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고학수 인공지능법학회장 “불안감 없이 비행기 타듯, 약을 먹듯 AI도 신뢰가 우선”

  • 2020-10-12
  • 신윤오 기자, yoshin@elec4.co.kr

 인터뷰  고학수 한국인공지능법학회 회장·서울대 교수

학회는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 인공지능 이슈 논의


    
"현시대 인공지능은 기본적으로 데이터에 기반하여 개발되고 작동된다.
유용한 데이터가 없다면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은 요원하다.
그런 점에서 데이터3법이 시행되기 시작한 것은 데이터 시대의
본격적인 도래를 알리는 중요한 선언적인 의미가 있다."



바야흐로, 인공지능(AI)의 시대이다. 우리에게는 불과 몇 년 전에 이세돌 바둑기사와 대결을 했던 알파고 때문에 대중에 잘 알려졌지만 인공지능은 오래 전부터 연구를 거듭해 왔다. 인공지능이 급속도로 발전한 이유는 고성능 컴퓨팅 기술의 출현과 무관하지 않다. 이제 인공지능은 우리 생활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우리의 일상을 바꾸고 있고 앞으로 더욱 많은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한국인공지능법학회(회장 고학수 서울대 교수)는 이러한 인공지능 시대를 대비한다. 인공지능과 관련된 법적, 제도적, 정책적 이슈들이 지속적으로 새로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이러한 이슈를 심도있게 논의한다. 협회 2대 회장을 맡고 있는 고학수 서울대 교수는 학회 홈페이지의 인사말을 통해 인공지능 기술이, “법적 측면에서 볼 때 법률 서비스, 법제도, 그리고 정책의 변화라는 형태로 우리 삶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기에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 융합 학문적으로 문제에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썼다. 이를 위해 다양한 배경을 가진 전문가들이 참여하고 있다.

학계는 물론 기업 소속의 실무자나 공학자들도 참여하고 있다는 말이다. 철학적인 이슈에 관심이 있는 사람부터 정책에 관심이 있는 사람, 또는 기업의 실무현장에서 벌어지는 문제에 관심이 있는 사람 등 구체적인 관심도 다양하다. 올 상반기에는 주로 공학자들을 발표자로 초빙하여 매월 세미나를 진행했다. 고 회장은 공학적 연구의 현황에 대한 이해를 통해 좀 더 현실감있는 법적 쟁점을 논의할 수 있도록 해주는 소중한 기회였다고 돌아봤다. 고학수 회장에게서 좀더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Q.  인공지능학회가 매월 개최했던 세미나가, 공학적 연구의 현황에 대한 이해를 통해 좀 더 현실감 있는 법적 쟁점을 논의할 수 있도록 해주는 소중한 기회였다고 말했는데, 현실감 있는 법적 쟁점에 관한 구체적 사례를 소개한다면.

 인공지능이 특정 대중가요 가수의 목소리를 학습하여 유사한 느낌의 소리를 재현하는 기술에 관한 발표를 들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인공지능이 새로운 노래를 부르는 음원이 개발된다고 할 때, 해당 음원을 둘러싼 법적 관계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에 관한 흥미로운 논의가 있었습니다.


Q.  평소 인공지능은 ‘신뢰할만하고 인간중심적’이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인공지능 기술이 ‘신뢰할만한’ 수준이라는 기준이 무엇이며 ‘인간중심적’이라는 의미 또한 구체적으로 설명하신다면요.

 종종 인공지능을 (인간)지능과 대립적인 구도로 놓고 비교하거나, 인간과 인공지능의 ‘공존’에 관한 언급하는 것을 봅니다. 현재의 기술은 거의 대부분 철두철미하게 인간을 위해 개발되고 활용되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기술개발도 그래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 대립구도로 파악하거나 공존을 강조하는 것은 적어도 현재의 기술을 전제하는 한 현실적이지 않습니다. 인공지능은 인간을 위해 유용하게 쓰여야 하고, 이에 대한 신뢰의 구축이 충분히 전제되어야 인공지능의 유용한 활용 또한 늘어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Q.  얼마 전에 발표된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의 핵심 사업은 AI 학습용 데이터 구축입니다. 디지털 뉴딜 정책의 핵심은 무엇보다도 데이터 관련 법제의 정비인데요. 그런 의미에서 8월부터 시행되고 있는 데이터3법은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하겠습니다. 먼저 의미를 부여 하신다면요.


 현시대 인공지능은 기본적으로 데이터에 기반하여 개발되고 작동됩니다. 유용한 데이터가 없다면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은 요원합니다. 그런 점에서 데이터3법이 시행되기 시작한 것은 데이터 시대의 본격적인 도래를 알리는 중요한 선언적인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인공지능 영역에서는 “garbage in, garbage out” 이라는 말을 씁니다. 학습 데이터가 쓸모 없는 쓰레기 같은 것이라면, 결과값도 쓰레기가 나온다는 뜻입니다. 인공지능용 데이터는 가장 기본적으로는 학습의 대상이 되는 모집단의 특징을 가장 정확하게 대표하는 것이어야 합니다. 라벨링 맥락에서는, 필요한 만큼 충분한 세부 카테고리에 대해 라벨링이 되어야 하고, 또한 라벨링 작업이 매우 정확해야 합니다.


Q.  이번 데이터3법의 핵심 중의 하나인 가명정보 도입이나 이로 인한 개인정보의 결합은 재식별이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안고 있습니다. 바로 프라이버시 침해 가능성인데요. 이러한 문제는 어떻게 보완해 나가야 하는지, 의견이 있으시다면요.

 여러 가지 기술적인 방법론이 개발되고, 철자적인 통제방법론에 대해서도 논의가 되고 있습니다. 또한 이를 정리하여 다양한 정부 가이드라인이 마련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작업이 모두 도움이 됩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현장에서의 경험이 축적되고, 실제 사례가 축적되고, 노하우가 축적되는 것입니다. 그러한 경험과 노하우가 축적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이로부터 지속적으로 개선점을 찾아갈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되어야 합니다.


Q.  그렇다면 앞으로 인공지능과 관련한 법 제도 중 필요한 법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어떤 방향의 법 규정이 있어야 한다고 보십니까.

 법을 만든다고 바람직한 인공지능 세상이 열릴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 말아야 합니다. 법은 도구일 뿐이고, 그에 앞서 어떤 인공지능 세상을 그려갈 것인지에 관한 국가적인 중장기 계획과 방향성을 명확히 수립하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합니다. 그런 작업이 구체적인 법에 관한 고민에 앞서 오랜 기간을 두고 미리 진행되어야 합니다.


"설명가능한 인공지능 영역은 기술적인 발전과 법제도적인 통제
그리고 사회적인 신뢰가 함께 전제되어야 하는 영역이다.
(중략) 인공지능에 대한 신뢰가 있어야, 상세하고 구체적인 이해가
없이도 인공지능에 대해 별다른 주저없이 이용하는 태도가 나타날 것이다."



Q.  인공지능 정책의 도출 과정이 설명 가능해야 합니다. 어떠한 이유로 인공지능 이슈가 도출되었는지, 목표가 설정되었는지 설명할 수 있어야 정책에 대한 수용도가 높아질 것입니다. 또한 수용자 입장에서는 인공지능 기반의 서비스를 받기 위해서는 이러한 서비스가 많이 나올 수 있도록 하는 정책도 필요한 것 같습니다. 단순한 기술만 발전했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요. 이를 위해서 필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설명가능한 인공지능에 대해서는 공학자들 사이에 지속적으로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또한 얼마나 구체적이고 상세한 설명이 필요한지, 어떤 방식으로 설명을 제공할 것인지 등 실무적인 사항들에 대해서도 논의와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이 영역은 기술적인 발전과 법제도적인 통제 그리고 사회적인 신뢰가 함께 전제되어야 하는 영역입니다. 사회적인 신뢰를 언급하는 이유는 자동차나 비행기 또는 신약의 경우를 비유하여 생각하면 이해가 어렵지 않습니다.

우리가 자동차나 비행기를 이용할 때 그 작동원리에 대해 매우 추상적으로만 이해하지만 오작동의 가능성에 대해 별다른 불안감 없이 이용하고, 또한 약을 복용할 때에도 해당 약이 신체 내부에서 어떻게 작용하는지 잘 모르지만 신약의 개발, 허가, 유통과정에 대한 기본적인 신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불안감 없이 약을 복용하게 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인공지능에 대한 신뢰가 있어야, 상세하고 구체적인 이해가 없이도 인공지능에 대해 별다른 주저없이 이용하는 태도가 나타날 겁니다.



Q.  교수님께서 미국 의사협회지에 코로나19 감염자 추적에 따른 프라이버시 이슈를 게재하신 것으로 압니다. 내용 소개와 함께 게재 이후 추가적으로 확인한 내용이 있으신가요.


 코로나19와 관련하여 동선추적이 중요한 역할을 했지만, 그와 동시에 프라이버시에 대한 좀 더 섬세한 고려가 필요하다는 것이 핵심 요지입니다. 그 후속연구로 백신에 관한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백신이 개발되더라도 충분한 공급이 이루어지는 데에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서, 어떤 원칙에 기초하여 어떻게 우선순위를 정해 백신을 배포하고 접종을 하도록 할 것인지에 관해 연구하고 있습니다. 이는 국내적인 차원의 의사결정과 관련된 면도 있고 더 넓게는 국제적인 차원의 협의와 공조와 관련된 면도 있습니다.


Q.  학교에서도 인공지능 관련한 인력을 키워내려고 많은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이를테면 학과 개설이나 연구소 운영인데요. 인공지능 산업이나 정책을 만들어내는데 학교의 역할은 인재 양성 포함해서 또 어떤 역할이 있겠습니까.

 국가적인 청사진을 만들어내는 데에 학교 내지 학계가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인재양성을 한다고 해도, 어떻게 우선 순위를 정해서 어떤 유형의 인재를 양성할 것인지가 중요합니다. 예를 들면, 대학교 전공자 수준의 인재를 다수 배출하는 것이 중요할지, 또는 세계 탑클래스를 염두에 두고 소수정예의 박사급 인재들을 배출하는 것에 더 집중할 것인지에 관해서도 분석이 필요합니다.


Q.  끝으로, 인공지능 연구자나 개발자가 어떤 자세로 인공지능 기술을 다루어야 한다고 생각하시는지요. 인공지능에 대한 개인적인 철학을 소개한다면요.

 인공지능은 그 자체로 독립적인 커다란 연구영역이기도 하지만 다른 개별 영역과의 협업이 필수적인 융합학문의 성격 또한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많은 경우에 사회적인 응용기술이기도 합니다. 이런 각각의 측면이 필요에 따라 적절히 고려되고 잘 발전될 수 있도록 하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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