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반도체의 빛과 그림자, 수출은 ‘호황’ 자동차 반도체 부족은 ‘당황’
  • 2021-04-16
  • 신윤오 기자, yoshin@elec4.co.kr

반도체 수출 11개월 연속 증가…차량용 반도체 등 시스템반도체 대책에 고심

국내 반도체 산업이 유례없는 수출실적을 경신하고 있는 가운데, 한쪽에서는 자동차 반도체 부족사태가 이어지면서 비상이 걸렸다. 메모리 반도체와 핵심 비메모리(시스템반도체) 반도체 산업의 불균형이 심한 국내 반도체 산업의 현실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산업부에 따르면, 3월 ICT 수출은 전년 대비 10개월 연속 증가한 가운데 반도체는 견조한 수요 등으로 메모리(61.2억 달러)와 시스템(29억 달러) 반도체가 동반 상승하며 9개월 연속 증가세를 나타냈다. 구체적으로 8.2% 상승한 메모리 반도체는 단가 상승으로 증가세를 유지했고 9.3% 늘어나난 시스템반도체는 반도체 파운드리 등 전반적인 수요 확대로 11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였다. 

코로나19로 세계 경제는 지금 변혁의 시간을 맞고 있다. 글로벌 공급망의 재편 움직임이 가장 뚜렷한 업종은 '반도체'이다.

하지만 글로벌 자동차 반도체 부족 사태는 한국도 피해갈 수 없었다. 해외 자동차 제조사들의 생산 차질 사태가 국내 자동차 업계에도 고스란히 영향을 미치고 있다. TSMC가 급하게 차량용 반도체 증산에 나섰지만 생산설비 부족으로 추가 생산에 한계를 나타내고 있고, 차량용 반도체 생산 3위 업체인 르네사스의 화재사고도 반도체 부족 사태를 키웠다. 

이에 따라, 폭스바겐 포드 등 다수의 글로벌 자동차기업이 생산을 감축하였으며, 국내 업계도 생산 차질 발생하고 있다. 완성차 생산 차질 여파로 인해 자동차 부품회사 역시 감산, 운영자금 부족난을 겪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울산 1공장(코나, 아이오닉5 생산)과 아산공장(그랜저, 소나타 생산)이 일시 휴업에 들어간 바 있다. 쌍용차 또한 4월8일~16일까지 평택공장이 일시 휴업에 들어갔고 한국GM은 2월8일부터 부평2공장 조업을 50% 감축하고 있으며 부평1, 2공장도 일시 휴업하기도 했다. 반도체 부족 사태 지속에 따라 언제라도 공장이 또 멈출 수 있다는 얘기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되는 반도체

지난 4월15일 문재인 대통령은 확대경제장관회의를 주재하면서 반도체 문제를 집중 거론했다. 

문 대통령은 “지금 세계 경제는 지금 거대한 변혁의 시간을 지나고 있다. 코로나 충격으로부터 회복 중인 세계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각국의 경쟁이 날로 치열해지고 있다”고 전제하면서, “디지털 저탄소 경제 전환은 물론, 글로벌 공급망을 자국 중심으로 재편하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글로벌 공급망의 재편 움직임이 가장 뚜렷한 업종은 반도체”라며, “반도체 산업은 우리 경제의 현재와 미래가 걸린 핵심 국가전략산업이다.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을 우리가 계속 주도해 나가야 한다. 지금 세계가 맞이하고 있는 ‘반도체 슈퍼 사이클’을 새로운 도약의 계기로 삼아 종합 반도체 강국 도약을 강력히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지원하기 위해 각 소관 부처도 적극 나서고 있다. 성윤모 산업부 장관은 산업의 핵심 인프라인 반도체 인력양성에 팔을 걷었다. 36,000명 수준인 반도체 산업기술인력(2019년 기준)은 향후 10년간 매년 1,500명의 확보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 성 장관은 반도체 인력의 원활한 공급을 위해 학사급, 석박사급, 실무인력 등 맞춤형 인력양성 정책을 추진하여 내년까지 총 4,800명 이상의 다양한 인재를 배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학부 3학년을 대상으로 시스템반도체 설계 특화과정을 지원하는 시스템반도체 설계전공트랙을 신설할 예정이며 민관이 공동 투자하여 ①핵심기술 R&D, ②고급인력 양성, ③채용 유도까지 연계하는 민관합동 프로젝트를 추진하여 10년간 총 3,000명의 석박사급 인력을 배출할 계획이다. 
 
단기간 내 사업화가 가능한 대상품목(안)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4월16일 ‘제8차 혁신성장 빅3 추진 회의’를 주재하면서 차량용반도체 수급 차질과 관련한 대책을 제시했다, 단기간 사업화 가능품목을 발굴해 소부장 사업을 통해 우선 지원하고 내년에 예산도 대폭 증액을 추진하겠다는 것.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한 확대경제장관회의 내용을 뒷받침하는 의도이다.

정부는 단기간 사업화가 가능한 품목을 발굴(4~5월 사업공고)해 ‘소재·부품·장비’ 사업을 통해 우선 지원하고 내년에는 관련 예산을 대폭 증액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차세대 지능형 반도체 기술개발 등 차량용 반도체에 대한 2021년 R&D 과제에는 757억 원이 책정되어 있다. 이와 함께 미래차 전력 소비 확대에 대응하기 위해 SiC·GaN 기반 전력반도체 등에 대한 신규 R&D 예산도 지원한다. 

투자, 타이밍, 인재양성 등이 좌우

이러한 가운데, 민간에서도 글로벌 반도체 패권 싸움을 두고 국가 차원의 대비책을 수립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지난 3월30일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는 ‘반도체 산업이 흔들린다: 반도체 산업 패러다임과 미래’ 세미나를 통해 국내 반도체 산업의 변화를 촉구했다. 주최 측은 반도체 산업 재도약을 위해 ①투자, ②타이밍, ③인재가 중요하다며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요구했다. 메모리반도체 성공 착시에서 벗어나 비메모리 점유율 확대를 재차 강조한 것이다. 

권태신 전경련 부회장은 개회사에서 “2021년 세계 반도체 시장은 우리나라 국가예산 558조원에 버금가는 약 530조원 규모로 전망되고 있다. 미국과 중국 등 글로벌 강국들의 반도체 산업 육성 경쟁이 갈수록 격화되고 있는 만큼, 우리는 과거의 성공에 취해 있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특히 “대만 대표기업인 TSMC는 정부와 국민들의 든든한 지원을 기반으로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 삼성전자와 격차를 벌리고 있다. 반도체 산업은 대규모 투자(Investment), 타이밍(Timing), 인재(Talent)가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 부회장은 반도체 산업에서 초격차를 가속화하기 위해서는 우리 기업들의 애로사항들을 풀어줘야 한다며 기업의 적극적인 투자와 생산을 가로막는 규제를 과감하게 혁신하고 기초과학 기술력 향상, 인재양성, 관련 인프라 확충에도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경련이 개최한 '반도체 산업이 흔들린다 : 반도체 산업 패러다임과 미래' 세미나 종합토론회. 왼쪽부터 강성철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 선임연구위원,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 홍대순 글로벌전략정책연구원장,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사진 전경련)

이날 기조발표자로 나선 진대제 스카이레이크 인베스트먼트 대표는 “반도체 기술 인재를 양성하고, 선도하는 기업들의 의욕을 고취시킬 수 있는 정책 환경이 조성되어야 반도체 패권 장악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또한 진 대표는 “중국이 2015년 반도체 굴기를 선언하고 수 백조 원을 투자해 한국 반도체를 추격하고 있으나, 미국의 강력한 제재와 낮은 기술 자급률의 한계로 시간이 걸릴 것이므로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반도체 산업 동향과 발전 방향’에 대한 발제를 통해 “한국 반도체 산업은 메모리 반도체 호황 국민 진입으로 재차 호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투자 재원을 집중하고 있는 파운드리와 팹리스 산업의 경쟁 심화를 감안할 때 새로운 위험도 상존해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세계는 지금 반도체 지원에 한창

미국 정부는 중국 반도체 굴기를 제압하기 위해 Hisilicon, SMIC 등을 블랙리스트에 등재함과 동시에 자국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해 2024년까지 투자비의 40% 수준을 세액 공제하고 반도체 인프라 및 R&D에 228억 달러 수준을 지원할 계획이다. 여기에 파운드리 공장 건설을 지원하기 위해 주정부와 지방정부가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TSMC가 애리조나에 2024년에 가동되는 5나노 팹 이외에 새로운 신규 팹 투자를 검토하는 이유다.

이에 노 센터장은 “유럽 국가들도 세계적인 자동차 반도체 공급 부족을 겪으면서 아시아 파운드리 업체들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최대 500억 유로를 반도체에 투자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독일과 프랑스, 이탈리아, 네덜란드는 보조금 지급을 통해 반도체 투자금액의 20~40%를 지원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세계1위 파운드리 산업과 함께 ‘Specialty Memory’ 와 NOR 플래시, 팹리스, OSAT 등에 있어서 높은 경쟁력을 보유한 대만은 정부가 다양한 프로그램과 인센티브를 통해 반도체 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해 많은 지원하고 있다.

 
2021년 반도체 시장 비중(왼쪽)과 2019년 주요 비메모리반도체 국가별 점유율
(자료 : WSTS(’20.12), 미국반도체산업협회(’20.6), 한국수출입은행(’20.12))

중국에 대해서 노 센터장은 “중국은 미국의 제재로 인해 메모리 반도체 산업 굴기는 상당히 제압되었고 여기에 파운드리와 AP 사업까지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여전히 LCD 굴기를 성공한 경험을 바탕으로 다양한 팹리스 회사들이 경쟁력을 확대하고 있다. 여기에 알리바바, 텐센트, 바이두 등도 AI 반도체 개발에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제재로 현재 중국 반도체 산업은 위축되었지만 재차 도약을 위해 때를 기다리고 있다는 전망이다.

세미나 말미 종합토론에서는 강성철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 선임연구위원 주재로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 홍대순 글로벌전략정책연구원장 등이 참가해 의견을 피력했다. 

시스템반도체에서도 선택과 집중이

안기현 전무는 “최근 반도체 부족 현상으로 주요국은 반도체 제조시설 구축에 각종 인센티브 프로그램을 수립해 유치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미국, 유럽, 일본은 자국 내 제조시설 확충으로 공급망 안정화를 추진하고, 중국은 대규모 투자를 통해 반도체 굴기를 노리고 있으며, 대만은 세계 최고의 시스템반도체 제조기술을 통해 국가의 국제적 위상을 더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홍대순 원장은 “미국은 1987년에 반도체 제조기술 연구조합 ‘Sematech’를 출범시켜 정부와 인텔 등 대기업이 투자한 덕분에 오늘날의 퀄컴이 탄생할 수 있었고, 대만도 1973년 설립한 ‘산업기술연구원(ITRI)’을 통한 지원 덕분에 TSMC, UMC와 같은 글로벌 기업이 성장할 수 있었다”면서, “반도체 산업은 기업 간 경쟁구도를 넘어 국가 간 경쟁에 직면한 만큼, 정부와 기업은 사활을 걸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토론자들은 시스템반도체에서도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자동차 반도체에 집중한다고 해서 외산 제품을 대체하는 게 힘들 수 있다는 얘기다. 전기차가 대세인 만큼 우리가 강점을 가진 배터리, 전력반도체, 센싱 솔루션 등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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