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반도체 세계대전, 슬기로운 반도체 정책은
  • 2021-09-02
  • 신윤오 기자, yoshin@elec4.co.kr

반도체 미중 갈등 속, 유럽 및 일본 등 글로벌 생산 갖추려 고심

최근 중국뿐만 아니라 미국, EU, 일본도 국가 차원에서 반도체 역량 강화에 나선 가운데, 반도체 산업에 대한 대응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이에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연원호 부연구위원(세계지역연구센터 중국경제실 중국경제통상팀)은 ‘미중 갈등과 중국의 반도체 산업 육성전략 및 전망’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우리 반도체 공급망 리스크에 대한 분석 및 대비, 인재유출 방지 및 적극적인 인재확보, 전략적인 R&D 투자로 비교우위 분야의 초격차 유지와 새로운 선도적 핵심 기술?공정 개발이 중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중국, 미국 갈등 피해 우회로 찾나

중국은 14차 5개년 계획 및 2035 중장기 목표에서 쌍순환 전략과 함께 혁신주도형 성장을 위해 신형 인프라, 신형 도시화, 중대 인프라(교통?수자원) 투자를 위한 양신일중(兩新一重) 정책을 내놓았다. 양신일중 정책 중 미래 신산업의 기반이 되는 5G 기지국, 산업 IoT, AI 및 데이터센터, 고속철도, 전기차 충전소 등 신형 인프라 투자는 공통적으로 반도체의 안정적 공급을 필요로 한다.

중국 내 대규모 반도체 수요 증가가 예상되는 가운데 중국정부는 높은 해외의존도로 인한 반도체 수지 적자 확대와 미국의 견제로 인한 반도체 공급망 리스크에 대한 우려를 동시에 안고 있다. 2020년 기준 중국의 반도체 자급률은 15.9%에 불과하며, 반도체의 해외 의존도뿐만 아니라 반도체 제조를 위한 소재 및 장비의 해외 의존도도 높다.



이와 더불어 첨단기술 분야를 중심으로 한 미국의 대중국 제재가 바이든 정부에서도 계속되고 있으며, 특히 반도체와 관련하여서는 HiSilicon과 SMIC 등이 미국의 제재로 영향을 받고 있다.

미국은 수출통제, 투자제재, 금융제재 등으로 중국의 핵심 원천기술 확보를 방해하는 기술 탈동조화(tech-decoupling) 전략을 취하고 있다. 또한 6월 8일 미 상원은 중국의 지정학적 부상에 맞서 외교 안보·산업·기술 등 총체적 경쟁력 강화를 위한 미국 혁신경쟁법(USICA)을 가결하는 등 중국에 대한 압박 강도가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연원호 부연구위원은 보고서에서 “원천기술이 부족한 중국은 첨단반도체 조달이 원활하지 않을 경우 혁신주도형 성장전략, 특히 신형 인프라 투자를 통한 경제성장 전략에 타격을 받을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중국의 반도체 기술 경쟁력은 아직 낮아 자체 기술개발을 통한 역량 강화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며, 단기적으로는 미국의 제재를 피해 한국, 일본, EU와의 국제협력을 도모할 가능성이 크다. 한국으로서는 중국과의 협력기회 활용과 동시에 국가 핵심기술의 유출을 막기 위한 수출통제 및 외국인투자심사제도 강화가 필요하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EU, 반도체 기업 유치에 총력

EU는 2030년까지 글로벌 생산에서 EU의 점유율을 현행 0%에서 20%로 확대하는 목표로 1,450억 유로를 투자할 계획이며, 반도체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한 신산업정책 및 국제협력을 추진할 예정이다.

KIEP의 오태현 전문연구원(세계지역연구센터 선진경제실 유럽팀)은 ‘EU 반도체 전략의 주요 내용과 평가’ 보고서에서 “EU는 생산역량 강화 차원에서 유수 반도체 기업 유치에 적극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구체적인 인센티브 지원안을 포함한 추가적인 EU 반도체 전략 후속대책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반도체 글로벌 공급망의 지리적 편중으로 인해 주요국은 지정학적 불확실성과 공급망의 불안정성을 개선해야 하는 과제에 직면했다. 미국은 전자설계자동화(EDA) 및 핵심 지재권(Core IP), 설계(로직, DAO), 장비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있으며, 중국은 조립?포장?시험 부문에 강점이 있는 한편, 유럽은 전자설계자동화 및 핵심 지재권, DAO(개별반도체, 아날로그, 기타), 반도체 장비 등에서 제한적인 경쟁력이 있다.

유럽의 공동이익에 관한 프로젝트인 ‘IPCEI(Important Project on Common European Interest)’에서 반도체는 배터리 및 수소경제와 더불어 중요한 프로젝트로 선정됐다. EU는 2020년 12월에 ‘European Initiative on Processors and Semiconductor Technologies’를 통해 향후 2~3년간 1,450억 유로를 투자하여 2030년까지 글로벌 반도체 생산 점유율 확대계획을 발표했다. 또한 올들어 3월에는 ‘2030 Digital Compass’를 통해 EU는 반도체 생산목표를 재확인하고, 전방위적인 투자와 함께 디지털 기술 분야 전문인력 양성계획을 발표했다. 지난 5월에는 EU 신산업정책을 통해 반도체를 6대 핵심 전략산업으로 분류하고,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역내 반도체 기업이 참여하는 반도체동맹 결성 및 국제협력 강화를 발표했다.

하지만, 유럽의 대표적인 반도체 기업인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는 EU가 구상하고 있는 반도체동맹의 필요성을 못 느끼겠다는 입장으로 불참의사를 밝혔으며, 대만의 파운드리 기업인 TSMC 역시 이미 미국에 공장을 설립하기로 결정한 만큼 현재로서는 EU 내 생산설비 구축계획은 없다고 발표하면서 반도체 정책에 차질이 생겼다.



오태현 전문연구원은 “한국 반도체 산업이 상대적으로 열위에 있으면서 EU가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반도체 설계나 제조장비 기술 분야에서 한?EU 협력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일본, 첨단 로직 반도체 양산체제 구축에 사활

일본은 새로운 ‘반도체전략’을 통해 과거 1980년대 반도체 ‘왕국’을 부활시키려 하고 있다. 핵심은 경제산업성이 사활을 걸고 있는 ‘첨단 로직 반도체 양산체제 구축’의 성패에 달려 있다.

KIEP의 김규판 선임연구위원(세계지역연구센터 선진경제실 일본동아시아팀)은 최근 발표한 '일본의 반도체전략 특징과 시사점'에서 이같이 밝혔다. 일본은 지난 6월 4일 일본 경제산업성은 ‘반도체전략’을 발표한 데 이어, 6월 18일에는 스가 내각이 반도체 전략을 ‘성장전략’에 담았다. 경제산업성은 지난 3월 24일 민관합동의 ‘반도체?디지털산업 전략검토회의’를 개최하고, 일본의 반도체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과 서플라이체인 안정화 관점에서 반도체전략 수립을 논의했다.

이에 따르면, 일본의 반도체전략은 ▲첨단 반도체 양산체제 구축 ▲차세대 첨단 반도체의 설계?개발 강화 ▲반도체기술의 그린이노베이션 ▲국내 반도체 제조기반의 재생 ▲경제안전보장 관점에서의 국제전략 추진으로 구성됐다.

일본정부는 가장 큰 약점을 세계 유망의 파운드리 부재로 보고, 국내 반도체 소재 제조장치 산업의 강점과 결합하는 방식으로 외국의 첨단 파운드리를 유치하는 전략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일본정부는 포스트 5G 네트워크의 보급 확산 등에 따른 디지털화 관련 반도체산업의 육성 차원에서 차세대 첨단 로직 반도체의 설계 개발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반도체기술의 그린이노베이션을 촉진하기 위해 파워반도체와 광전자 반도체를 집중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예를 들어, 외국 파운드리의 협력을 이끌어내어 세계에서 가장 많지만 대부분 노후화된 국내 반도체 생산설비를 현대화, 신?증설하고 미국, 대만, 유럽 등 동맹국과 협력하여 이노베이션과 안정적 공급 확보를 도모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일본의 반도체전략은 경제안전보장 관점에서 다소 ‘방어적’ 요소가 강하지만 집권 자민당이 추진 중인 경제안전보장전략의 일환이라는 점에서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김규판 선임연구위원은 “이번 반도체전략은 일본 국내 반도체 공급망 우선 전략이라 평가할 수 있으나, 일본의 반도체 소재?제조장치 기업들이 일본정부 의도대로 국내 공급망만을 고수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회의적 견해가 다수”라며, “다만 미국의 대중 디커플링 정책 심화에 따른 미?일 간 반도체 공급망 재편 가능성과 일본정부의 외국 첨단 파운드리 유치 전략의 향배는 우리나라 반도체산업의 경쟁력과도 직결되는 주요 변수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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