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나 컴퓨터의 명령 없이도 간단한 미로를 빠져나갈 수 있는 소프트 로봇을 개발한 연구원들이 더 복잡하고 동적인 환경을 헤쳐나갈 수 있는 ‘브레인리스(brainless: 뇌가 없는)’ 소프트 로봇을 개발했다. 관련 연구 논문은 “Physically Intelligent Autonomous Soft Robotic Maze Escaper(물리적 지능형 자율 소프트 로봇 미로 탈출기)”라는 제목으로 9월 8일자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 저널에 게재됐다.
이 연구 논문의 공동 교신저자이자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학교 기계·항공공학과 지에 인(Jie Yin) 부교수는 “이전 연구에서 우리는 소프트 로봇이 매우 간단한 장애물 코스를 통과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이 로봇은 장애물을 만나야 방향을 돌릴 수 있었다. 실제로 때로는 로봇이 평행한 장애물 사이에서 앞뒤로 튕기며 갇힐 수 있음을 의미한다.”라고 말했다.
연구진은 이전 모델과 달리 스스로 회전하고 구불구불한 미로를 통과할 수 있으며, 심지어 움직이는 장애물을 헤쳐나갈 수 있는 새로운 소프트 로봇을 개발했다. 이 모든 동작은 컴퓨터의 안내를 받지 않고 물리적 지능을 통해 이루어진다.
물리적 지능(Physical intelligence)은 소프트 로봇과 같이 컴퓨터나 사람의 개입이 아닌 구조 설계와 구성 재료에 의해 동작이 통제되는 동적 객체(dynamic objects)를 의미한다.
이전 버전과 마찬가지로, 새로운 소프트 로봇은 리본 모양의 액정 엘라스토머(Liquid Crystal Elastomer, LCE) 소재로 만들어졌다. 로봇을 주변 공기보다 뜨거운 섭씨 55℃ 이상의 표면에 놓으면 표면에 닿는 리본 부분은 수축하는 반면, 공기에 노출된 부분은 수축하지 않는다. 이로 인해 회전 동작이 유도되며 표면이 뜨거울수록 로봇은 더 빠르게 회전하게 된다.
그러나 이전 버전의 소프트 로봇은 대칭 설계이었던 반면, 새로운 로봇은 두 개의 다른 반쪽을 가지고 있다. 로봇의 절반은 일직선으로 뻗은 꼬인 리본 모양이고, 나머지 절반은 나선형 계단처럼 꼬여 있는 좀 더 촘촘하게 꼬인 리본 모양이다.
이러한 비대칭 설계는 로봇의 한쪽 끝이 다른 쪽 끝보다 지면에 더 많은 힘을 가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논문의 제1저자이자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 박사후 연구원인 야오 자오(Yao Zhao)는 “새로운 로봇의 개념은 매우 간단하다. 비대칭 설계로 인해 물체와 접촉하지 않고도 회전할 수 있다. 따라서 물체와 접촉하면 미로를 이동할 수 있도록 방향을 바꾸지만 평행한 물체 사이에 끼이지는 않는다. 대신에 호를 그리며 움직이는 능력으로 인해 자유롭게 꿈틀꿈틀 움직일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설계한 비대칭 소프트 로봇이 움직이는 벽이 있는 미로를 포함하여 더 복잡한 미로를 이동하고 로봇의 크기보다 좁은 공간을 통과하는 능력을 보여주었다. 또한 연구진은 금속 표면과 모래 위에서 새로운 로봇 설계를 테스트했다. (동영상 참조)
지에 인 부교수는 “이 연구는 소프트 로봇 설계의 혁신적인 접근 방식으로, 특히 소프트 로봇이 주변 환경에서 열에너지를 얻을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는 데 도움이 되는 또 하나의 진전”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