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EEE와 고체회로학회(Solid-State Circuits Society, SSCS)가 후원하는 제71회 국제고체회로컨퍼런스(International Solid-State Circuits Conference, ISSCC)가 2024년 2월 18일부터 22일까지 5일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메리어트 마르퀴스 호텔에서 “더 나은 세상을 위한 반도체 집적회로(Integrated Circuits for a Better World)”를 주제로 개최된다.
‘반도체 설계 올림픽’으로 불리는 ISSCC는 세계 각국에서 3천여 명의 학자와 연구원이 참여해 연구성과와 정보를 교환하는 글로벌 행사다. ISSCC 2024에서는 반도체 회로설계 기술의 혁신이 어떻게 우리의 삶을 향상시키고 지속 가능한 사회 발전을 지원할 수 있는지 집중적으로 조망한다.
ISSCC 아시아(FE) 지역 부의장
최재혁 서울대 교수
ISSCC 한국위원회는 23일 판교테크노밸리 스타트업 캠퍼스에서 ISSCC 2024 프리뷰(Preview) 행사로 ‘ISSCC 2024 코리아 프레스 컨퍼런스’를 개최하고 분야별 논문 채택 현황과 기술 분과별 동향을 소개했다. 이 행사에는 ISSCC 아시아(FE) 지역 부의장 최재혁 서울대 교수(전기·정보공학부), 이정협 DGIST 교수(ANA/IMMD/TD 분과), 이종우 삼성전자 상무(DC/PM 분과), 김지훈 이화여대 교수(DAS/DCT/SEC 분과), 김동균 SK하이닉스 펠로우(MEM 분과), 민병욱 연세대 교수(RF/WLS 분과), 류효겸 삼성전자 상무(WLN), 류수정 사피온 코리아 대표(DAS 분과) 등이 참석해 기술 분과별 논문 동향을 소개했다.
ISSCC 2024 코리아 프레스 컨퍼런스를 마치고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ISSCC]
제출 논문 수 873건, 전년 대비 40% 늘어
ISSCC 2024에 제출된 논문은 873건으로 전년 대비 40% 가까이 늘었으며, 채택 논문은 234건으로 전년 대비 18% 이상 늘었다.
ISSCC 연도별 논문 채택 현황 [출처=ISSCC]
이번에 가장 많은 논문이 채택된 분과는 전력관리(Power Management, PM) 분과로 전체 14%를 차지했으며 메모리(Memory, MEM) 분과와 이미저·MEMS·메디컬·디스플레이(IMMD) 분과가 각각 11%를 차지하며 뒤를 이었다. 새롭게 추가된 시큐리티(Security, SEC) 분과는 7편의 논문이 채택돼 전체 3%를 차지했다.
ISSCC 기술 분과별 논문 채택 현황 [출처=ISSCC]
ISSCC 2024에서 논문 발표 국가는 총 18개국으로, 그중 유럽(EU)이 11개국, 아시아(FE)가 8개국, 북미(NA)가 2개국이다.
ISSCC 연도별 아시아 주요 국가 논문 채택 현황 [출처=ISSCC]
ISSCC 2024에서는 인공지능(AI) 기술이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에 보편적으로 적용되는 것을 반영해 기존 머신러닝(ML) 분과를 폐지하고, 하드웨어 보안 분야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시큐리티 분과를 신설했다.
이번에 중국은 자국 내 반도체 회로설계 연구의 저변이 급속히 확대되면서 전체 제출 논문이 작년 대비 40% 가까이 늘었다. 제출된 논문 중 69편이 채택됐다.
최재혁 교수는 “5년 전만 해도 중국의 논문 수준을 그렇게 높게 평가하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지금 중국은 논문의 양적 증가뿐 아니라 질적 향상 또한 인정해야 하는 현실”이라며 “중국이 총 69편의 논문을 채택시켜 미국을 제치고 2년째 최다 논문 채택 국가가 되었고, 중국의 11개 대학이 2편 이상 논문을 발표했다.”라고 설명했다.
한국, 49편 논문 채택으로 역대 최고 성적
우리나라는 49편의 논문이 채택돼 역대 최고 성적을 거두며 중국과 미국에 이어 논문 채택 순위 3위를 기록했다.
최 교수는 “우리나라는 IMMD 분과에서 독보적으로 많은 논문을 채택시켰다. MEM, PM 분과뿐만 아니라 DAS(Digital Architecture & Systems) 분과에서도 좋은 성과를 거뒀다. 반면, DT(Technology Directions)와 와이어라인(Wireline) 분과에서는 한 편의 논문도 발표하지 않아 아쉬운 부분”이라며 “미래 기술을 다루는 DT 분과에서 국내 논문이 없다는 것은 미래 기술을 준비하는 측면에서 아쉬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IMMD 분과에서 10편, MEM 분과에서 9편, PM 분과에서 8편을 채택시켰다. 국내 기업으로는 삼성전자가 10편을 채택시키며 세계 기업 순위 1위를 차지했다. 국내 대학 중에서는 KAIST가 12편을 채택시키며 마카오 대학과 함께 논문 채택 수에서 전체 대학 순위 1위를 기록했다. KAIST 외에 논문을 채택시킨 국내 대학으로는 UNIST(4편), 고려대(3편), 광운대(1편), 성균관대(1편), 서강대(2편), POSTECH(2편), DGIST(1편), GIST(1편)가 이름을 올렸다. 전국 10개 지역 거점 국립대학교가 한 곳도 없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ISSCC 분과 중 가장 많은 논문은 MEM 분과에서 제출됐다. 총 100편의 논문이 제출돼 그중 28편의 논문이 채택됐다. 우리나라는 MEM 분과에서 올해 중국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중국은 MEM 분과에서 7편의 논문을 채택시켰다. 제출된 100편의 논문 중 51편이 CIM(Computing-In-Memory), 24편이 D램, 13편이 New-Memory, 8편이 S램, 4편이 NAND를 다뤘다.
MEM 분과 Session 13(High-density memories and high speed interfaces)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업계 최초 GDDR7을 발표한다. 이와 함께 SK하이닉스는 48GB 16단 HBM3E와 10.5Gbps LPDDR5X를 발표한다. 삼성전자는 280단 1Tb 3D NAND 플래시와 32Gb DDR5를 발표할 예정이다.
아날로그 분과 Session 3(Analog Techniques)에서는 총 10편의 논문이 채택됐다. 우리나라는 2편의 논문을 채택시켰다.
DAS 분과에서는 총 16편의 채택 논문 중 우리나라가 6편의 논문을 채택시켰다. 리벨리온과 POSTECH, UNIST가 각 1편, 나머지 3편은 KAIST 논문이다. UNIST는 360도 FoV를 지원하는 모바일 로봇용 실시간 SLAM (Simultaneous Localization and Mapping)을 위한 LiDAR-SLAM SoC를 발표할 예정이다.
DTC(Digital Circuits) 분과는 총 2개의 세션에서 16편의 논문이 발표된다. 우리나라는 2편의 논문을 채택시켰다. 그중 삼성전자는 3nm GAAFET을 활용한 Mobile SoC용 Computational Digital LDO를 발표할 예정이다.
이번에 신설된 시큐리티 분과에서는 총 8편의 논문이 발표된다. 그중 삼성전자와 포스텍(POSTECH)이 각각 1편의 논문을 채택시켰다. 이 세션에서 삼성전자는 4nm 공정 기반 PVT variation에 강인한 TRNG (True Random Number Generator)를 발표하고, 포스텍은 완전 동형 암호(Fully Homomorphic Encryption)을 위한 프로세서를 발표할 예정이다.
단기적 성과보다 장기적 안목 필요
ISSCC 참석자의 60%는 반도체 및 시스템 업계 종사자이고 나머지 40%는 학계 소속이다. 대부분 논문은 아시아 지역에서 제출됐다. 중국의 위세는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계속된다. 우리나라는 논문 채택 성적에서 역대 최다 기록을 세우며 약진했다. 논문 수뿐만 아니라 발표 기관도 꾸준히 증가했다.
ISSCC에는 구글, 테슬라, 엔비디아, IBM, 인텔, AMD, TSMC 등 세계 유수의 기업과 연구소, 대학이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채택된 논문을 보면 대학을 중심으로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연구성과가 꾸준히 늘고 있다. 대학은 새로운 아이디어에 관한 연구를 위주로 해 실제로 대학에서 나온 설계자산(IP)이나 기술을 상용화하는 데까지 상당한 갭(gap)이 존재한다. 엔지니어링 노력과 시간도 필요하다.
중국은 올해도 전 분과에서 고르게 논문을 채택시켰다.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에 힘입은 바가 크다는 것이 참석자들의 공통된 견해다.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가볍게 볼 수 없는 또 다른 단면이다.
최 교수는 “반도체는 국내 산업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해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이 절실하다. 중국과 비교하면 연구자뿐만 아니라 지원 규모도 턱없이 부족하다.”라며 “정부는 단기적인 성과보다는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지원을 꾸준히 해 주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저작권자©스마트앤컴퍼니.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