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디지털 헬스기기도 대규모 임상적 실증해야 발전할 수 있어”

  • 2020-06-04
  • 신윤오 기자, yoshin@elec4.co.kr

인터뷰  이동혁 가천대 길병원 교수

의료기기중개 임상지원센터 통해 기업 지원, 인허가 도와


소아당뇨를 앓고 있는 아이를 볼 때마다 엄마는 마음이 아팠다.

매번 혈당을 측정하려면 피를 뽑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이 엄마는 해외 사이트를 뒤져 바늘로 피를 뽑지 않고도 혈당을 잴 수 있는 연속혈당측정기를 구매했다. 마침 회사에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일하던 엄마는 여기에 한 가지 아이디어를 더했다. 혈당을 측정한 데이터를 스마트폰으로 전송해주는 앱을 만든 것이다.

이렇게 하면 편리하게 아이의 혈당 데이터를 관리할 수 있었다. 이런 좋은 방법을 혼자만 쓰기 아까웠다. 그래서 비슷한 처지에 있는 가족들을 모아 혈당측정기를 구매해 주고 앱도 깔게 했다. 하지만 이 아이 엄마는 곧 검찰에 고발을 당했다. 허가받지 않은 의료기기를 수입, 개조했다는 의료법 위반이라는 것이다.
 

"지자체가 마을이나 동을 하나 정해서 실증센터를 운영해야 한다.
이들을 대상으로 웨어러블 기기를 나눠줘 측정해 봤더니
그것을 안 썼던 그룹하고 비교해 질환의 증세가 현격하게 떨어지더라는
근거가 있으면 된다."


아픈 아이를 둔 엄마의 순수한 마음이 범죄가 된 일에 대해, 가천대 길병원 이동혁 교수(의과대학 의공학전공)는 “인증, 허가라는 과정이 빠졌기 때문이다”고 사례를 들었다. 처음부터 인증 허가를 받은 회사에서 제품을 구입했으면 문제가 없었을 것이라는 얘기다.

2년 전에 벌어진 일명 당뇨맘 사건은, 그 사연이 알려지면서 개인적인 이득을 취하려는 목적이 아니라는 검찰의 판단에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고 이후 국내에 다국적 의료기기 업체의 연속혈당측정기가 허가?도입됐으며 건강보험 적용이라는 변화를 이끈 혁신 사례로 남았다.

이 교수는 이 사건을 규제 측면보다는 ‘인증 허가’라는 점에 중요성을 둔다. 좋은 아이디어를 가지고 만든 제품은 임상을 거쳐 인증, 허가라는 과정까지 거쳐야 디지털헬스 기기로 취급받는데 문제가 없다.
 

가천대 길병원 의료기기융합센터는 이러한 전반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그동안 의료진과 국내 의료기기 업체 간의 소통과 공동 연구를 진행해 왔다. 그간의 실적을 인정받아 2016년에 보건복지부 지정 “의료기기 중개임상지원센터”로 지정 받았다. 이 센터는 의료기기 기업의 제품개발을 위한 분야별 전문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며 특히 최소 침습 의료기기 기업에 한하여 전임상, 임상 시험비용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융합센터의 부센터장을 맡고 있기도 한 이 교수는, 혁신적인 창작?창업 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공간 ‘가천 메이커스페이스(Maker Space)’의 책임자이기도 하다. 메이커스페이스는 시제품 만들어보고, 창업하는 사람들의 아이디어를 제품으로 만들어주는 곳으로 바이오·헬스케어를 특화 분야로 선정했다.

기자와 인터뷰하고 있는 회의실이 센터를 찾아오는 기업과 상담하는 곳이기도 하다고 이 교수는 소개했다.

“센터는 기획에서 마지막 임상, 양산에서 시장 진출하는 것까지 전주기로 지원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기업들이 필요한 사항을 중심으로, 이러이러한 아이템을 사업화하면 좋겠다, 인허가를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을 상담한다. 인허가가 필요하면 인허가를 획득하는 과정도 지원하고 자문도 한다. 임상시험, 적합성평가 등등 관련 내용도 지원하고 최근에는 식약처 지정을 받아 인허가 관련 인력도 교육하고 있다.”

이렇게 상담하는 기업이 연 200건 이상이라고 한다. 의료기기중개 임상지원센터의 취지가 의료기기 기업과의 소통을 통해 경쟁력 있는 상품을 개발하도록 돕는 것이다. 특히 가천대 길병원 같은 병원이 나서는 이유는 ‘임상 시험’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이 의료기기 제품을 실제로 만들어도 과연 유용한 것인지, 어떤 기기를 만들어야 맞는 것인지 병원이 가장 잘 알고 있기에 그렇다.

정부 사업을 수행하기에 성과를 따지지 않을 수 없다. 상담만 하다 끝나는 것이 아니라면 어떤 수치적인 성과가 있을 것 같았다.

“기업들이 임상을 통해 제품을 출시해 매출이 올라가는 것이 성과이다. 일단 기업들이 개발한 것을 가져오면 인허가를 도와 상품화 시킨 게 20~30건 정도 된다. 기업 뿐만 아니라 의료진이 아이디어를 낸 것은 아예 회사를 만들게 도와준다. 그렇게 만들어진 회사가 6군데이다.”

이를 위해 센터는 임상하고 연구 개발하는 시설들을 갖췄다. 임상 수요 조사부터 논문쓰고 마케팅하는 것까지 중간중간 다 도와준다. 기업들에게는 무엇보다 임상시험을 제대로 해주는 파트너들을 만나는 일이 상당히 중요하다. 기업이 일선 의사 선생님을 만나는 게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바늘로 척추를 찔렀을 때, 제대로 찔렀는지 확인되면 불이 들어오는 제품이라든지, 뿌리기만 하면 철철 흐르던 피가 멈추는 제품, 바늘이 없는 주사기 등이 그런 제품이다. 이러한 각종 제품들이 여기에 와서 상담을 하고 평가를 어떻게 할지 결정한다.



헬스케어 사업화 사례


국내 의료기기 업체들은 환자에게 맞는 치료. 치료 후의 관리 쪽에 적합한 디바이스를 많이 개발하고 있다. 예방진단에 초점을 맞춘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임상이다. 우울증 진단을 하겠다는 의료기기가 있다면, 진짜 그런 효과가 있는지 실증해서 검증해야 한다.

우울증을 진단한다기보다는 상태 관리를 하는 것이다. 이 기기로 제일 많이 하는 것이 스트레스 관리이다. 그런데 의학적으로는 스트레스라는 진단명이 없기 때문에 스트레스는 환자가 처한 상황을 표현한다. 의학적으로는 이것을 원인으로 무슨 병이 났는지를 판단한다는 것.

이 교수는 이와 같은 최근 사업화 사례에서, 주목할 만한 제품으로 몇 개 꼽았다.

“ICT 의료기기를 많이 만들고 인공지능 기술도 많이 이용한다. 거기에는 의료기기 인공지능이 있고, 아직 의료기기로 인정받지 못한 인공지능 기술도 있다. 미국사례를 보면, 인공지능을 이용해 암을 분석한다든지, 피부에 맞는 맞춤형 화장품을 만든다든지, 혈당을 조절한다든지 하는 게 최근 주목할 웨어러블 트렌드이다.”

오래 전부터 있었던 혈당 조절 웨어러블은 실제 인허가가 나지 않거나 활성화가 되지 않았는데 2018년 하반기부터 우리나라 메이저 업체 3개가 모두 허가를 받았다. 앞으로는 혈당 조절하고, 인슐린 공급이 웨어러블로 가능하다. 이 기기를 배에 꽂아 놓고 모니터링하고 정보를 보내면 인슐린을 공급하는 것이다. 이것을 자동화하는 것이 상당히 위험하고 어려워 꿈의 디바이스라고 불리었지만 실현된 것이다.

또 덴마크 회사가 개발한 사례도 있다. 심장마비 환자가 쓰러질 때, 말을 못하는데 전화를 통해 ‘억’하는 소리를 내면 이를 심장마비가 와서 내는 소리인지 인공지능 기술로 판단하는 것이다. 맞추는 확률이 93%이고 신고 안 해도 출동하는 게 73%이다. 덴마크에서 개발한 것이다. 이 밖에도 사례는 많다. 디지털 체온기의 데이터를 지자체로 보내 독감주의보를 내린다든지, 허리 벨트를 이용한 스마트벨트, 휴대용 혈액검사기, 아기 몸이 뒤집히는 것을 확인하는 산소포화도 측정기 등 매우 다양하다.

그렇다면, 이처럼 국내외에서 활발하게 개발되고 있는 헬스케어 기기들은 국내에서 사용하기에 어떤 제약이 있을까.



“헬스케어 기기는 질환치료의 목적이라기보다도 조기 진단, 특히 예방 목적이 크다. 예방 목적이면 진짜 예방이 됐는지를 확증해야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는 2년에 한번씩 내시경 검사를 받게 하는데 이렇게 세계 유례가 없을 정도로 비싼 검사를 해주는 이유는 조기암을 발견해서 나중에 드는 사회적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이다. 그것은 내시경을 하면 암이 빨리 발견된다는 에비던스(Evidence)가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마찬가지로 대사성 증후군이라고 불리는 혈압이나 정신병 같은 것도 잘 컨트롤해서 줄어들 것이라는 에비던스가 확실히 있으면 나라에서 돈을 댈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예방 가능한) 웨어러블이나 디지털헬스 쪽의 통계가 없다.”


이 교수는 내시경 검사처럼 확실한 에비던스를 만들어낼 수 있는 디지털 헬스 기기가 있다면 헬스케어 시장이 급격하게 확대될 것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이런 통계를 만드는 것이 왜 힘이 들까.

“그런 통계를 만들기 힘든 이유가 있다. 아픈 사람은 병원에 와서 임상을 하기가 쉽지만 건강인을 대상으로 평가하는 것은 임상이 아니라서 병원에서 관여하지 못한다. 정상인을 대상으로 대규모 통계를 냈더니 이러이러하게 컨트롤하면 뭐가 개선된다는 통계를 낸다면, 그 에비던스를 가지고 정부가 투자하게 될 것이다. 다시 말해 이렇게 했더니 우울증 환자가 줄더라, 고혈압 환자가 줄더라고 하면 당연히 정부에서 지원하게 될 것이다. 그런데 그 에비던스를 아무도 안 만든다. 건강한 사람을 대상으로 대규모 실증을 할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지자체가 마을이나 동을 하나 정해서 실증센터를 운영해야 한다. 이들을 대상으로 웨어러블 기기를 나눠줘 측정해 봤더니 그것을 안 썼던 그룹하고 비교해 질환의 증세가 현격하게 떨어지더라는 근거가 있으면 된다. 그런데 그것을 아무도 안 한다.”

이 교수가 효과 입증을 강조하는 이유는, 의료기기는 기업이 효과성 입증을 강제로 하도록 되어 있지만 헬스케어 기기는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헬스케어 기기를 만드는 사람들은 효과를 입증하지 않고 그냥 주장만 한다는 것이다. 의료기기는 통계적으로 유효하려면 200명 정도만 임상을 해도 효과입증이 되지만 디지털 헬스기기는 최소 수 천명이 참여해야 한다. 샘플이 많아야 효과를 입증할 수 있다. 문제는 그러한 비용을 누가 감당할 것이냐는 것이다.


"이유는 단 하나. 이 비즈니스를 할 때,
임상 통계적 근거를 내야 된다는 그 컨셉이 정립되지 않았다.
예를 들어 초음파 분야는 정상급인데 다른 품목들은 많이 못 미친다.
그렇다고 못하는 것도 아니다. 하는 것은 무지 잘하는데,
안 하는 것은 아예 안 한다. 그러니까. 하면 잘할 수 있다."


“그래서 정부에서 정책적으로 하든지, 아니면 큰 기업이 대규모 임상을 하든지 해야 한다. 근데 아무도 그것을 안 한다는 것이 디지털 헬스 분야의 가장 큰 문제이다. 실증이 되는 게 가장 중요하다. 테크놀로지는 이미 충분히 개발됐다. 실증센터에서 통계적 에비던스를 만들어내야 헬스케어 기기를 쓸 수 있다.”

이 교수는 대규모 실증만 해결된다면, 법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말한다. 다만 법 규정이 문제가 되는 것은, 환자에게 유해를 끼칠 수 있는 잘못된 진단이라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유전체 검사를 잘못하면 환자가 자살하는 문제까지 발생한다. 그래서 우리나라는 유전체 검사를 하지 말라고 한 것이 몇 가지 있다. 비만 유전체 검사가 이에 해당된다. 윤리적인 문제로 못하게 하는 것이다.

다시, 기업 이야기로 돌아갔다. 아무래도 기업들을 가장 많이 만나기 때문이다. 이 교수가 만나는 기업들은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일까.

“의료기기 기업들이 가장 크게 느끼는 애로 사항은 인허가 문제이지만 의료기기 업체가 아닌 기업들은 의료기기 효과를 받고 싶어 한다. 예를 들어, 변비가 있는 사람에게 장 마시지를 하면 변비치료 효과가 있다고 해서, 엄마손처럼 기기를 만든 회사가 있었다. 착용하면 한쪽방향으로 마사지를 하고 온열기능도 넣었다. 처음에 이 업체가 의료기기 허가를 받겠다고 해서, 그러지 말고 그냥 공산품으로 만들어 팔라고 했다. 나중에 임상적 효과를 알아보자고 해서 소화기내과에서 임상을 했다. 그런데 실제로 효과가 있어 다음에 의료기기로 등록했다. 의료기기로는 변비치료 효과가 있다, 라고 쓰면 의료기기가 되는 것이다. 같은 제품이라도 그 전에는 마사지하는 기기라고 하면 의료기기로 등록할 필요가 없지만. 치료 효과가 있다고 하는 순간 의료기기로 등록할 수 있다.”

의료 분야, 하면 잘할 수 있어

이 교수는 자신이 몸담고 있는 산업이라고 해서 헬스케어를 강조하는 것이 아니다. 하고자 한다면, 찾고자 한다면 무수한 기회가 있는 시장이기 때문에 포기할 수 없는 산업이라고 말한다. 다만 그가 앞서 수차례 강조했듯이 임상통계적 근거만 확실하다면 얼마든지 클 수 있는 시장이라는 얘기다.

“우리가 기술이 부족한가, 의료진이 약한가, 그렇다고 제도가 약한가. 그렇다고 비싼 시장도 아니다. 이유는 단 하나. 이 비즈니스를 할 때, 임상 통계적 근거를 내야 된다는 그 컨셉이 정립되지 않았다. 예를 들어 초음파 분야는 정상급인데 다른 품목들은 많이 못 미친다. 그렇다고 못하는 것도 아니다. 하는 것은 무지 잘하는데, 안 하는 것은 아예 안 한다. 그러니까. 하면 잘할 수 있다. 비어있는 품목들이 너무 많다. 임상적 투자만 하면 할 수 있는 게 굉장히 많은데 우리가 안 하고 있다.”

바이오헬스 분야는 품목이 새로 발생하는 속도가 굉장히 빠르다. 트렌드가 된다, 하면 금새 바꿔버린다. 그런 트렌드를 잘 보고 추적하면 효과를 빨리 볼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문제는 실증이다. 그의 말마따나 “단지, 실증에 대한 개념이 없는 것이 문제”다. 제품을 만들어서 실제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데이터까지 뽑아야 하는데, 개발하고 출시해서 안 팔리면 끝이 되어버린다. 이렇게 사장되는 제품이 너무 많다는 게 이 교수는 안타깝다.

“기업들이 임상적 개념을 확실히 갖고 그것에 대한 펀드가 지원되어야 한다. 미국 회사는 임상이 무조건 90%가 넘는다. 약은 임상을 해야한다고 알고 있는데, 디지털헬스 기기는 임상해야 한다는 생각을 못한다. 이것이 근본적으로 잘못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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