치해 반도체 산업의 생태계 조성에 적극 나서야 한다.
우리 반도체 산업의 중국 수입시장 점유율이 하락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메모리 반도체의 주요 수출 지역은 중국과 홍콩으로 68%를 차지하며, MCP 수출의 경우는 두 지역으로의 수출 비중이 71.61% 동 품목의 대한국 수입 역시 각각 72.10%와 9.66%를 차지한다. 플래시 메모리의 대중 수출 비중은 79.67%이며, 중국으로부터의 수입 비중은 97.18%로 매우 높다. 끝으로 정 선임은 "미국의 대중제재를 지키면서도 중국과 협력할 수 있는 분야와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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