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탄소 속도 둔화, 적응·탄소제거가 핵심'…토마스 헬러 교수 COP30 전망

2025-09-22
박종서 기자, paper@elec4.co.kr



스탠퍼드대학교 명예교수이자 기후정책이니셔티브(Climate Policy Initiative, CPI) 창립자인 토마스 헬러 교수가 나주에서 열린 글로벌에너지 포럼 'Energy for AI' 기조연설에서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의 의미와 전망을 짚었다. COP30은 2025년 11월, '아마존의 관문'이라 불리는 브라질 북부 도시 벨렝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COP30의 핵심 의제는 탈탄소화, 적응, 탄소 제거

헬러 교수는 “COP30은 2025년에서 2050년 사이 대부분 국가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고 약속한 시점에서 우리가 어디쯤 와 있는지를 보여주는 매우 중요한 회의”라며, COP30에서 탈탄소화(decarbonization)뿐만 아니라 적응(Adaptation)과 탄소 제거(Removals)가 핵심 의제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1992년 리우 지구정상회의 이후 우리는 주로 탈탄소화의 속도와 기술에 관심을 가져왔지만, 현재 전 세계적으로 그 속도가 둔화됐다”고 진단했다. 이어 “탈탄소화가 예상보다 더디게 진행되면서 기후 피해는 더 빠르고 강하게 나타나고 있어, 기후 변화 적응과 피해 관리가 중요해졌다”고 덧붙였다.

헬러 교수는 탈탄소화(decarbonization)가 지연되는 원인으로 ▲신흥국의 높은 자본 조달 비용(인프라 투자 시 15~30%) ▲에너지원 간 불안정성을 보완해야 하는 시스템 복잡성 ▲서방과 아시아간 지정학적·제도적 차이를 꼽았다. 그는 “에너지는 단일 기술이 아니라 전체 시스템 문제”라며, 태양광·풍력·수력의 간헐성을 보완하기 위한 유연한 공급원이 필요하지만 대규모 배터리는 여전히 매우 비싸다고 지적했다. 또 “기존 인프라는 화석연료에 맞춰 설계돼 왔기 때문에 새로운 시스템으로 전환하려면 생태계 전반을 다시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기후변화의 영향이 이미 현실화된 만큼 지역 차원의 적응(Adaptation)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캘리포니아의 대형 산불, 해수면 상승, 태풍과 뇌우 같은 기상이변이 대표적 사례다. 헬러 교수는 이에 대응하기 위해 선진국을 중심으로 주택 건축 규제, 도시 식생 관리, 보험 산업 변화 등 회복탄력성(resilience) 강화가 본격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예를 들어 보험 산업의 경우 변화 속도는 피해에 비해 더디지만, AI와 데이터 분석의 도입으로 점차 정밀한 위험 평가와 가격 책정이 가능해지고 있다. 그는 “이러한 변화는 보험료 현실화로 이어지고, 결과적으로 위험 지역 주민들이 더 안전한 선택을 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며 기술 발전이 기후 적응을 촉진하는 방식을 설명했다.

헬러 교수는 특히 탄소 제거(Removals) 기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대기 중 탄소가 이미 과도한 수준에 있고 2050년에도 상황이 다르지 않을 것”이라며, “진정한 넷제로를 위해서는 탄소 배출이 계속된다면 그만큼을 반드시 제거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탄소시장이 ‘배출 회피’ 중심으로 운영되는 것을 비판했다. “구매자가 이 배출권을 이용해 더 많은 배출을 정당화하기 때문에 실제로는 전체 탄소 배출을 줄이지 못한다”는 것이다. 대신 열대우림 복원, 농업 부산물의 바이오차 전환, 해양 알칼리도 조정, 광물화, 불안정한 분자를 안정적으로 저장하는 합성생물학·합성화학 기술 등 실질적 제거 중심의 새로운 산업이 부상하고 있으며, 제거 방식을 어떻게 조직하고 거래할 것인지가 COP30 이후 핵심 과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결론적으로 그는 “과거 에너지 전환은 100년 가까이 걸렸는데 지금은 그럴 시간이 없다”며 “AI나 소재과학이 속도를 높일 수 있겠지만, 2050년에 완전한 넷제로 달성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더딘 탈탄소화, 더 복잡해진 시스템, 더 비싼 비용이라는 상황에 직면해 있어 조정이 필요하다”며, “적응과 제거 같은 새로운 접근이 필수적이며 COP30이 다시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는 출발점이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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