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인공지능 반도체, 개발 실패와 한계 경험해보는 인프라와 기회 많아져야 한다”
  • 2020-11-03
  • 신윤오 기자, yoshin@elec4.co.kr

제어 가능한 스커미온 활용, 차세대 저전력 뉴로모픽 기술 개발해

인공지능(AI) 반도체가 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로 부상하면서 국내는 물론, 기술 선진국들의 관심도 뜨거워지고 있다. 컴퓨팅 능력의 향상에 따라 인공지능 기술이 급발전하였고, 이를 위해 초저전력 인공지능 전용 반도체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KIST 주현수 박사

"나노 크기의 개별 스커미온을 낮은 전류를 통해 전기적으로 제어할 수 있어,
차세대 고집적 반도체 소자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중략) 기존 뉴로모픽 소자 대비 약 10분의 1 수준의 학습만으로 얻은 결과로,
필요 학습량 측면에서도 매우 효율적인 뉴로모픽 소자이다."



최근,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원장 윤석진) 차세대반도체연구소 연구팀이 뉴로모픽 컴퓨팅 소자의 핵심 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혀 화제가 되었다. 연구소의 송경미 박사, 주현수 박사, 장준연 소장 그리고 우성훈 박사(현 IBM) 공동연구팀은 소용돌이 모양의 나노 스핀 구조체인 ‘스커미온(Skyrmion)’을 이용하여 차세대 저전력 뉴로모픽(Neuromorphic) 컴퓨팅 기술 개발에 성공하였다.

스커미온은 소용돌이 모양으로 스핀들이 배열되어 형성되는 스핀구조체이다. 스커미온은 각각 고유한 전기 저항을 가져, 스커미온 개수에 따른 저항 변화를 아날로그적으로 조절하고 측정할 수 있다. 이런 우수한 특성으로 인해 스커미온 기반의 인공 시냅스 소자를 개발에 대한 관심이 높았으나, 스커미온을 전기적으로 제어하는 기술적 어려움이 있었다.
이에 공동 연구자의 한명인 주현수 박사에게 신기술에 대한 자세한 얘기와 인공지능 반도체의 미래에 대해 듣는다.

연구원들과 함께 이룬 연구 성과

_ 먼저, 지난 3월 전자의 스핀을 이용한 인공지능 반도체 기술을 개발한 것에 대해 뒤늦게나마 축하를 드립니다. 뉴로모픽 컴퓨팅 소자의 핵심 기술을 개발하게 된 동기를 말씀해 주신다면요.


감사합니다, 저 혼자서는 이룰 수 없었고 참여하신 모든 연구원분들과 함께 이룬 연구 성과입니다. 인간의 신경계에서 뉴런과 뉴런 사이에 시냅스를 통해 전기적인 신호를 전달하는데, 신경전달 물질의 많고 적음으로 신호 전달 강도를 조절하여 학습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러한 시냅스에 의한 신호 전달 강도를 시냅스 가중치로 표현하는데, KIST 연구진은 신경전달 물질과 동일한 원리로 동작하도록 전기적으로 개수 제어 가능한 스커미온 특징을 활용하면 뉴로모픽 소자를 개발할 수 있다는데 착안하여 연구를 했습니다.

_ 소용돌이 모양의 나노스핀 구조체 '스커미온(Skyrmion)'을 전기적으로 제어하는 기술적 어려움으로 인해 현재까지 이론적으로만 예측되었는데 이번에 기술 개발에 성공한 케이스라고 들었습니다. 이를 기반으로 시냅스 소자를 최초로 제작했는데요. 기존의 구조체 기반의 인공지능 반도체와 다르게 어떤 특장점이 있는지요.

먼저 ‘스커미온(Skyrmion)’은 소용돌이 모양으로 배열된 스핀 구조체입니다. 이러한 스커미온은 특유의 구조적 안정성과 나노미터 수준의 작은 크기 그리고 아주 작은 전류를 통해서 이동이 가능한 장점을 가져 메모리, 논리소자, 통신 소자 등 차세대 고집적 전자소자에 적용하기에 매우 유리한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스커미온은 하나하나 고유한 저항 정보를 가지고 있고, 생성 및 개수 조절이 용이하여 전기적 제어를 통해 저항 정보를 정확히 제어할 수 있을 것으로 많은 기대를 받아 왔습니다.

뉴로모픽 소자 기술 중 시냅스 가중치를 전자소자의 저항 정보로 표현하는 소자에다 이러한 스커미온을 적용하는 경우, 기존의 뉴로모픽 소자 대비 개별 스커미온 개수 조절이 가능하여 인간 신경계를 모방하면서도 더 정확한 시냅스 가중치 표현이 가능합니다. 효율적인 인공신경망 학습 구현을 위해 시냅스 가중치를 선형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소자 기술이 필요한데, 개별 고유 저항을 갖는 스커미온 개수를 직접 제어하여 이러한 요구를 실현 할 수 있었습니다.
 
KIST 스핀융합연구단 박태언 박사, 스핀융합연구단 장준연 박사, 광전소재연구단 주현수 박사(좌측부터)

_ 이번 스커미온 기반 뉴로모픽 소자 기술 개발은, 공동 연구의 성과이기도 합니다. 공동 연구에 참여한 연구자의 각각의 역할과 성과를 소개해 주세요. 뉴로모픽 분야는 다양한 분야의 협력이 필요한 분야라고 알고 있는데, 이를 위해 평소 어떤 교류를 하고 있는지요.

이번 연구는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차세대반도체연구소 장준연 박사, 박태언 박사, 송경미 박사(현 삼성전자)와 우성훈 박사(현 IBM)가 전기적으로 스커미온 개수 조절이 가능하여 인공 시냅스 소자로 활용이 가능한 스커미온 소자를 처음으로 제작하고 측정 및 분석하는 가장 중요한 부분의 연구 성과를 얻었고, 저는 이러한 특별한 소자의 특성을 활용하여 손글씨 숫자 패턴(MNIST)을 인식할 수 있는 인공신경망을 구현하였습니다. 이러한 협업을 위해 예전부터 서로의 장점을 배우고, 각자의 목적을 위해 필요로 하는 것을 구체화 하려는 논의가 있었습니다. 뉴로모픽 소자 구현을 위해 필요한 기능들을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소재 및 소자로 가능한 것과 제약 조건들을 서로 정리하며 간극을 좁히는데 집중하였습니다.

_ 이 뉴로모픽 소자의 퍼포먼스는 학습능력과 저전력 소모가 핵심입니다. 기존의 뉴로모픽 소자와 비교해 설명해 주세요. 또한 상용화 가능성은 어떻습니까.

스커미온 자체가 특유의 구조와 특성으로 최근에 많은 관심을 받은 소자로, 아직 상용화까지는 먼 길이 남아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러나, 나노 크기의 개별 스커미온을 낮은 전류를 통해 전기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차세대 고집적 반도체 소자로 많은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이러한 스커미온 소자의 차별화된 특징인 스커미온의 수를 조절함으로써 선형적으로 시냅스 가중치를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대표적인 인공신경망 학습 대상인 손글씨 숫자 패턴 인식을 진행하였을 때, 전체 60,000개 학습 패턴 중 15,000개 패턴 학습만으로 약 90%의 높은 패턴 인식률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이는 기존 뉴로모픽 소자 대비 약 10분의 1 수준의 학습만으로 얻은 결과로, 저전력으로 동작하는 스커미온 소자 자체에서 얻을 수 있는 저전력 특성뿐만 아니라 필요 학습량 측면에서도 매우 효율적인 뉴로모픽 소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_ 다른 공동연구자의 소속은 다르겠지만, 소속해 있는 광전소재연구단 소개를 바라고요. 대표적인 연구 성과를 설명해 주세요.

제가 속한 광전소재연구단을 소개해 드리자면, 광전소재연구단은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차세대반도체연구소 내 4개의 연구팀 중 하나로 현재 Post-Doc과 연구전문위원을 포함하여 전체 26명의 박사급 연구원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반도체 소재의 특징 중 하나인 광전효과를 활용한 연구와 함께 Si 반도체 이후를 위한 다양한 반도체 소재 및 소자 연구, 타 연구팀들과의 협업을 자유롭고 활발하게 하고 있습니다.



                                       자성 스커미온 기반 인공 시냅스 소자 모식도와 스커미온 개수 통한 시냅스 가중치 조절하는 관찰 결과

차세대반도체연구소 일원으로 다음세대의 반도체, 그 중에서도 저전력 비휘발성 메모리에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비휘발성 메모리 소자는 그 자체의 기능에만 머무르지 않고, 메모리를 활용한 응용 분야인 하드웨어 암호화 소자와 뉴로모픽 소자로 사용이 가능하다는 것이 너무나 흥미로워서 이 분야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반도체의 광전효과와 빛의 원편광 특성을 활용하여 새로운 하드웨어 암호화 소자와 암호화 알고리즘을 개발(Advanced Functional Material 최신호에 출판)하였고, 확률적으로 On/Off 스위칭하는 전자 스위치 소자를 뉴로모픽 소자로 활용하여 ‘관계학습’이 가능한 제한볼츠만머신(Restricted Boltzmann Machine, RBM)이라는 확률론적 인공신경망을 구현하여 논문을 제출해 놓은 상태입니다. 또한 스핀 메모리 소자 중 확률적으로 0과 1을 표현 가능한 소자 기반으로 확률론적 인공신경망을 구성하여, 일종의 ‘예측지능’으로 유방암 진단 학습에 적용 가능하다는 논문을 제출하였습니다.

_ 뉴로모픽 분야를, 어떻게 연구하게 되었는지요. 동기와 연구 진행과정에서의 에피소드가 있다면요.

개인적으로 차세대 비휘발성 메모리를 연구해 오고 있었는데, 이러한 비휘발성 메모리가 단순히 기록의 저장을 위한 기능뿐만 아니라 하드웨어 암호화 및 뉴로모픽에 응용할 수 있다는 것에 호기심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딸이 숫자 패턴을 오랜 기간에 걸쳐 반복적으로 접하며 패턴을 하나씩 익혀가는 모습을 보면서 학습이란 어떤 과정으로 이루어지는 궁금해져서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제가 항상 연구해 오던 메모리 소자 및 전자 소자들의 익숙했던 기능을 다른 시각에서 바라보게 되면서 다양한 인공신경망 알고리즘과 소자 특성을 더 잘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_ 연구소나 개인의 향후 연구 목표가 있다면.

최근에 확률적으로 동작하는 전자 소자를 기반으로 하는 확률론적 인공신경망 구현을 통해 기존의 패턴 분류 지능뿐만 아니라 관계학습 지능 및 예측 지능 등을 구현하는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주로 단위 소자나 작은 규모의 어레이를 활용해 왔으나 앞으로는 대규모 어레이를 활용한 연구로 확장하려고 준비하고 있습니다.
 
                             KIST 스핀융합연구단 박태언 박사(좌)와 KIST 광전소재연구단 주현수 박사가 연구내용을 협의하고 있다.

인공지능 반도체 설계 인력을 많이 양성해야

_ 인공지능 반도체는 소위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핵심 기술 분야이기도 합니다. 인공지능 시대의 기반이 되는 분야인데요. 국내 기술 수준을 세계 수준과 비교하여 말씀해 주시고요.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이라고 보는지요.

반도체 강국으로서 반도체에 대한 인적, 사회적, 경제적 인프라 측면에서 세계적으로 우위에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산업체, 대학교, 연구소 곳곳에 수많은 전문가들과 연구원들, 학생들의 관심 또한 매우 높고, 정부 및 기업체, 연구소에서의 투자도 매우 활발하게 대규모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데이터 관련 법률도 만들어져서 제도적으로도 뒷받침이 되어 가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러나, 인공지능 반도체로 알고리즘을 구현하기 위해 기존의 Si 반도체 기반 설계를 적용하여 작게 도전하고 실패와 한계를 경험해 보기도 할 수 있는 인프라나 기회가 아직은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실패와 한계를 통해 새로운 인공지능 반도체 소자와 소재 개발 및 상용화에 대한 필요성이 더 촉진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_ 인공지능 반도체에서 우리가 모두 잘할 수는 없습니다. 우리가 잘할 수 있고, 잘해야 하는 기술이 있다고 생각하시는지요. 있다면 그게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개인적으로는 적은 비용으로 인공지능 반도체를 설계하고 제작해 볼 수 있는 기회를 많이 제공하여, 인공지능 반도체 설계 인력을 많이 양성해 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인력들이 한계 극복을 위한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새로운 소자 및 소재 개발의 수요를 만들어 낼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반도체 설계 인력은 산업체와도 훨씬 가까워서 인공지능 반도체의 상용화와 연계하기도 좋을 것입니다.

_ 끝으로, 인공지능 반도체 기업을 하거나 연구하려는 연구자에게 요청할 협력 사항이 있다면.

인공지능 반도체 분야는 융합연구의 대표적인 분야라고 생각합니다. 다양한 연구 배경과 관심을 갖은 연구자분들의 관심과 많은 질문들이 이러한 융합 연구에 새로운 시각을 더해주고 창의적인 방향을 제시해 줄 수 있다고 믿습니다. 만약 언제 어디서든 기회가 주어지면, 주저하지 마시고 어떠한 질문이든 묻고 엉뚱한 상상력이라 생각이 드셔도 제안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이러한 물리적인 자리나 국민청원 같은 인터넷 공간 등이 있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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