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상하는 전력 반도체, 늘어나는 신활로 개척 기업

2015-12-08
김언한 기자, unhankim@elec4.co.kr

전력 반도체는 스마트그리드, 전기 자동차 등 신규 수요가 급성장하고 있는 분야다. 가정용 전자제품인 냉장고, 청소기에서부터 엘리베이터, 전기 자동차에 이르기까지 쓰임이 광범위하다. 최근 고효율 저손실 전력 반도체에 대한 개발과 산업 육성이 중요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가전, 전력 계통, 수송 등 다양한 응용 분야에 활용돼 향후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산업으로 부상할 것이기 때문이다. 전력 반도체 시장에 나타난 변화와 차세대 전력 반도체 소자에 대해 알아본다. 
글로벌 기업들의 전력 반도체 사업 확장을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팹리스 기업 미디어텍(MediaTek)은 지난 9월 대만의 전력관리반도체(PMIC) 1위 기업 리치텍(Richtek)을 인수한다고 밝혔다. PMIC 시장에서 리더십을 확보하고 이를 통해 IoT 시대에 성공적으로 진입한다는 전략이다.
PMIC는 독일의 인피니언을 비롯해 미국의 맥심 인터그레이티드, 텍사스인스트루먼트, 일본의 르네사스 등 해외 업체들이 주도하고 있는 분야다. 전력 반도체의 대표 분야인 PMIC는 올해 353억 달러 규모의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국내 기업 삼성 역시 자체 개발한 PMIC를 갤럭시S6에 공급하기 위해 생산량을 매월 크게 늘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위해 삼성은 2012년부터 자사의 모바일 제품에 PMIC 기술 적용을 위한 사업에 착수해왔다. 
세계의 전력 반도체 시장이 신산업의 성장과 맞물려 급부상하고 있다. 핸드폰으로 대표되는 모바일 산업과 전기·하이브리드 자동차, 신재생에너지 영역이 급부상함에 따라 2017년까지 연평균 5.2%의 성장이 예상된다.
올해 예상되는 전력 반도체 시장의 규모는 170억 달러다.


 
디스크리트와 파워 모듈
전력 반도체는 전기 에너지 활용을 위해 직류·교류 변환, 전압, 주파수 변화 등의 제어 처리를 수행하는 반도체다. 전기로 작동하는 제품의 작동 여부 및 성능을 결정짓는 핵심 부품이다. 세탁기, 냉장고, 청소기, 엘리베이터, 지하철, 그리고 산업용 기계의 대부분 영역에서 채용이 이뤄진다.
전력 반도체는 크게 디스크리트(Discretes)와 파워 모듈(Power Modules) 두 유형으로 나뉜다. 분야가 다른 만큼 기업들의 시장 점유율도 다르다.
디스크리트 부문에선 도시바, 비쉐이(Vishay) 등이 높은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는 반면, 파워 모듈 부문에선 미쓰비시, 세미크론(Semikron) 등이 높은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양쪽 모두에서 우위를 차지한 기업도 있다. 인피니언이다. 전력 반도체 분야에서 12년 연속으로 1위를 지키고 있다.
올해 초 인터내셔널 렉티파이어(IR) 인수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인피니언은 작년 전력 반도체 전체 분야에서 19.2%의 시장 점유율을 기록해 시장의 입지를 더욱 강화시켰다. 19.2%는 양사의 점유율을 합한 수치다. 이로써 2위 업체인 미쯔비시(7%)와의 점유율 격차는 작년 12%까지 벌어졌다.
세부적으로 봤을 땐 인피니언(인터내셔널 렉티파이어의 점유율 통합)의 파워 트랜지스터 시장 점유율은 작년 27%를 차지했다. 파워 트랜지스터는 양극성 트랜지스터와 MOSFET, IGBT를 포함한다. 전체 파워 디스크리트 부문에서 2/3을 차지하는 영역이다.
한편,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는 작년 전력 반도체 부문에서 6%의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며 도시바를 누르며 업계 3위로 등극한 것으로 조사됐다.


 
중국 기업, 자체 IGBT 개발 시도
최근 IGBT 시장에 나타난 변화는 중국 기업의 진출이다. 세계 IGBT 시장의 1/3의 수요처였던 중국이 국산화율을 늘려 수입을 줄이고 결국에는 자국이 제조한 IGBT를 세계로 수출하겠다는 것이다.
중국은 ‘수요 기업 국가’라는 타이틀에서 벗어나 타국의 기업을 인수하거나 아예 직접 제조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전기 자동차 회사인 비야디(BYD)가 대표적이다. 지난 2008년 시노모스반도체를 인수한 뒤 IGBT를 개발했다. 이런 중국의 무차별 공세에 위협을 느낀 인피니언은 작년 초 중국 IGBT 시장에서 반도체 가격을 절반으로 인하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이 IGBT 시장에서 급부상하고 있다”며 “중국의 약진으로 인해 일본과 유럽 반도체 기업들이 기술 차별화로 중국을 견제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의 전력 반도체 시장은 2013년 18억 달러 규모에서 2017년 약 20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의 경우 현재 원천 기술 부족과 해외 특허 등으로 말미암아 전력 반도체 시장의 80%는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상태다. 국내 생산은 세계 시장의 1% 내외인 것으로 알려졌다.


 
파워 모듈, 日·獨 텃밭
파워 모듈의 시장은 2019년까지 전력 반도체 시장의 1/3을 차지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주요 동력은 전기 자동차다.
매출은 매년 약 12%씩 증가하며 호조를 보이고 있다. 파워 디스크리트의 매출이 매년 약 5%씩 성장하고 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두 배 이상 빠른 속도다.
파워 모듈 부문의 선두 기업은 미쯔비시다. 2013년에 이어 작년에도 24%의 시장 점유율을 차지했다.  2위는 인피니언이다. 작년 파워 모듈 부문에서 20%의 시장을 점유했다. 
독일의 인피니언과 세미크론(Semikron), 그리고 일본의 미쯔비시와 후지 일렉트릭(Fuji Electric) 4개 기업의 점유율을 합치면 글로벌 파워 모듈 시장의 약 65%, 2/3를 차지한다. 일본과 독일의 텃밭인 것이다.
국내 기술 수준 선진국 70%
전력 반도체 산업 태생 초기엔 인피니언, 르네사스 등 IDM(종합반도체업체) 중심으로 산업이 형성됐지만, 최근 AOS, 맥심, 수퍼테크(Supertech), IXYS, 리니어와 같은 기업들이 기존의 업계 강자들을 위협하고 있다.
국내 기업의 경우 전력 반도체에 대한 기술력 부족과 전력 부품의 가격 경쟁력 취약으로 샌드위치 상태를 맞고 있다. 미국, 일본, 유럽 등은 소자와 IC, 모듈을 비롯한 전력 반도체 기반 기술을 확보하고 있지만 국내 기술 수준은 선진국의 70%에 해당하는 수준에 머물러있다.
적은 수의 인력 규모 역시 고민거리다. 국내 전력 반도체 분야 전체 연구 인력은 약 500여 명으로 인피니언 1개사의 50%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 선진국은 많은 수의 인력을 바탕으로 차세대 화합물 전력 반도체로 전력 반도체 기술 개발 방향을 설정해 이에 적극적으로 투자 중이다.
차세대 전력 반도체
‘차세대 전력 반도체’는 기존 Si(실리콘) 기반의 반도체 소자를 포함해 WBG 화합물 반도체(SiC, GaN) 기반의 소자로 제작되는 전력 반도체를 지칭한다.
그러나 최근엔 SiC(실리콘카바이드)와 GaN(갈륨나이트라이드)와 비교해 파워 퍼포먼스 측면에서 보다 뛰어난 효율을 가진 것으로 평가되는 물질 Ga2O3(갈륨옥사이드)가 주목받고 있다. Ga2O3는 SiC, GaN보다 큰 밴드 갭(Band gap)을 가지고 있다.
SiC, 그리고 bulk GaN와 비교해 Ga2O3가 가진 또 다른 강점은 용융액 성장(melt growth)의 가능성이다. 이를 통해 저렴하고 더 큰 웨이퍼 제작이 가능해진다. 이외에도 높은 밴드 갭과 실온에서의 도핑 가능성으로 인해 전력 반도체를 위한 이상적인 소자로 주목받고 있다.
AlN(질화 알루미늄) 역시 전력 반도체 활용에 주목받는 물질이다. AlN은 자외선 발광다이오드(UV-LED) 애플리케이션 사업에 주력했던 AlN 공급업체들이 예상 이하의 수요로 인해 전력 반도체 시장으로 사업을 전향함에 따라 많은 공급이 예상된다. AlN는 SiC, GaN, Ga2O3, 다이아몬드와 비교해 가장 넓은 밴드 갭을 보유한 물질이다. 
프랑스의 시장조사기관 욜디벨롭먼트((Yole Development)의 홍 린(Hong Lin) 애널리스트는  “SiC, GaN, Ga2O3, 다이아몬드 그리고 AlN이 전력 반도체에 활용될 WBG 물질의 진화를 이끌 것”이라고 말했다.


6인치 웨이퍼 전환
프랑스의 시장조사기관 욜디벨롭먼트는 n-타입 SiC 웨이퍼 시장이 2014년 3,500만 달러 규모에서 2020년 1억 1,100만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예상되는 연평균 성장률은 21%다.   
전력 반도체 산업에서 현재까지 가장 선호되는 웨이퍼는 4인치 웨이퍼다. 그러나 일부에선 6인치 웨이퍼도 공급 중이다. 광전자 부품 기업 투식스(II-VI)는 올해 8인치 SiC 웨이퍼를 선보이기도 했다.
많은 업체들이 직경이 넓은 웨이퍼 생산을 위해 열을 올리는 이유는 직경이 넓은 웨이퍼가 보다 많은 칩을 생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웨이퍼 직경이 6인치로 확대되면 기존 실리콘 공정장비를 호환해서 사용할 수 있으므로 공정장비에 대한 추가 투자가 줄어들게 된다. 또, 웨이퍼 당 소자의 수가 증가해 일정 수율 이상에서는 공정단가에 대폭 절감이 이뤄진다.
6인치 웨이퍼의 평균 가격은 4인치 웨이퍼보다 2.25배 이상 비싸지만 최근 가격이 지속적으로 하락함에 따라 향후 6인치 웨이퍼로의 전환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롬(ROHM) 역시 올 3분기 6인치 웨이퍼를 대량 생산할 것이라고 공표한 바 있다. 올 연말과 내년 초 6인치 웨이퍼 가격은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매출 순위 고착화
최근 n-타입의 SiC 웨이퍼 업체들의 매출 순위에선 고착화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위 기업은 미국의 크리(Cree)와 다우코닝(Dow Corning), 독일의 사이크리스털(SiCrystal)이다. 이 뒤를 미국의 투식스(II-VI)가 잇고 있다.
크리는 업계 최초로 6인치 SiC 웨이퍼를 생산했으며 GaN 에피 소재 및 전력 반도체 소자를 연구 중이다. 최근 인피니언 역시 12인치 웨이퍼로 자동차용 전력 MOSFET을 양산한다고 밝혔다.
중국 기업도 위협적이다. 중국의 Tanke Blue는 SiC 웨이퍼 직경을 작년 4인치에서 6인치로 늘리는 데 성공, 중국 기업과 글로벌 기업 간 기술 격차를 줄이는 데 일조했다.
한편, 욜디벨롭먼트는 GaN-on-Si 기술의 최대 과제는 GaN과 Si 간 CTE(열 팽창 계수)의 미스매치 현상을 해결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 전력 반도체를 위한 GaN 소자 산업이 초기 단계로 진입한 이후, 연관되는 GaN 에피 웨이퍼(Epiwafer)의 오픈 마켓은 아직 성숙한 단계로 진입하지 않았다며 GaN 관련 스타트업이 어려움에 직면해있다고 밝혔다. 작년 아주로 반도체(Azzurro Semiconductor)의 파산은 GaN 관련 스타트업이 마주한 난관을 시사한다. 그만큼 치열한 경쟁에 내몰린 것이다.
국내 인력 투자 시급
선진 외국계 자본의 주도로 국내 기업들의 전력 반도체 산업에 대한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이에 더해 중소기업의 인력양성 기반은 심각한 수준이다. 전력 반도체 관련 석박사급 전문 인력은 매년 100여명 이내로 배출되지만 국내 전력 반도체 중소기업에 취업을 선호하기보다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관련 외국계 글로벌 기업이나 국내 대기업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기업의 경력자 선호도 역시 산업 기반 구축의 저해 요소가 되고 있다. 
국내 기술 수준을 감안해 조기 상용화가 가능한 분야를 선별적으로 투자해 기술 경쟁력을 확보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와 병행해 차세대 화합물 반도체 기술 확보를 통해 신시장을 창출하는 것 역시 한국 반도체 업계에 부여된 중요한 숙제다.
전력 변환 효율이 높은 화합물 반도체는 해외에서도 현재 상용화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우리나라에서 좀 더 멀리 내다보고 미래를 준비한다면 반도체 산업의 새로운 활로를 찾을 수 있는 분야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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